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 시각) 로이터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와 미국 민주당 지지자와 독립 유권자들을 상대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에서 전체 응답자 가운데 17%가 바이든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바로 전주에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를 앞두고 실시한 설문조사보다 5%포인트가 떨어진 수치다. 민주당 후보 가운데 가장 급격한 하락세다.
설문조사 결과 1위는 지지율 20%를 차지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차지했다. 샌더스 후보 지지율은 코커스 이전보다 1%포인트가 올랐다.
조 바이든 전(前) 부통령이 지난 9일 뉴햄프셔주 허드슨에서 열린 유세 현장에서 지지자들에게 질문을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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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커스에 등장조차 하지 않은 블룸버그 후보는 불과 한주 만에 지지율이 6%포인트 오르며 지지율 15%로 3위 자리에 앉는 이변을 불러 일으켰다. 바이든 지지율 감소폭보다 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셈. 블룸버그는 뒤늦게 출마 선언을 한 탓에 이번 당원대회에 참여하지 못했음에도 정치적 동력(動力)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11 %의 지지율로 뒤를 이었고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 의원을 지지했고, 경선 돌풍을 일으킨 최연소 주자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은 8%의 지지를 얻었 뽑다.
바이든 입장에서 이번 설문조사는 치명적이다. 샌더스에 이어 2위를 차지하긴 했지만, 지지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일각에선 바이든 대세론은 이미 깨졌고, 선거 모금액도 바닥나 경선 완주조차 불투명하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그는 대선을 꼭 1년 앞둔 지난해 11월까지만 하더라도 민주당 간판 대선주자로 통했다. 1973년 최연소 미 상원의원으로 정치 생활을 시작해 50년 가까이 쌓은 풍부한 정치 경력, 오바마 전 대통령을 도와 부통령으로 재임하며 오바마 케어·경제부양책·금융규제법을 제정하는 데 앞장 선 경험은 그의 선출 가능성을 높였다.
그러나 바이든이 오바마 향수(鄕愁)에만 기대면서 새로운 정책 공약과 비전을 제시하는 데 무관심하자 민주당 유권자들은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12월 이후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에 불이 붙으면서, 바이든 본인과 아들이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연루된 것도 타격을 입혔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어느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을 이길 가능성이 가장 높은가’라는 질문에 바이든을 꼽은 민주당 지지자들은 한 주만에 9%포인트가 줄었다.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4위에 그쳤던 바이든 전 부통령은 11일 치러질 뉴햄프셔 프라이머리(경선)에서도 3∼4위권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는 "바이든에 대한 아이오와 민주당원들의 냉담한 반응은 민주당의 노쇄한 기득권에 대한 경고"라고 분석했다.
반면 블룸버그는 1위 후보가 고꾸라지며 혼란스러워진 틈을 타 차근차근 자신의 지지율을 올리고 있다. 출마 선언이 늦은 블룸버그는 아이오와와 뉴햄프셔, 네바다,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초기 4개주 경선을 건너뛰고, 14개 주에서 동시에 이뤄지는 슈퍼 화요일(3월3일) 경선부터 참여한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선 억만장자 미디어 거물 마이클 블룸버그 전(前) 뉴욕시장이 지난 4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유세 현장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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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WP)는 "(블룸버그가 참여하지 않은)아이오와 당원대회에서 민주당 후보 가운데 한 명이 강력한 선두주자로 부상했다면, 블룸버그는 잠재적 구세주가 아니라 제멋대로인 이기주의자로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민주당과 백악관이 동시에 혼란을 겪으면서 블룸버그에게 유리한 흐름을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도 성향에 가까운 블룸버그는 바이든과 지지층이 상당 부분 겹친다. 바이든이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도 기를 펴지 못하고 추락할 경우, 블룸버그가 바이든 지지층을 흡수하면서 틈을 치고 들어올 것이라는 얘기다.
‘자본이 가장 큰 무기’인 블룸버그도 이런 상황을 잘 활용하고 있다. 블룸버그 선거 캠프는 민주당 아이오와 코커스가 개표 문제로 혼전을 겪으며 엉망으로 끝나버리자 바로 다음날 ‘TV광고 지출을 두 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하며 총공세를 펼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유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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