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안철수 페이스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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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2일 귀국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정계 복귀를 선언했다. 안 전 대표는 지난 2018년 6·13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고 그해 9월 독일로 건너가 해외에 머물러 왔다. 지방선거 패배 1년반만에 총선 3개월여를 남겨두고 정치 일선에 복귀하겠다는 것이어서 독자세력화를 통해 4월 총선에 뛰어들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을 주축으로 한 보수대통합과 함께, 4월 총선에서 새로운 변수로 등장한 것이다.
◇돌아오는 安, 유승민과는 다른 길 갈 듯
안 전 대표가 4·15 총선에서 어떤 방식으로 참여할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안 전 대표도 작년 해외로 건너간 이후 자신의 정치적 구상이나 일정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더불어민주당과 범여권 군소야당이 지난달 말 제3당에 다소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 준(準)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선거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한 직후 정치 복귀 의사를 밝힌 점에 정치권은 주목하고 있다. 지난 2016년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당을 창당해 호남과 비례대표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38석을 하며 3당으로 올라섰던 안 전 대표가 이번 총선에서도 다시 3당 깃발을 들고 나서겠다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안 전 대표 측에 따르면, 그는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이끄는 새로운보수당에는 합류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안 전 대표는 바른정당을 이끌던 유 전 대표와 함께 작년 1월 통합해 바른미래당을 창당했다. 그러나 당 운영 방식 등에서 이견을 노출했고, 정치적으로는 이미 통합 이전 상태로 돌아갔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또 안 전 대표는 '개혁 중도' 내지 '중도 진보' 노선을 표방해왔다. 그런 안 전 대표가 보수를 전면에 내세우고, 자유한국당과의 보수대통합까지 염두에 둔 새보수당에 합류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과거 안 전 대표와 가까웠지만 보수대통합 참여를 검토 중인 한 인사는 "작년 11월 안 전 대표에게 메신저로 반(反)문재인 야권 통합 참여에 대한 의향을 물었지만 끝내 답하지 않더라"고 했다.
◇바른미래당 복귀보단 제3의 길 갈 가능성 커
안 전 대표가 유 전 대표와 정치적으로 함께 하지 않는다면 남는 선택지는 두가지다. 바른미래당으로 복귀해 당을 재정비한 뒤 총선을 치르거나, 아니면 새로운 제3당 창당에 나서는 길이다.
이와 관련, 최근 바른미래당 내 안철수계 의원들은 손학규 당대표에게 안 전 대표 복귀를 위해 최고위원단 해체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요구했다. 당을 '손학규 체제'에서 '안철수 체제'로 바꾸기 위한 공간을 열어달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안철수계의 이태규 의원은 "안 전 대표가 돌아와 역할을 하려면 손 대표 체제는 물러나야 하므로 최고위 해체와 비대위 구성을 주장하는 것"이라고 했다. 손 대표도 지난달 말 안철수계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안 전 대표가 바른미래당으로 돌아오면 전권(全權)을 넘기고 자신은 대표직에서 물러날 수 있다고 시사했다.
하지만 손 대표는 "나의 사퇴가 모든 것의 전제는 전혀 아니다"며 안철수계 의원들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또 자신이 안철수계 의원들을 만나 사퇴 의사를 밝혔던 것에 대해선 "안 전 대표 측이 먼저 돌아올 길을 열어 달라고 해서 제안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안 전 대표 측근인 김도식 전 비서실장은 "손 대표가 본인의 정치 입지 때문에 진흙탕질을 시도하고 있다"고 반발하면서 안 전 대표가 손 대표와 함께 하려는 생각은 아닌 것 같다는 관측이 나온다.
◇혁신·통합, 과감한 기득권 청산 내건 제3신당 가능성
이 때문에 안 전 대표가 안철수계 의원들과 함께 바른미래당을 떠나 중도층을 겨냥한 제3신당 창당에 나서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4월 20대 총선에서 안 전 의원이 이끈 국민의당은 정당 득표율 26.7%를 기록해 민주당(25.5%)을 앞질렀다.
현재 정치권에서 안 전 대표와 정치적 미래를 함께 할 수 있는 이른바 안철수계 의원들은 7명 정도로 꼽힌다. 또 지난 총선 때 국민의당 소속으로 호남 지역에서 당선된 일부 바른미래당 현역 의원들도 안 전 대표와 총선을 도모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이들은 호남계 의원 10명이 주축이 된 대안신당에 합류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안 전 대표는 과거 바른미래당 창당 과정에서 갈라선 대안신당 의원들과는 '구원(舊怨)'이 있다. 하지만 남은 기간 정치적 상황 변화에 따라 호남 지역 의원들이 구원에 얽매이지 않고 안 전 대표가 주도하는 새판짜기에 동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달 17일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에서 "(안 전 대표가) 안티가 많이 늘어나긴 했지만 여전히 팬이 상당히 많다"며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25% 넘는 지지를 기록할 수 있게 한 중도 기반이 유권자들에게 그대로 있고, 그들이 집결한다면 지역구는 약해도 정당 지지율로는 꽤 폭넓은 중도 세력을 규합할 수 있다"고 했다.
안 전 대표가 이날 자신의 정계 복귀를 알리며 쓴 페이스북 메시지에서도 그가 어떤 총선 구상을 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 있다. 그는 이날 "우리나라의 정치는 8년 전 저를 불러주셨던 때보다 더 악화되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대한민국은 장차 어떻게 될지 암담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대한민국의 부강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국민의 행복을 위해 존재한다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며 "국가혁신과 사회통합, 그리고 낡은 정치와 기득권에 대한 과감한 청산이 필요하다"고 했다. 혁신과 통합, 낡은 정치와 기득권 청산을 내건 그가 총선전에 뛰어들겠다는 점은 분명해졌다.
[김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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