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현장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야기하는 황기철 당시 해군참모총장./해군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명예회복"… '파란 점퍼' 입고 총선 뛰겠다는 황기철, 곽상언
황기철(예비역 해군대장) 전 해군 참모총장은 최근 경남 창원 진해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 때 해군 총장을 지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하겠다고 했다. 진해는 해군작전사령부가 있는 해군의 요람 같은 곳이다. 이곳 현역 의원은 황 전 총장의 해군 선배인 김성찬 의원이다. 그도 해군 참모총장 출신이다. 그러나 김 의원은 4월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황 전 총장은 박근혜 정부 참모총장 출신이면서도 박근혜 정권의 탄압을 받은 인물로 각인돼 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해군 참모총장이던 그는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노란 리본'을 달고 해상 수색 지원 작전에 나서 화제가 됐다. 하지만 이 일로 당시 여당이었던 옛 새누리당 인사들로부터는 눈총도 받았다. 이후 그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방산비리 사건에 연루돼 구속 기소됐다가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당시 박근혜 정권 눈 밖에 나 수사를 받았다는 말도 나왔다.
경남 창원 진해는 지난 30년 간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지 못한 보수 정당의 텃밭 같은 곳이다. 다만 지난 2017년 대선 때는 문재인 대통령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보다 더 많은 표를 얻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 소속 김경수 경남지사, 허성무 창원시장에게 자유한국당 후보보다 더 많은 표를 얻어 결과를 속단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에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가 출마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곽 변호사는 지난 16일 민주당 서울시당에서 충북도당으로 소속을 변경하고, 주소지도 고향인 영동으로 옮겼다고 한다. 곽 변호사가 민주당 공천을 받아 총선에 나선다면 노 전 대통령 일가 중에서 처음으로 현실 정치에 뛰어드는 셈이다.
이 선거구 현역 의원은 한국당 박덕흠 의원(재선)이다. 2004년까지는 국회부의장을 지낸 이용희 전 의원(당시 열린우리당) 지역구였으나, 이 전 의원이 자유선진당으로 당적을 바꾼 뒤로는 현 여권이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그만큼 보수 지지세가 만만치 않은 곳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 아내인 고 육영수 여사 생가도 옥천에 있다. 그런 선거구에 곽 변호사가 뛰어든다면 충북 지역의 보수·진보 유권자들의 세 대결 양상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정만 전 대전지검 천안지청장(첫 줄 오른쪽 첫 번째)가 2003년 4월 ‘검사와의 대화’에서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씨의 행적을 공개적으로 지적했다./조선DB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정권 심판"…빨간 점퍼 입고 적진 뛰어들겠다는 이정만, 장동혁
이정만 전 대전지검 천안지청장은 지난 6일 천안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충남 천안갑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출마선언에서 "민주당은 '우물 안 개구리'"라며 "개혁의 선봉에 서겠다"고 했다.
이 전 지청장은 자유한국당 법률자문위원을 맡고 있지만, 중앙 정계에서 이름이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다. 그러나 이 전 지청장 출마 소식이 알려지자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낙선운동까지 거론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 전 지청장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악연' 때문이다. 이 전 지청장은 서울중앙지검 검사였던 2003년, 노 전 대통령이 취임 직후 가진 '검사와의 대화'에서 노 전 대통령의 친형 건평씨의 인사 관여 의혹을 거론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형님 이야기를 이런 자리에서 꺼내 대통령 낯을 깎을 이유가 있느냐"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이 전 지청장이 출마 선언을 한 충남 천안갑은 17·18·19대 총선에서 양승조 충남지사가 내리 3선을 한 곳이다. 20대 총선에선 새누리당 박찬우 전 의원이 당선됐지만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잃었고, 재보궐 선거에서 민주당 이규희 의원(초선)이 당선됐다. 다만 이 의원 역시 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과 2심에서 당선 무효에 해당하는 벌금형을 선고받고 대법원 확정판결을 앞두고 있어 21대 총선 출마가 불투명하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자(死者) 명예훼손 사건 재판을 맡았던 장동혁 광주지법 부장판사도 이번 총선에 출마할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 전 부장판사는 지난 10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전 전 대통령 재판을 1년 넘게 맡아온 그는 전 전 대통령 측이 재판 불출석 허가를 신청하자, "알츠하이머 여부를 떠나 피고인이 고령이고 경호·질서 유지에 100여명이 동원되는 점을 고려했다"며 이를 허가해 논란이 일었다.
정치권에서는 충남 보령 출신인 장 전 부장판사는 한국당 소속으로 대전 유성갑·을 등에 출마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대전 유성갑은 민주당 조승래, 유성을은 민주당 이상민 의원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선거구가 20대 총선에서 나뉘기 전 대전 유성구에서는 16대 총선에서 새천년민주당 송석찬 전 의원이, 17·18·19대 총선에선 이상민 의원이 당선된 현 여권 강세 지역이다.
[김보연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