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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연재] 경향신문 '베이스볼 라운지'

[베이스볼 라운지]꼴찌 한화·롯데 희망의 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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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강정호가 뛰었던 피츠버그는 1992년을 마지막으로 20년 동안이나 가을야구에 실패했다. 과거 화려했던 철강도시 피츠버그는 미국 내 제조업의 몰락과 함께 쇠락했다. 야구도 함께 추락했다. 성적이 나쁘니까, 관중수가 줄고, 수입이 줄어드니 좋은 FA 선수를 데려올 수 없었다. 다시 성적이 나빠지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구단 성적을 ‘구매’하는 길은 단순했다. 팀 승리와 직결되는 ‘승리투수’와 승리를 위해 필요한 ‘득점’이 가능한 ‘강타자’를 데려오면 됐다. 그래서 에이스와 강타자는 비쌀 수밖에 없다. 마이크 트라우트는 12년 4억3000만달러에 에인절스와 연장 계약했고, 게릿 콜은 9년 3억2400만달러에 양키스와 FA 계약을 했다. LA 다저스의 2019년 개막 엔트리 연봉 총액이 2억600만달러였다.

KBO리그는 돈을 떠나 선수를 데려올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뛰어난 선수의 숫자가 적을뿐더러 FA 제도에 제약이 많다. 팀 성적을 끌어올리고 싶어도, 방법이 없다. 재능있는 선수의 육성과 성장은, 어쩌면 ‘간절한 기도’가 가장 좋은 방법일 정도로 변수가 많다.

가난한 구단 피츠버그가 20년 만인, 2013년 가을야구에 오른 것은 ‘역발상’ 덕이었다. 피츠버그는 투수들의 땅볼 유도와 내야수의 시프트로 실점 억제에 나섰고, 결국 성공했다.

희망은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갖고 있는 것을 지키는 데서 시작한다. 2020 KBO리그의 희망 역시 ‘지키기’에서 나온다. 2019시즌 9위 한화와 10위 롯데의 가장 큰 문제는 투수들이 잘 못 던지고, 타자들이 결정적일 때 못 치는 게 아니었다. 두 팀의 가장 큰 문제는 엉망진창 수비였다.

한화의 수비효율(DER·인플레이 타구 중 아웃 확률)은 0.665, 롯데는 0.660이었다. 공인구의 변화로 타격 관련 수치가 뚝 떨어진 가운데 리그 평균 DER이 0.661에서 0.681로 크게 올랐지만 한화와 롯데는 DER에서 9위, 10위였다. 1위 두산의 DER이 0.698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한화와 롯데 투수진은 매일 울어도 시원찮은 신세였다.

잠잠한 스토브리그 속에 팀 전력에 큰 변화가 없어 보이지만 두 팀은 희망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용규가 돌아온 한화는 중견수 이용규, 우익수 호잉으로 외야의 축을 잡는다. 한화는 외야 타구 처리율이 2018시즌 39.2%로 두산(40.3%)에 이어 2위였지만, 2019시즌 8위(41.5%)로 떨어졌다. 호잉은 중견수 수비 부담이 타격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격수 하주석이 무릎 부상에서 돌아오면 2루수 정은원과 이루는 키스톤 콤비의 안정감도 커진다.

롯데는 아예 공격을 버리고, 수비를 택했다. 운동능력이 뛰어난 강로한과 고승민을 외야로 돌렸다. 전준우-민병헌-손아섭으로 이어지는 외야진은 공격력이 막강하지만, 외야 타구 처리율 38.1%로 최악의 조합이었다. 중견수 강로한, 1루수 전준우는 롯데 수비력을 탈바꿈시킬 수 있는 조합이다. 외인 유격수 딕슨 마차도는 아예 공격을 포기한 선택이다. 수비만 되는 야수를 싼 가격에 영입했다. 롯데 투수진의 땅볼 유도가 리그 1위인 점을 고려하면 ‘전문 유격수’ 마차도는 투수진 전체를 살릴 수 있는 카드다. 3루수 한동희의 부담도 사뭇 줄어든다. 여기에 롯데의 FA 안치홍 영입은 팀 전체 공격력을 업그레이드시킨다.

야구팬들에게 겨울은 ‘희망’의 계절이다. 희망은 쌓는 게 아니라 지키는 데서 나온다. 꼴찌 탈출 경쟁을 벌인 두 팀의 방향이 나쁘지 않아 보인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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