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파생결합펀드)나 라임 사태 때문에 고객이 은행을 믿지 못해요. 펀드 갈아타라고 하면 당장 '수수료 더 떼려고 그러냐' 한다고요."
지난달 18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 15층. 신한은행 WM그룹장(부행장), IPS(투자·상품·서비스) 기획부장, 리스크공학부장, 소비자보호부 팀장 등 상품·서비스 담당 책임자 12명이 모인 가운데, '투자상품협의회'가 열렸다. 어떤 금융 상품을 개발해 고객에게 판매할지 결정하는 자리다. 분기마다 한 번 있는 회의지만, 이날은 어느 때보다 분위기가 무거웠다. 지난해 금융계를 흔든 DLF·라임자산운용 사태로 은행에 대한 고객 신뢰가 바닥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집 나간 고객 잡아라… 새해에는 '3S'로
협의회에선 DLF 사태 이후 정부가 내놓은 소비자 보호 대책이 먼저 테이블에 올랐다. 손실 위험이 크고 고객이 이해하기 어려운 '고난도 금융 상품'을 팔려면 앞으로는 나이에 관계없이 모든 고객을 상대로 녹음하고 숙려 기간을 줘야 한다.
지난달 18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 15층. 신한은행 WM그룹장(부행장), IPS(투자·상품·서비스) 기획부장, 리스크공학부장, 소비자보호부 팀장 등 상품·서비스 담당 책임자 12명이 모인 가운데, '투자상품협의회'가 열렸다. 어떤 금융 상품을 개발해 고객에게 판매할지 결정하는 자리다. 분기마다 한 번 있는 회의지만, 이날은 어느 때보다 분위기가 무거웠다. 지난해 금융계를 흔든 DLF·라임자산운용 사태로 은행에 대한 고객 신뢰가 바닥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집 나간 고객 잡아라… 새해에는 '3S'로
협의회에선 DLF 사태 이후 정부가 내놓은 소비자 보호 대책이 먼저 테이블에 올랐다. 손실 위험이 크고 고객이 이해하기 어려운 '고난도 금융 상품'을 팔려면 앞으로는 나이에 관계없이 모든 고객을 상대로 녹음하고 숙려 기간을 줘야 한다.
![]() |
/일러스트=김성규 |
왕미화 WM그룹장은 새해 투자 상품의 키워드로 '스리에스(3S)'를 제시했다. 첫째 'S'는 심플(Simple), 무엇보다 쉬운 상품이다. 은행원도 제대로 이해 못 하고 팔 정도로 어려운 상품은 절대 금물. 고객에게 얼마나 쉽게 설명할 수 있는지를 따져 쉬울수록 상품 추천 때 더 높은 점수를 주기로 했다. 불완전 판매 소지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둘째 'S'는 세이프(Safe), 안전성을 강조한 상품이다. 원금 최대 손실률이 당국이 정한 기준 20%를 넘지 않으면서 고배당·리츠(REITs) 펀드처럼 또박또박 수익이 나오는 인컴형 상품, AI(인공지능) 기반 자산 배분 펀드나 해외 채권형 펀드 등이 여기 속한다.
마지막 'S'는 '소셜(Social)' 즉 사회적 책임 추구 펀드다. 이런 펀드는 매출이나 수익성 외에도 ESG(환경, 사회 책임, 지배 구조) 측면에서 우수한 기업을 골라 투자하고, 주주 제안 등을 통해 기업 가치 향상에 적극 나선다. 선진국처럼 우리나라에서도 곧 이런 투자 트렌드가 자리 잡으리라 보는 것이다.
신한은행 투자상품협의회는 그동안 반기에 한 번 했던 공모 자산 운용사 평가를 앞으로는 수시로 하기로 했다. 외부에서 조달하는 상품이 제대로 된 회사에서 만드는 것인지 더 꼼꼼히 보기 위해서다. 계열사 펀드도 성과가 나쁘면 칼같이 추천 목록에서 빼버리고, 고객 자산 규모와 상관없이 수익률로 PB(프라이빗 뱅커) 성과를 평가하는 방법으로 집 나간 고객을 다시 붙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찬구 IPS기획부장은 "신한은행은 새해부터 모든 PB센터 평가 때 고객 수익률 배점을 종전 10%에서 30%로 높이는 등 고객 수익률을 평가와 직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조직 개편 화두도 소비자 보호
1만~2만여 명을 거느린 은행 조직도 소비자 보호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DLF 사태로 홍역을 치른 KEB하나은행은 지난달 26일 조직 개편을 통해 겸직 체제로 운영하던 소비자보호그룹장과 손님행복본부장을 독립 배치하기로 했다. 투자상품서비스(IPS)본부도 신설해 상품 전문성을 강화한다. 본부 산하 투자전략부에서는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 하나금융경영연구소, 하나금융융합기술원이 뽑아내는 데이터 기반 '하우스 뷰'를 도출해 최적화된 모델 포트폴리오와 추천 상품을 결정하게 된다.
DLF 사태 이후 신설한 '손님투자분석센터'도 IPS본부에 배치했다. DLF 기초 자산인 독일 국채 수익률이 급락하는데도 계속 판매해 손실을 키웠는데,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고객 수익률에 비상이 걸리는 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판매를 중단하는 '붉은 깃발(Red-flag) 프로세스'도 도입한다.
KB국민은행도 지난달 27일 자산 관리(WM)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투자상품서비스(IPS)본부와 신탁본부를 통합해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등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CCO)의 독립성과 금융 소비자 보호 조직 강화를 위해 소비자 보호 전담 본부도 신설하고, ESG 이행 기능 강화를 위해 현 소비자브랜드전략그룹을 ESG 총괄 조직으로 재편했다.
김은정 기자(ejkim@chosun.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