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일각 "제3지대 신당 출현하면 판세 바뀐다"⋯ '안철수 간판론'도 재등장
4·15 총선을 3달 남겨두고 더불어민주당의 압도적 우세가 예상됐던 호남 지역 판세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압도적 지지도와 다르게,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적지 않은 군소 야당 현역 의원들이 민주당 후보들에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4년전 20대 총선 때 호남 지역에서 돌풍을 일으킨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정계 복귀를 선언하면서 호남 지역 총선 판도가 출렁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016년 4월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전통적 정치적 기반인 호남에서 안철수 전 의원이 이끈 국민의당 돌풍에 휘말려 참패했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문 대통령은 호남 지역 지지율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문 대통령이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로 취임했던 2015년2월 호남 지지율은 29%로 시작해 4·29 재·보선 참패 직후 10% 중반대로 떨어졌고 그해 10월 초에는 한 자릿수로 떨어지며 고전했다.
문 대통령은 20대 총선 직전인 2016년 4월 8일 광주를 찾아 "호남에서 지지를 얻지 못하면 대선에 불출마하고 정계에서 은퇴하겠다"고 선언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그 총선에서 민주당은 총 28석이 걸린 호남(광주·전남·전북)에서 단 3석만 건졌다. 안철수 전 대표의 국민의당은 호남에서 23석을 얻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20대 총선에서 공천 파동에 휘말린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을 누르고 원내 1당에 올라섰다.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를 거치면서 2017년 5·9 대선에서 문 대통령이 승리했다. 문 대통령은 이후 호남 지역에서 70%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대선을 거치면서 국민의당은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등으로 쪼개졌다. 민주당이 4월 총선에서 호남 지역 의석을 대거 탈환해 승리를 일궈낸다는 그림을 그려온 것도 이런 정치 지형과 맞물려 있다.
지난달 29일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안신당 광주시당 창당대회에서 천정배, 유성엽, 장병완, 최경환 의원(왼쪽 두 번째부터) 등이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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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광주MBC와 뉴시스 광주전남본부, 무등일보가 지난달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의 압도적 우세를 장담하기 어려운 결과가 나왔다. 이들이 여론조사업체 한국갤럽에 의뢰해 광주·전남 지역 18개 선거구를 대상으로 지난해 12월 16일부터 27일까지 선거구별로 각각 하루씩 19세 이상 성인에게 4·15 총선을 앞두고 출마가 예상되는 후보자 가상 대결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1.0%포인트)를 실시한 결과, 광주 북갑(무소속 김경진 의원), 전남 목포(대안신당 박지원 의원), 전남 여수갑(무소속 이용주 의원), 전남 여수을(바른미래당 주승용 의원), 전남 고흥·보성·장수·강진(평화당 황주홍 의원), 전남 해남·완도·진도(대안신당 윤영일 의원) 등 6개 선거구에서 민주당 후보가 비(非)민주당 현역 의원들에게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하면 된다.
민주당은 지난해 말 내부적으로 실시한 비공개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거의 호남 전 지역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광주·전남 18개 선거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6곳에서 군소 야당이나 무소속 현역 의원들에 밀리는 것으로 나타나자 당황하는 기색도 엿보인다. 선거를 3개월여 남겨둔 시점에서 실시된 여론조사이긴 하지만 이런 흐름을 돌려놓지 않으면 4월 총선에서 호남 의석을 대거 탈환해 압도적 원내 1당 자리를 차지하려던 전략이 꼬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광주시당 위원장인 송갑석 의원은 통화에서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하면 민주당 후보가 역전할 것으로 본다"면서도 "지지도가 높은 비민주당 현역 의원에 맞서 이기기 위해 광주·전남에서 4~6곳 정도에 경쟁력 있는 후보를 전략공천할 필요가 있을 수도 있다"고 했다.
반면 호남 지역을 기반으로 한 군소 정당들은 고무된 분위기다. 20대 총선 때 국민의당 돌풍을 경험한 이들 사이에서는 호남 지역 민심을 잡을 수 있는 새로운 '제3지대 신당'이 출현할 경우 4월 총선에서도 해볼만 하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대안신당 장병완 의원은 "작년 연말 여론조사를 보면 '지지후보가 없다'는 응답이 많았는데 호남 유권자들에게 민주당이 마뜩치 않다는 뜻"이라며 "인물 위주로 뽑아야 한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어 제3지대 신당이 성사되면 호남 지지를 결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바른미래당과 대안신당, 평화당, 무소속으로 흩어져 있는 호남 지역 비(非)민주당 정치 세력이 제3지대 신당으로 통합돼 민주당과 일대일 구도를 만들면 20대 총선과 같은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2017년 5월 8일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대전시 중앙로에서 마지막 유세를 하고 있다. /조선일보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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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게 쪼개진 호남 기반 야당들 사이에서 하나로 뭉쳐야 4월 총선에서 승산이 있다는 데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문제는 호남을 공략할 제3지대 신당의 '간판'이 될 구심점이 현재로선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 호남 지역 군소 정당 의원들이 다시 관심을 갖는 인물이 안철수 전 대표다. 실제 안 전 대표가 소속돼 있던 바른미래당 호남계 의원은 물론, 안 전 대표와 정치적으로 갈라 섰던 대안신당 의원들도 최근 안 전 대표 측과 접촉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사이에서는 안 전 대표를 매개로 이른바 '국민의당 시즌2'를 만들어 4월 총선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비민주당 호남 의원들이 안 전 대표를 간판으로 내세워 한 깃발 아래 뭉치고, 새 인물을 영입하면 4년 전처럼 '국민의당 바람'을 재현할 수 있다는 기대다. 호남 지역의 한 군소 정당 관계자는 "제3지대 신당을 구축할 만한 얼굴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안 전 대표가 귀국하면서 비민주당 계열의 호남 정치 세력이 다시 뭉치는 흐름이 형성될 수 있다"고 했다.
조만간 귀국할 안 전 대표가 바른미래당이나 군소 정당 호남 지역 의원들과 다시 손을 잡을지는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다만 재작년 6월 서울시장 선거 패배 이후 1년반 동안 정치를 떠나 있었던 안 전 대표가 총선을 3개월 남겨둔 시점에서 군소 정당 호남 지역 의원들이 자신을 중심으로 뭉치겠다고 나서는 걸 거부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적잖다. 한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대선을 내다보면 호남에만 의존해선 곤란하지만 호남 지지 없이 안 전 대표가 정치 재개를 도모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안 전 대표가 호남 정치인들이 중심이 된 제3신당 간판으로 나서는 것보다는 더 큰 그림을 그릴 것이란 관측도 있다. 안 전 대표가 지난 대선 이후 바른정당의 유승민 의원과 바른미래당을 창당하는 과정에서 박지원 등 대안신당 의원들과 갈라서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기 때문이다. 안 전 대표와 국민의당 창당에 관여했던 한 인사는 "중도를 표방했던 안 전 대표가 보수 정체성을 강조해온 유승민 의원과 손잡은 배경에는 호남계 의원들에 대한 불신도 작용했는데, 단순히 총선을 치르기 위해 다시 그들과 손잡을지는 불투명하다"고 했다. 20대 총선 때와 달리 호남 지역의 문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이 높다는 점에서 호남계 제3 신당의 파괴력도 장담하기 어렵다. 오히려 안 전 대표가 귀국 후 중도·보수 대통합에 참여할 가능성도 거론되는 것도 변수다.
[손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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