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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6 (금)

이슈 [연재] 조선일보 '민학수의 All That Golf'

[민학수의 All That Golf]“난 골프계 이단아… 혁신과 재미 없으면 성공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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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볼 바람’ 일으킨 문경안 볼빅 회장… "늘 새로움 찾으려 고민"
오는 4월 배드민턴 시장 진출… 세계 10대 토털 스포츠 브랜드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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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골프 박람회인 PGA 머천다이즈 쇼에서 만난 문경안 볼빅 회장은 “후발 주자이기 때문에 매년 새롭고 혁신적인 제품으로 승부한다”고 했다. 그는 볼빅을 세계 10대 스포츠 브랜드로 키우겠다고도 했다./볼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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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후발 주자예요. 혁신적이면서 재미있는 제품을 만들지 않으면 저희보다 앞선 브랜드들을 따라 잡을 수 없어요. 지금까지 그렇게 버티면서 성장해 왔어요. 향후에는 볼빅을 골프를 넘어서는 세계 10대 스포츠 토털 브랜드로 키울 겁니다."

세계 최대 골프 박람회인 PGA 머천다이즈 쇼가 23일(한국 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오렌지 카운티 컨벤션 센터에서 개막한 가운데 그곳에서 만난 문경안 볼빅 회장은 자신감 넘치는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

2009년 볼빅을 인수한 문 회장은 흰색 위주이던 골프볼 시장에 ‘컬러 바람’을 일으켰고, 3년 전부터는 무광 볼 시장을 개척했다. 이제는 세계적인 골프볼 브랜드도 덩달아 컬러 볼을 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볼빅은 올해는 어떤 제품으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까. "올해 나노 기술을 접목해 3중 코팅한 제품을 내놨어요. 펄 느낌을 살려 색감은 고급스럽죠. 마블과 협업한 제품 라인은 더욱 확대했는데 해외 젊은 골퍼들에게 인기예요. 수집 목적으로 구매하는 골퍼들도 있어요."

볼빅은 2016년부터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마블과 손을 잡았다.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스파이더맨 등의 영화 속 캐릭터가 볼빅 볼에 들어간다. 올해부터는 스컬(해골) 시리즈 제품도 출시했다.

문 회장이 가장 역점을 두는 건 ‘브랜드 관리’다. "기술력은 세계적으로 평준화가 됐어요. 같은 부품을 사용하더라도 어떤 브랜드를 붙이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는 시대죠. 제 꿈은 볼빅을 토털 스포츠 브랜드로 키우는 겁니다."

그 첫 시작은 이미 시작됐다. 오는 4월 배드민턴 라켓 등을 출시할 예정이다. 문 회장은 "골프에서 그랬던 것처럼 컬러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며 "향후 탁구, 테니스 등으로도 영역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다음은 문경안 회장과의 일문일답.

- PGA 머천다이즈 쇼에 9년째 참가하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볼빅이 올해는 뭘 새롭게 가지고 나왔나 궁금해 한다. 골프에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은 것 같다."

- 전시장을 둘러보니 마블과 협업한 제품이 더욱 다양해졌고, 스컬 시리즈는 인상적이다.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마블 등과 협업한 배경은 뭔가.
"볼빅이라는 브랜드가 국내에서는 유명하다고 해도 아직까지는 가야할 길이 멀다. 나름대로 조금 더 빨리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 뭘까 고민을 하다 마블과 콜라보레이션을 하면 도움일 될 거라고 생각했다. 2016년부터 손을 잡았다. 작년에 미국에서 마블 제품 판매량이 대폭 성장했다. 올해는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더 확대했고, 스컬 시리즈도 본격적으로 판매한다. 이게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으면서 캐릭터 볼을 모으는 사람도 있다."

- 매년 새로운 뭔가를 만든다는 게 쉽지는 않을텐데.
"볼 메이커 입장에서 보면 저는 이단아이고 귀찮은 존재일 수 있다. 흰색 볼만 있던 시장에 컬러 볼을 만들었고, 3년 전에는 무광 볼을 만들지 않았나. 그런데 금세 우리보다 훨씬 큰 회사들이 우리를 따라하고, 우리를 공격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한 단계 빨리 나가거나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

- 올해 신제품은 컬러감이 독특하다. 보석 같은 느낌을 주는데.
"컬러 볼이면서 고급스러운 느낌의 볼을 만들고 싶었다. 약간 펄을 넣었다. 볼을 만들 때 원래는 코팅을 2번 하는데 이번 제품에는 나노 코팅 기술을 접목해 3번 했다. 내구성이나 마모성이 뛰어나고, 오염 물질도 잘 묻지 않는다. 비거리 성능도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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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안 볼빅 회장이 신제품과 마케팅 전략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볼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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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에는 드라이버도 출시했다. 반응이 어떤가.
"아직 걸음마 단계다. 그래도 지난 4개월 동안 품질 때문에 반품이 들어온 건 없었다. 오늘도 시타를 해 본 외국인이 계속 사겠다고 하더라."

- 컬러 볼 시장 규모는 어떤가.
"미국이 세계 1위고, 일본이 미국의 절반, 한국이 일본의 반 정도 규모다. 미국은 현재 볼 시장에서 컬러 볼 비중이 20~30%다. 일본과 한국은 35% 정도로 비슷하다. 컬러 볼이 처음 출시된 10년 전에 비해 약 3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장기적 더 커질 것으로 본다."

- 대륙이나 국가 별로 선호하는 컬러의 특징이 있나.
"미국은 레드, 그린, 오렌지, 옐로 순이다. 일본은 레드, 오렌지, 그린, 핑크 순으로 팔린다. 우리 나라는 레드, 주황, 옐로, 핑크 순이다. 공통적으로 빨강 색이 가장 많이 팔린다."

- 올해 해외 바이어 반응은 어떤가.
"좀 전에 일본 바이어 10명이 와서 만났다. 그분들도 처음 계약할 때는 우리 브랜드에 관심이 없었다. ‘한국의 유명 선수도 사용하지 않는데 왜 우리가 너희 볼을 수입해서 팔아야 하냐’고 묻더라. 큰 충격을 받았다. 볼 시장이 쉬운 것 같지만 엄청 어렵다. 원래 쓰던 걸 안 바꾸려는 경향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바뀌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수출 물량이 약 3배 정도 늘 예정이다."

- 쇼 기간 중 계약 물량은 어느 정도 되나.
"1000만 달러 이상이다. 사전에 이메일을 주고받으면서 얘기하는데 대부분 ‘PGA 쇼 가서 보자’고 한다."

- 2009년 볼빅을 인수한 후 그동안 비약적으로 성장했는데.
"처음 인수할 때 매출이 25억원 정도였다. 수출은 거의 없었다. 작년에는 약 450억원 정도 했다. 올해는 600억원 정도 잡고 있다. 수출 비중은 30% 정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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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안 회장이 장타 전문 선수인 팀 버크와 후원 계약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볼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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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타 전문 선수들을 후원하고, 롱 드라이브 대회에도 후원하고 있다.
"볼빅하면 약간 여성적인 느낌인데 롱 드라이브 대회는 전 세계에서 가장 힘이 센 남성들의 경쟁 무대 아닌가. 하지만 아직 매출에 큰 영향은 없다. 일반인과 약간 괴리감이 있다 보니 그런 것 같다. 그래도 브랜드를 알리는 데는 효과적이다."

- 장기적으로는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
"기술도 중요하지만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 생산기지나 부품은 똑같아도 어떤 브랜드를 붙이느냐에 따라 가치는 달라진다. 볼빅을 세계 10대 스포츠 브랜드로 키우는 게 목표다. 골프 쪽에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자부한다. 4월부터는 배드민턴 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 배드민턴 시장은 의외다. 그쪽에 관한 기술력은 아직 없지 않나.
"우선 OEM(주문자 표시 생산 방식)으로 하면서 3년 정도 노하우를 쌓은 뒤 공장을 세울 예정이다. 일단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고 묻는 건 우문이다. 주니어 팀도 벌써 창단했다."

- 배드민턴 시장은 어떻게 공략할 예정인가.
"남들이 안 하는 걸 할 거다. 특수하게 흥미롭게 만들 거다. 골프에서는 컬러 볼을 만들지 않았나. 그럼 배드민턴에서 뭐 할 것 같나? 하하. 다양한 컬러의 셔틀콕이 나올 거다. 지금 테스트 제품 만들고 있는데 선수들도 참신하다고 얘기한다."

- 평소 어떤 신념을 가지고 있나.
"난 생각을 바꾸면 세상이 바뀐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뭔가 다르게 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 브랜드는 이미지가 중요하다. 볼빅하면 어떤 게 떠오르는 브랜드로 만들고 싶나.
"거꾸로 묻고 싶다. 언더아머 하면 어떤 게 떠오르나? 언더아머를 누가 만들고, 어떤 것부터 시작한 줄 아나? 미식축구 선수들이 땀이 많이 나니까 언더웨이를 만들었다. 그 후 다른 스포츠로 퍼져나가면서 토털 브랜드가 됐다. 불과 10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언더아머라는 브랜드를 속옷 브랜드로 기억하지 않는다. 나이키도 처음에는 토털 브랜드가 아니었다. 아디다스도 마찬가지다. 볼빅도 지금은 골프만 하지만 꾸준히 영역을 확장하다 보면 토털 스포츠 브랜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배드민턴에 이어 탁구, 테니스 등으로 영역을 넓힐 예정이다."

/올랜도(미 플로리다주)=민학수 기자, 김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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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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