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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LG 이형종 "다사다난 2019, 넓은 시야로 2020 맞이"[SS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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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LG 3번 이형종이 지난해 9월 1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이번스와 LG트윈스의 경기 3회초 1사 1,3루 SK 선발 소사를 상대로 3점홈런을 터뜨리고 있다. 문학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잠실=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참 많은 일이 있었다. 타자 전향 후 가장 자주 타순이 변했고 수비 포지션 또한 바뀌었다. 사실상 첫 경험이었던 포스트시즌에서는 경기 초중반 교체되며 아쉬움도 삼켰다. 그만큼 과제도 두렷해졌다. LG 외야수 이형종(31)이 보다 넓은 시야로 2020시즌을 응시하고 있다.

늘 조급했고 쫓겼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타자 전향을 다짐한 2014년 겨울부터 이형종에게 달력은 없었다. 크리스마스든 새해 첫 날이든 항상 배트를 움켜쥐었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함 속에서 매일 수 천번씩 배트를 휘둘렀다. 그러면서 약 1년 만에 타자로 1군 무대에 올랐고 2년 만에 주전 외야수가 됐다. 진화는 현재진행형이다. 공인구 변화로 타자 대부분이 고개를 숙인 2019시즌에도 이형종은 내려앉지 않았다. 2018시즌과 동일한 홈런수(13개)를 기록하며 이전보다 더 나은 활약을 했다. 2019시즌 이형종의 OPS(출루율+장타율) 0.799는 리그 전체 외야수 10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최근 잠실구장에서 만난 이형종은 2019년을 돌아보며 “1군에서 타자 전향 4년차 시즌이었다. 그런데 앞선 3년보다 4년차 한 해에 더 많은 경험을 했다.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다”며 “가장 많은 변화를 경험한 시즌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잘 이겨낸 것 같다. 많이 느끼고 배웠다”고 미소지었다. 지난해 개막 당시 이형종의 자리는 예상대로 1번 타자 중견수였다. 그러나 4월초 부상으로 이탈했고 그 사이 이천웅이 이형종의 자리를 메웠다. 부상 복귀 후에는 수시로 자리가 바뀌었다. 타순은 6번로 갔다가 3번이 됐고 수비 위치는 좌중우를 두루 돌다가 좌익수로 고정됐다. 이따금씩 지명타자로 출장하거나 플래툰을 적용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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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이형종이 지난해 10월 6일 키움과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아쉬워하고 있다. 고척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시즌 마지막 순간도 순탄치 않았다. 주전선수로 처음 맞이한 가을야구에서 경기 초중반에 벤치로 향하며 고개를 숙였다. NC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결승타 포함 4타수 2안타 2타점으로 펄펄 날았지만 키움과 준플레이오프 2차전 후반부터는 교체됐다. 3차전과 4차전은 단 두 번의 타석만 소화하고 경기를 마쳤다. 이형종은 “어디 부러져도 뛸 수 있다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다. 나도 모르게 많이 상기됐더라. 지금도 2차전 두 번째 타석 내야플라이는 기억이 생생하다. 충분히 칠 수 있는 공을 못쳤다. 공이 떨어지는 순간부터 배트에 맞고 하염없이 위로 뜬 순간까지 슬로모션처럼 머릿속에 남아있다. 거기서 잘 풀렸으면 나 뿐이 아닌 우리 팀도 제대로 분위기를 탔을텐데 많이 아쉽다”고 2회초 2사 만루에서 내야플라이로 물러난 순간을 회상했다.

한 해를 돌아보며 이형종이 내린 결론은 변화를 통한 ‘중간지점 찾기’다. 그는 “심리적인 부분은 물론 기술적으로도 중간지점을 찾고 유지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 포스트시즌처럼 너무 들뜬 상태로 경기를 치르면 힘도 많이 들어가고 결과도 내기 힘들다”며 “돌아보면 늘 쫓겼다. 타자로 전향할 때도 그랬고 포스트시즌에서도 다음 타석에 교체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너무 서둘렀다. 늘 절실했기 때문에 여기까지 왔지만 이제는 좀 넓게 바라보고 싶다”고 말했다.

겨울 훈련 강도는 높다. 이형종은 2020시즌 메이저리거 류현진과 동행하는 김병곤 트레이너와 약 10년 동안 호흡을 맞춰왔다. 겨울마다 김병곤 트레이너가 설립한 스포사 피트니스에서 웨이트 트레이닝과 밸런스를 다잡는 훈련을 하고 있다. 이형종은 “지금까지는 여름마다 루틴을 바꾸곤 했다. 여름에는 웨이트 트레이닝 시간을 크게 줄였다. 올해부터는 일 년 내내 운동량을 유지할 계획이다. 기복을 줄이는 데에 이게 더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타격론도 정립했다. 이형종은 지난해 레그킥시 다시 다리를 높이 들었다. 장타로 초점을 맞췄지만 마냥 홈런을 의식할 생각은 없다. 이형종은 “사실 잠실구장을 쓰지 않았다면 과감하게 홈런 위주의 타격을 했을 수 있다. 지난해 다른 타자와 비교하면 홈런도 어느정도 나왔다. 하지만 잠실에서는 홈런타자가 되는 게 쉽지 않다”라며 “잠실에서는 인플레이 타구를 많이 만드는 게 중요하다. 강한 스윙, 내 스윙을 하면서 컨택에도 집중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내 스윙을 하다보면 홈런도 어느정도 따라올 것이란 믿음이 있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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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이형종이 지난해 10월 3일 잠실 구장에서 진행된 2019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 NC와의 경기에서 0-0으로 맞선 1회 2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는 적시타로 출루하고있다. 잠실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팀을 향한 자신감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자신은 물론 동료들도 새 시즌을 맞이하며 눈높이가 달라졌다. 이형종은 2020시즌을 바라보며 “팀 전력이 잘 유지됐다. 아팠던 투수들이 돌아오면서 보강도 됐다. 자연스럽게 팀 케미스트리도 자리를 잡았다. 서로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소통도 잘 된다. 팀 전체로 봤을 때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며 “재미있는 시즌이 될 것 같다. 타자 전향 후 가장 느낌이 좋은 시즌이다. 나 뿐만 아닌 동료들도 비슷한 생각이다. 우리도 이제는 좀 세졌다는 느낌이 든다. 시즌 중 위기야 당연히 찾아오겠지만 개의치 않고 잘 돌파할 자신이 있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마지막으로 이형종은 박용택, 김용의, 그리고 윤진호 코치를 향한 고마움을 표시하며 이들을 롤모델로 삼을 것을 강조했다. ‘광토마’라는 별명 답게 그라운드 위에서 누구보다 뜨겁게 달리는 것은 물론 팀케미스트리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것도 자신의 임무라고 다짐했다. 그는 “이제는 팀 전체를 바라보는 시야도 생긴 것 같다. 주장인 (김)현수형과 용택이형을 잘 도와주는 시즌을 만들고 싶다. 중간다리 역할을 잘 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20대에는 나부터 잘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앞으로는 용택이형, 용의형, 그리고 진호 코치님의 리더십을 잘 배우고 조합하는 게 목표다. 용택이형의 늘 꾸준히 준비하는 모습, 진호형과 용의형처럼 분위기 띄우고 동료들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을 배우겠다. 선배님들은 뒤에서 밀고 후배들은 잘 끌면서 우리팀이 더 끈끈해지는 데 도움이 되겠다”고 ‘윈 팀’을 만드는 윤활유 역할도 마다하지 않을 것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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