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가 "김현종, 靑안보실 권력싸움서 밀려났다"
'자주파' 최종건과 노선 갈등… 文, 내주 靑인사때 교체도 검토
김현종〈사진〉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최근 총선 출마 의사를 밝힌 것으로 2일 알려졌다. 김 차장은 최근 대북(對北) 정책과 제재 문제 등을 두고 최종건 평화기획비서관과 갈등을 빚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다음 주로 예정된 총선 출마 청와대 참모들에 대한 인사 때 김 차장 교체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가에서는 "김 차장이 안보실 내부 권력 싸움에서 밀려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김 차장이 총선 출마 의사를 밝히고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총선 출마도 있지만 최근 안보실 내부 갈등과도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차장은 통상 전문가로서 정치보다는 정책 분야에서 주로 일해왔다. 2016년 총선 때 인천 계양 출마를 준비했지만 노무현 정부 때 한·미 FTA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시민단체들이 반대해 총선 출마가 무산됐었다.
게다가 김현종 차장은 작년 대북 정책은 물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파기 등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주도하는 등 실세(實勢)로 떠올랐다. 그랬던 김 차장이 총선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여권에선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김 차장의 총선 출마는 작년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 이어 최근 최종건 비서관 등과의 갈등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대북 제재를 놓고 남북 관계에 우선을 두자는 최 비서관과 한·미 동맹에 무게를 두자는 김 차장이 갈등하면서 최 비서관이 사표까지 낸 것으로 알려졌다. 비서관이 자신의 상관인 2차장과 갈등 때문에 사표까지 낸 것은 이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신년 인사회에서 "남북 관계에서 운신의 폭을 넓히겠다"며 최 비서관 등 자주파 노선의 손을 들어줬다. 결국 노선 투쟁에서 밀려난 김 차장이 총선 출마를 명분으로 청와대를 나오게 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이 김 차장의 사의를 수용할 경우 외교·안보 정책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김 차장의 총선 출마 의사를 문 대통령이 수용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다음 주 서울 구로을 출마 의사를 밝힌 윤건영 국정기획상황실장을 포함한 일부 청와대 참모들을 교체할 예정이다. 김 차장이 총선에 출마하려면 총선 출마 공직자 사퇴 시한인 오는 16일까지 그만둬야 한다.
여권 관계자는 "김 차장이 총선 출마 의사를 밝혔다고 공천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른 총선 출마 희망자들과 동일하게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차장과 갈등을 빚었던 최종건 비서관은 지난 1일 페이스북에 "나를 숨기는 일, 그것은 참모의 운명"이라며 일종의 반성문을 썼다.
[정우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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