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입대를 앞두고 거수 경례 포즈를 취한 대한항공 김규민. 우상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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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이렇게 올리면 되나요?"
김규민(30)에게 포즈를 부탁하자 어색한 손 모양이 나왔다. 뛰어난 손 모양과 타이밍으로 블로킹 2위를 달리고 있는 정상급 센터도 난생처음 하는 '거수 경례'는 쉽지 않은 듯 했다. 군입대를 앞뒀지만 환한 미소를 보자 2년 뒤에도 멋지게 돌아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3월 중 군복무를 위해 팀을 떠나는 김규민을 용인 대한항공 훈련장에서 만났다.
김규민은 올시즌 시작과 함께 입대 계획을 세웠다. 만 30세인 김규민은 더 이상 입대를 미룰 수 없는 상황이었다. 팀 선배 한선수처럼 김규민 역시 상근 예비역으로 복무할 예정이다. 인터뷰 당시만 해도 입대 날짜가 정해지지 않았던 김규민은 "긍정적으로 입대를 생각하고 있다"며 "사실 수술 받았던 기간을 제외하면 프로에 온 뒤 매년 꾸준히 경기를 나가서 조금은 지쳐있다. 가족과 지내며 군복무를 하기 때문에 아내, 아들과도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먼저 군복무중인 차지환과 김재휘(상무)는 김규민에게 '나이가 있으니 어린 조교들 말 잘 들으라'는 장난 섞인 조언도 해줬다고 한다.
김규민은 경기대를 졸업하고 2013~14시즌 OK저축은행에 입단해 꾸준히 주전으로 뛰었다. 센터가 필요했던 삼성화재로 트레이드된 뒤에도 활약은 이어졌다. 2017~18시즌엔 속공 4위, 블로킹 2위에 오르며 생애 처음으로 베스트7(센터 부문)에도 선정됐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은메달)에도 출전했다.
2018시즌 뒤 FA가 된 김규민은 대한항공으로 이적했다. 매년 센터가 약해 어려움을 겪었던 대한항공은 김규민을 영입했다. 옳은 선택이었다. 김규민은 정규시즌 1위에 기여했고, 2년 연속 베스트7에도 뽑혔다. 올해는 더 눈부시다. 블로킹 2위, 속공 3위에 오르며 국내 최고 미들블로커 신영석(현대캐피탈)에 버금가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기량이 정점에 오른 상황에서 곧 팀을 떠나게 됐다.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은 "1월에 군대 갔으면 어쩔 뻔 했느냐"면서도 "포스트시즌은 뛸 수 없어 아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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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민은 "난 운이 좋다. 우리 팀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터가 둘이나 있다. 두 형 다 속공을 좋아하고 잘 쓴다. 형들이 믿고 올려주기 때문에 많이 때릴 수 있다"며 "선수 형은 지난시즌 해보면서 정말 좋은 세터란 걸 새삼 깨달았다. 광우 형은 삼성 시절에도 1년 있어서 내게 잘 맞춰준다"고 했다. 그는 "감독님도 제게 스트레스를 안 주려고 하신다. 말은 안 해도 감사드린다"고 했다.
김규민은 기량에 비해 저평가받는 편이다. 스타일 자체가 화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늘 언제나 자신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했다. 김규민에게 '저평가가 아쉽지 않느냐'고 묻자 "2년 연속 베스트 센터가 된 것도 운이 좋아서다. 내게 어울리는 기대치는 못 했다. 더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 내 비중이 큰 건 아니지만 지난해 우승도 하지 못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김규민의 마음도 편치는 않다. 지난해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고, 한선수-곽승석-정지석 등과 당분간 함께 더 뛸 수 없다는 게 안타깝다. 최근 경기장을 자주 방문하는 아들에게 아빠가 뛰는 모습을 2년간 보여줄 수 없는 것도 아쉽다. 김규민은 "군에 가는 것 자체는 당연한 일이라 아무렇지도 않다. 다만 지금의 멤버들과 함께 배구하지 못해 아쉽고 미안하다"면서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뒤 우승을 기원하겠다"고 말했다.
용인=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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