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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로봇이 온다

[인터뷰] 미래학자 에이미 웹 "로봇이 기계화를 대체? '기계로서 인간'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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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나인' 저자 에이미 웹 "인간은 AI에 통제력 없다"
"AI도 극우주의, 차별에 물들 수 있어… 해법 찾아야"
"미래엔 디지털 아바타 앞세운 합성미디어 등장할 것"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앞두고 많은 미국 회사들이 이른 연휴에 들어간 12월 중순 무렵에도 미래학자 에이미 웹의 스케줄은 빽빽하게 차 있었다. 2006년 본인이 설립한 미래 예측 기관 '퓨처 투데이 인스티튜트(Future Today Institute)' 운영 및 각종 강연과 저술, 세미나, 뉴욕 스턴경영대학원 강의로 뉴욕과 볼티모어를 오가며 바쁘게 생활하고 있는 웹과 여러 차례 만날 시간을 조율했지만, 결국 "도저히 짬이 안 나서 서면 인터뷰로 대체할 수밖에 없겠다"는 응답이 돌아왔다.

웹으로부터 A4용지 6장을 빼곡히 채운 답변이 도착한 것은 이미 명절 분위기가 절정에 도달한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이었다. 인공지능(AI), 무인자동차, DNA 분석 기술 등 가장 두드러지는 미래 트렌드에 대해 웹은 통찰력 있는 답변을 제시했지만, 그 속엔 우리가 앞으로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또다른 질문거리도 담겨 있었다.

조선일보

퓨처 투데이 인스티튜트(FTI) 창업자인 에이미 웹 /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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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 vs 인간? '기계로서의 인간'도 가능?
지난해 3월 출간한 최근 저서 '빅 나인(Big Nine)'에서 웹은 '인간이 AI를 통제한다'는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일반 소비자는 AI에 아무런 통제력도 갖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아마존의 AI 음성 인식 비서 '알렉사'에게 날씨를 묻거나 음악을 틀어달라는 주문을 하면서 스스로가 AI를 제어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외부로부터 아무런 규제도 받지 않는 거대 IT 기업에 개인 데이터를 제공하는 역할에 그칠 뿐이라는 것이다. 웹은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텐센트, 바이두, 알리바바, 마이크로소프트, IBM과 애플을 AI 시대의 신(神)으로 군림할 9개 거대 기업으로 꼽았다.

-'빅 나인'이 향후 50년간 지금과 같은 양상으로 AI를 지배한다고 가정했을 때 초래할 최상과 최악의 시나리오는 무엇인가?
"최상의 시나리오는 이들이 톱다운 방식의 규제에서 벗어나 (사회의) 수많은 이해 당사자들과 협업하는 것이다. 나는 책에서 이를 위해 AI의 글로벌 규범과 기준을 세우는 단체인 '지식 증강을 위한 글로벌 동맹(Global Alliance on Intelligence Augementation·GAIA)'을 설립하자고 제안했다. 이 자율적인 시스템에선 투명성이 보장되고 정보도 쌍방향으로 흐른다. 의사 결정은 합리적이고, 소비자들도 자신의 데이터를 소유할 수 있다.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미래가) 이런 모델이라면 꽤 살 만할 것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 거대 기업들이 각자 무한 경쟁으로 치닫는 것이다. '속도'가 '안전성'보다 우선시되고, 중국처럼 외교·군사·경제 측면에서 위협이 될 수 있는 나라가 AI를 무기로 자유 세계를 위협할 것이고, 결과적으로 이것이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인간이 노동의 의무에서 해방돼 AI를 부리게 될까? 그렇지 않으면 AI가 인간을 노동 시장에서 대체해 버릴 것인가?
"왜 사람들이 미래를 '인간 대 기계'의 구도로 보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또다른 미래, 예를 들어 '기계로서의 인간(humans as machines)'도 가능하다. 우버 알고리즘은 우버 기사들에게 어디서 승객을 태우고, 얼마나 요금을 부과할지, 또 어떤 경로가 최상일지 가르쳐준다. 기사가 승객과 대화를 나누지 않는 한, 이미 이 상태로도 기사에게 인지적 역량을 발휘할 여지는 없다. 그런데 우버는 얼마 전 승객이 추가금을 내고 '컴포트(comfort)' 옵션을 선택하면 차 안에서 기사와 대화를 하지 않고 쉴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나는 오히려 이렇게 묻고 싶다. 과연 누가 인지적 업무를 수행하고, 누가 로봇의 업무를 하고 있는가?"

-우리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만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AI가 보편화될 경우 인간은 어떻게 '노동을 통한 보람'을 느낄 수 있을까?
"다시 말하지만, 왜 '로봇'이 기계화를 대체할 거라고 생각하나? 중국의 많은 (노동 집약적) 회사에선 인간이 기계로 대체되는 경우도 많다. 인간의 노동력은 에너지·비용 효율도 뛰어나다. 때문에 공장이든 로펌이든 간에 우리의 작업장은 완전한 자동화를 하지 않고 인간의 노동력 여지를 남겨 두었다.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것은 AI가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인지력을 대체하게 될 때 이를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하냐'라는 것이다."

-AI도 인종 차별, 극우주의 같은 편견에 물들 수 있을까?
"인간의 DNA는 이미 AI에 내포돼 있다. AI의 데이터, 알고리즘 만드는 방식, 결과를 도출하는 방법, AI 훈련 양식 등이 인간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AI는 이미 인간이 만든 차별로 꽉 차 있을 뿐더러, 이 차별과 편견은 단순히 인종이나 성별에 대한 것만이 아니다.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AI 개발·가동의 핵심 축 역할을 한다.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어떤 면에서는 소외되고 차별받고 있다. 좋은 소식은 이러한 사실이 이미 업계에 어느 정도 인지돼 관련자들이 해결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과 AI가 조화롭게 공존하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하는가? 아이들에겐 미래를 위해 어떤 교육이 필요한가?
"우리는 이미 AI와 공존하고 있다. 최근 몇 주간 비행기로 출장 여행을 다녔는데, 그때마다 AI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우리는 '완전한 자동화가 이뤄진 시대에 '사회'가 우리가 생각하는 현재의 이 모습 그대로 존재할까? 그렇지 않을 경우,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라는 질문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교육은 이상적 시나리오를 그리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아이들은 디지털 대응 능력 못지 않게 비판적 사고와 추론 능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과학, 수학, 테크놀로지, 엔지니어링도 중요하지만 논리, 철학, 비교문학, 종교 심지어 외국어 능력도 필요하다."

조선일보

퓨처 투데이 인스티튜트(FTI) 창업자인 에이미 웹 /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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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성 미디어의 시대가 온다?
자동화로 인해 우리 생활에서 가장 획기적으로 달라지게 될 분야 가운데 하나는 아마 자동차 등 이동 수단일 것이다. 구글은 이미 5년 내 무인 자동차를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항공 업계에서도 추락 사고 위험 부담이 적은 화물기부터 조종사가 없는 무인 항공기 도입을 고려 중이다. 이러한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경우 우리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웹은 "소형 드론과 무인 자동차가 잔디를 깎고, 공원 쓰레기를 줍고, 원뿔형 도로 표지대 설치·수거를 담당하고, 도로에 교통 표시 신호를 페인트로 그리는 등 인간이 반복적으로 했던 자잘한 업무를 수행할 것"이라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나는 지금 디즈니 영화에나 나올 법한 동화 같은 시나리오에 대해 묘사했다. 물론 디스토피아를 그린 시나리오도 존재한다. 그 시나리오에선 인간은 장을 보고, 청소를 하고 등등 습관적으로 하던 업무를 우리 주변을 끊임 없이 배회하는 무인 이동 수단에 맡긴 채 학습화된 무기력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계가 민주주의의 발전에 도움이 될까 해악이 될까?
"나는 중국, 일본에서 산 경험이 있다. 만약 중국 공산주의의 이상적인 버전과 미국 민주주의의 이상적인 버전을 놓고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왜냐하면 발전된 민주주의 속에서 아이디어가 샘솟고 모든 사람들이 성공할 기회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AI와 관련해서 생각해 보자면 그렇게 쉽게 단정할 수 없다. 페이스북에서 가짜 정보가 넘쳐 나는 것을 보라. 미국에는 '스피치의 자유'가 존재하지만, 그 스피치가 퍼지는 장소가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이라고 한다면, '과연 완전한 스피치의 자유를 허용해야 할까' 하는 논란이 생길 수 있다. 만약 '스피치'를 하는 사람들이 인간이 아닌 봇(bots)이라면, 악당이라면, 우리의 삶을 침해하기 위한 해외 정부 기관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미국에는 이에 대한 아주 단순한 해법이 있다. '명예 훼손에 해당되지 않는 한 모든 스피치는 자유'라는 것이다. 이걸로 끝이다. 하지만 실상은 이게 끝이 아니다. 현행법과 발전하는 테크놀로지에 대해 보다 더 세밀하고 심도 깊은 대화가 필요하고, 보다 적절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웹은 월스트리트저널 기자로도 활동한 적이 있다. 그에게 "미디어 산업의 미래가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을 던져 봤다. 그는 "우리는 현재 합성 미디어(synthetic media)의 시대로 향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충분히 인간이라고 믿을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하게 프로그램화되어 있는 가상의 디지털 아바타가 소셜 미디어 등 온라인에서 뉴스 수요자와 수시로 접촉하면서 뉴스 전달자 역할을 하게 되리라는 것이다. 인스타그램에서 180만명의 팔로어를 거느리고 있고, 유명 패션 모델과 패션 잡지 '보그' 화보 사진까지 촬영한 3D 가상 인물 릴 미켈라를 비롯해 3D 기술로 만든 디지털 아바타는 지금도 패션·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디지털 아바타 같은) 합성 미디어는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다. 항상 당신과 대화를 나누고, 당신이 원할 때마다 언제든 옆에서 뉴스를 들려주고, 당신이 (아바타에게) 백만 개씩 질문을 한다 해도 부끄럽다고 느끼지 않을 수 있고, 필요할 경우엔 심도 깊은 스토리도 들려 줄 테니까. 당신은 이 아바타 덕분에 더 똑똑하고, 민첩하고, 세상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됐다고 느낄 것이다. 향후 10년 내에 이런 일이 가능해 질 것이라고 본다. 다만 우려스러운 부분은 언론사나 숙련된 저널리스트가 이러한 테크놀로지 개발에 관여하는 대신 IT 업계가 이를 전담할 때 아바타가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데 동원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뇌는 정보를 '듣고' 흡수하는 데 적합하게 만들어져 있다. 가짜 뉴스를 볼 때보다 들었을 때 사람들에게 미칠 수 있는 악영향이 훨씬 더 크다."

웹은 앞으로 DNA 분석이 마케팅 시장에서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영국에선 식료품 회사가 DNA 전문가들을 배치한 팝업 스토어를 열고 소비자들의 DNA를 분석해 각자의 체질에 맞는 식품을 추천해 주기도 했다. "향후엔 이 분야가 소비자들의 건강에 최적화된 '유전자 메이크업'으로 진화할 수도 있다. 유전적 질병을 미리 제거하고 각자의 DNA에 맞게 암 치료를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에게 기업이 미래 트렌드를 읽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묻자, 웹은 이렇게 답했다. "내 관찰에 따르면, 대부분의 기업은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지고 조사를 하기보다 당장 자신들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에만 치중하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예를 들어 삼성·LG가 미래 가전 제품 트렌드를 연구하려면 단순한 기술 동향뿐 아니라 부의 재분배, 사회 구조, 공공 복지, 인구 변화 등에 걸친 거시적인 분야까지 아우르는 조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뉴욕=오윤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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