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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전문가 칼럼] 대한체육회와 게임의 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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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호 스포츠문화연구소장] “보수가 승리한 겁니다.”

이데일리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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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8일 인천시체육회장 선거에서 승리했던 강인덕 당선자의 첫 마디다. 정치로부터 독립하자고 만들어 낸 체육회장 선거였다. 그래서 지난 선거는 민선1기 체육회장 선거라고 불리운다. 강인덕 당선자는 ‘정치로부터의 독립’을 주요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런데 ‘보수의 승리’라니. 표 달라고 할 땐 ‘정치로부터의 독립’이고 당선되니 ‘보수의 승리’였다. 인천뿐만이 아니다. 17개 광역시·228개 시군구 체육회장 선거가 대동소이했다.

강인덕 후보의 당선은 무효로 처리됐다. 정치를 끌여들여서가 아니다. 기부행위 제한, 금지 행위 등에 관한 선거 규정을 위배했기 때문이다. 인천뿐만이 아니다. 경기도·춘천시·천안시·양산시도 당선자가 무효 처리되며 재선거를 준비 중이다. 정치에 기댄 선거였고 혼탁한 선거였다.

이번엔 대한체육회장선거다. 12월엔 41대 대한체육회장 선거가 열린다. 지역 체육회장 선거의 혼탁을 지켜봤으니 대한체육회는 지역체육회는 물론 대한체육회장 선거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하지 않은가.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한 술 더 뜬다. 대한체육회는 아예 선거 규정 즉 게임의 룰을 바꾸려고 한다. 2월11일 열렸던 이사회에서 체육회는 정관 24조 8항의 변경안을 내놓았다. ‘현직 회장이 차기 회장 선거에 출마하려면 임기 만료 90일 전에 사퇴해야 한다’를 ‘90일 전 직무를 정지해야 한다’로 바꾼 것이다.

이날 이사회에선 체육회 당연직 이사인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이 변경안의 의결을 만류했다고 한다. 체육국장은 ‘공정성 시비에 휘말릴 수 있으니 공정성 확보를 위한 방안을 마련해서 다시 논의하자’고 주장했다.

공직선거법은 53조에서 공무원, 공공기관의 상근 임원, 언론인 등이 공직 선거에 출마할 경우 90일 전에 사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위를 이용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를 금지하기 위함이다. 대한체육회는 당연히 공공기관이고 체육회장은 엄연한 공직이다. 사퇴가 당연하다.

24조 8항의 변경이 문제가 되는 것은 현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차기 회장 선거에 출마하기 때문이다. 현직 회장이 출마하는 선거인데, 현직 회장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선거 규정을 변경하는 것이다.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가 게임의 룰을 바꾸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현직의 90일 전 사퇴’는 선거의 공정성과 관련해 하나의 표준인 시대다. 필요에 의해 현직이 선거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면 불출마를 전제로 하거나 개정안의 적용을 차기 회장부터 적용하는 것이 상식이지 않은가. 문화지체인지 혹은 무모한 것인지.

이제야 체육은 ’인권‘과 ’공정‘을 고민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우려스럽다. 이런 대한체육회를 믿어도 되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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