신경 많이 쓰면 몸무게 줄어…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호스트 역할에 허덕여
수척해진 타이거 우즈. |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올해부터 특급 대회로 격상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은 애덤 스콧(호주)의 화려한 부활 쇼로 마침표를 찍었지만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안쓰러울 정도로 경기를 망친 것도 큰 화제가 됐다.
우즈는 4라운드를 끝까지 치른 68명 가운데 꼴찌로 대회를 마쳤다. 우즈가 컷을 통과하고선 꼴찌를 한 대회는 2015년 메모리얼 토너먼트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샷도 썩 좋지 않았고, 특히 퍼트가 엉망이었다.
대회가 열린 리비에라 컨트리클럽에서 워낙 성적이 좋지 않았기만, 이번에는 더없이 성적이 나빠 온갖 분석이 다 나왔다.
화가 날법한 졸전이었지만 정작 당사자인 우즈는 담담하게 결과를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물론 도저히 용납하지 못할 성적이고 실망스럽고 황당하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앞으로 이보다 더 나쁜 성적도 나올 것"이라며 자신이 나이 들어가면서 예전 같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우즈는 사실 이번 대회에서 선수보다는 대회 호스트 역할에 더 집중했다.
작년까지 평범한 오픈 대회에서 올해부터 투어에서 3개뿐인 인비테이셔널 대회로 격이 달라진 데 따라 호스트 우즈의 할 일은 산더미였다.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수많은 사안을 점검하고, 수많은 결정을 내리고 확인해야 했던 그는 대회 기간 내내 정신없는 나날을 보냈다.
"연습장에서 볼을 때려본 게 프로암 티오프 앞두고 딱 10분뿐이었다"고 말할 만큼 그는 선수로서 대회를 준비할 여유가 전혀 없었다.
한마디로 그의 이례적인 부진은 연습 부족 탓이 가장 큰 이유였다.
특히 이번 대회 동안 우즈는 심각한 체중 감소를 겪었다.
대회를 마친 뒤 우즈는 피로감을 호소하면서 몸무게가 상당히 줄었다고 털어놨다.
얼마나 몸무게가 줄었는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그는 "꽤 줄었다. 적정 체중이 아니라서 좋은 느낌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장비의 미세한 변화도 금세 알아차릴 만큼 민감하다.
몸무게가 줄면 스윙의 변화를 느낀다고 한다.
그는 대회를 치를 때마다 어느 정도 체중 감소를 겪는다고 실토했다.
선수들은 대부분 대회를 치르면 몸무게가 빠지긴 하지만, 우즈는 체중 감소가 좀 심한 편이다.
워낙 예민한 성격에다 무섭게 집중하는 탓에 에너지 소모가 큰 탓이다.
대회가 진행되면서 날마다 조금씩 몸무게가 빠지는데 스윙을 체중 변화에 맞춰 조정한다.
이번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때는 호스트로서 대회에 앞서 준비 과정에서 신경 쓸 일이 많아 이미 꽤 몸무게가 빠진 우즈는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더 몸무게가 줄었을 것으로 보인다.
첫날 69타를 쳤고 2라운드 73타를 적어내 그럭저럭 버티던 우즈가 3라운드 76타, 최종 라운드 77타로 무너진 데는 이런 체중 감소라는 이유가 도사리고 있었다.
멕시코 챔피언십 불참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당장 체중을 적정 수준으로 불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대회가 진행되면서 몸무게 빠지는데, 2주 연속 대회를 치르면 상당히 많이 빠진다"고 설명했다.
우즈가 연속 출전을 꺼리는 이유가 드러난 셈이다.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까지 2주 동안 쉬는 그는 몸무게를 늘리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당장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이 끝난 다음 날부터 체중 중가를 위한 운동과 식이요법을 시작했다.
우즈는 "단백질 위주로 식사량을 늘리고, 중량 운동으로 근육량을 관리한다"고 체중 증가 프로그램을 설명했다.
AP통신은 우즈가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부진에도 별다른 충격을 받지 않고, 특급 대회 멕시코 챔피언십을 건너뛰는 등 여유를 부리는 이유는 오는 4월 마스터스에 최고의 컨디션으로 출전하려는 원대한 계획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우즈는 작년에 제네시스 오픈과 멕시코챔피언십에서 썩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지만, 어지간하면 거르지 않던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때 휴식을 선택하며 컨디션을 최상으로 끌어올린 끝에 마스터스에서 멋진 부활 샷을 날릴 수 있었다.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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