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잠실학생체 전영민 기자] 김승기(48) 안양 KGC인삼공사 감독이 애타게 기다렸던 이유가 있다.
오세근, 변준형, 박형철, 크리스 맥컬러 등 주축 선수들이 한 명씩 빠질 때마다 수혈이 없었다. 그대로 공백을 노출한 채 경기를 치러야 했다. 사무국의 미진한 지원까지 흘러나오면서 농구장 안팎으로 흔들렸다. 그런데 아직도 선두권 경쟁 중이다. 농도가 흐려질 것 같았던 인삼공사의 수비 농구도 변함없다.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이재도(29)는 인삼진액 같은 존재다.
인삼공사는 27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SK나이츠와 원정경기에서 76-70(23-12 20-23 11-19 22-16)으로 승리했다. 1승을 추가한 인삼공사는 23승13패를 기록, 공동 1위였던 SK(22승14패)를 누르고 단독 선두에 올랐다. 지난 25일 인천전자랜드전 승리 이후 2연승까지 신고했다.
브랜든 브라운의 역할이 컸다. 1쿼터에만 16득점을 몰아치는 등 총 40득점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그런데 숨은 공로자가 있다. 브라운이 팀을 끌었다면 이재도는 선수단을 밀었다. 이재도는 이날 6득점 3도움 4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뛰어난 성적은 아니지만 상황을 알고 보면 수치가 전부가 아니다. 박지훈은 이미 체력도 빠졌고 불안한 구석이 있었다. 가드진이 무너진 상황에 인삼공사에서 볼 리딩을 맡을 선수는 이재도뿐이었다. 이재도는 기대 이상의 활약을 남겼다. 김선형과 전태풍을 앞에 두고도 적극적으로 돌파를 하는가 하면 외인 브랜든 브라운과 픽앤롤을 하면서 SK 골밑을 공략했다.
이재도의 그림자도 빛났다. 이재도는 이날 경기 내내 김선형(SK)을 마크했다. 박지훈과 앞선 수비를 책임지면서도 김선형에게 따라붙었다. 돌파와 슈팅에 모두 능한 김선형이 불이 붙는다면 판세를 넘겨줄 수도 있다는 김 감독의 판단이었다. 이재도의 찰거머리 수비에 김선형은 12득점에 그쳤다. 반대로 실책은 다섯 개나 범하면서 맥을 끊었다. 공격과 마찬가지로 수치로 드러나는 성적은 없지만 어두운 곳에서 가장 빛난 이가 이재도였다.
이날 경기 전까지 인삼공사는 부상에 시달렸다. 주축 선수들이 모두 큰 부상을 당하면서 전열에서 이탈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모두 복귀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는 부상이었다. 그나마 희망은 이재도였다. 군복무를 마친 이재도가 팀에 합류하면 적어도 팀의 장점인 수비는 유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이재도가 군복무를 마치고 팀에 합류하자 김 감독도 숨통을 트고 있다. 동료들과 호흡을 맞춰왔던 터라 수비를 할 때에도 엇나가지 않는다. 김 감독이 선호하는 전투적인 수비와 돌파도 여전하다. 김 감독은 "재도가 정말 열심히 해주고 있다. 미세한 부분들만 조금씩 고쳐나간다면 내년에는 정말 단단한 팀이 될 것 같다"며 만족했다. 1년 9개월 군복무를 마친 이재도는 인삼진액이 되어서 돌아왔다.
ymin@sportsworldi.com 사진=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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