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 `프듀` 사태 5개월만 공식사과…#피해보상안 #아이즈원·엑스원 계획 내놨지만[MK현장]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CJ ENM이 자사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X101' 조작 논란 5개월 만에 대표이사 명의의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연습생 및 시청자가 입은 피해에 대한 보상 및 프로그램을 통해 얻은 수익을 K팝 발전을 위한 펀드 기금으로 내놓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정작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현재 논의 중이라 밝히기 어렵다"고 원론적인 답변만을 내놨다.

CJ ENM은 30일 오후 3시 서울 상암동 CJ ENM센터 2층 멀티 스튜디오에서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리즈 순위 조작 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날 허민회 CJ ENM 대표이사는 "저희 엠넷과 관련한 일련의 사태로 모든 분들께 큰 실망을 안겨드린 점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 이번 사태는 변명의 여지 없이 저희의 잘못이다. 대표이사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거듭 사죄드린다"고 사과했다.

허 대표이사는 "큰 실망을 안겨드린 점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 특히 데뷔라는 꿈 하나만 보고 모든 꿈과 열정을 쏟았던 연습생들이 받은 상처를 생각하면 너무 마음 아프다. 정말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어 "소중한 시간 쪼개 문자투표 참여해 준 팬들과 시청자에게도 죄송하다. 이번 사태는 변명의 여지 없이 우리 잘못이다. 대표이사로서 거듭 책임 통감하고 있다. 거듭 사죄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피해 연습생 위한 실질적 보상책 논의

허 대표이사는 "'프로듀스' 시리즈 등 엠넷의 오디션 프로그램 관련 순위 조작으로 피해를 입은 연습생에 대해서는 저희가 반드시 책임지고 보상하겠다"며 "금전적 보상은 물론 향후 활동지원 등 실질적 피해구제를 위해 관계되는 분들과 심도 있게 논의해 필요한 조치들을 시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보다 구체적인 방안과 조치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질의응답에 나선 신윤용 커뮤니케이션 담당은 "피해 연습생에 대해 할 수 있는 지원은 금전적 보상과 향후 활동 지원 두 가지 밖에 없는데, 아직 피해 연습생이 특정되지 않은 상태고 기획사 협의도 있어야 하는 만큼 이 자리에서 구체적으로 설명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문자 투표에 참여했던 시청자에 대한 보상책도 마련 중이다. 신 담당은 "문자투표 한 시청자 역시 피해자가 맞다. 환불 요청시 환불 계획을 갖고 있다"며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프로그램 관련 수익 K팝 발전 펀드 기금 '환원'

순위조작 관련 프로그램을 통해 엠넷에 돌아온 이익과 함께 향후 발생하는 이익까지 모두 내어놓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허 대표이사는 "약 300억원 규모의 기금 및 펀드를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 기금 및 펀드의 운영은 외부의 독립된 기관에 맡겨, 음악산업 생태계 활성화와 K팝의 지속 성장을 위해 쓰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하용수 CJ ENM 경영지원실장은 기금 및 펀드 조성 예정 금액에 대해 "향후 아이즈원, 엑스원 발생 가능 이익을 모두 포함한 금액이다. 향후 금액은 추정이기 때문에 정확하진 않지만, 300억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서 이익이라 함은, 기획사 쪽에서 분배받는 것을 제외한 CJ ENM의 이익"이라며 "CJ가 경영권을 갖고 있지 않은 외부 기획사에 불이익이 되는 것은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CJ ENM은 "방송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시청자위원회 설치, 윤리강령 재정비 및 교휵 강화 등 필요한 조치들도 빠르게 취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아이즈원-엑스원은 잘못 없어…기존 멤버로 조속 활동 재개

아이즈원과 엑스원 활동 재개 계획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허 대표이사는 "모든 책임은 우리에게 있다. 아이즈원 엑스원 활동 재개 위해 모든 것을 지원하겠다. 멤버들의 심적 고통과, 팬들의 의견 종합적으로 고려해 아이즈원 엑스원은 빠른 시일 내에 활동할 수 있도로 지지하겠다"면서 "두 그룹의 향후 활동 위해 얻는 엠넷 이익은 모두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기획사와의 협의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후 기자회견에 나선 신 담당은 "엑스원 활동 재개 관련 아직 소속사와 협의 중이다. 아직 확정된 결과가 나오진 않았다. 멤버들의 소속사에서 원하는 방향에 대해서는 충분히 의견 반영, 고려해 협의하고 있다. 그게 확정되는대로 다시 한 번 알려드리겠다"고 밝혔다.

멤버 교체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신 담당은 "아이즈원과 엑스원 모두 아무 잘못 없다. 그런데 본인 의사와 관계 없이 활동도 안 되고 있는데 이로 인한 심적 고통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팬들도 이들의 활동을 지지하는 이들이 많아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일단은 기존 멤버로 활동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문제의 '프듀' 원데이터 확보 불가…왜?

이날 현장에서는 문제가 된 문자 투표 데이터 관련 질의도 뜨거웠다. "숫자나 집계된 내용에 대해 확실한 자료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고 밝힌 신 담당은 CJ ENM 차원에서 문자 투표 데이터 확보가 되지 않는 점에 대해서는 "납득되지 않겠지만 이해 부탁드린다. 우리도 내부적으로 조사하면서, 확인 안 되는 부분에서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신 담당은 "온라인 문자투표 집계가 실시간으로 이뤄지다 보니 제작진 일부만이 그걸 보고 판단한 것 같다. 이후 확인을 해도 숫자가 정확하지 않고 자료가 불완전하다 보니, 데이터 확보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프듀'의 경우, 데이터를 개인 PD들이 가지고 있었는데, 그 부분들에 대해 확보를 못 했다. 그나마 있는 것도 불완전한 자료다. 확인한 자료가 너무 안 맞아서 피해자, 수혜자를 판단하기에 어려움이 있어 수사 의뢰를 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하 실장은 "결과치는 있는데, 외부 집계된 원본 확인이 필요하다. 그런데 외부 회사에 요청해 조회하는 과정이 실무적으로 난이도 있는 부분이 있었다"며 "수사 기관에서 공정성 신뢰성 가지고 외부 데이터까지 확인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부연 설명했다.

향후 원 데이터가 확보된다 해도 공개 여부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신 담당은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나 수혜자 밝히는 일은, 피해 보상에 도움드리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재판 과정이나 수사 과정에서 혹시라도 수혜자나 피해자가 확인되더라도, 그걸 밝히는 게 또 다른 피해를 나타낼 수 있어서 공개하지 않을 계획이다"고 밝혔다.

또 신 담당은 CJ ENM 전체의 문제 아닌 프로그램 관계자들의 "개인 일탈"이라고 못박으며 "꼬리 자르기라고 하는데,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 담당은 "우리가 조사에 한계가 있어서 수사 의뢰한 것이지, 회사 차원에서 책임질 게 있다면 적극적으로 책임질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프로듀스 101' 시리즈의 조작 의혹은 지난 7월 종영한 시즌4 '프로듀스X101' 최종회에서 처음 제기됐다. 누리꾼들은 Mnet 측이 공개한 1위부터 20위까지의 득표 숫자가 모두 특정 숫자의 배수로 설명된다는 분석을 내놓으며 투표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시청자들은 진상규명위원회를 꾸려 제작진을 사기 혐의로 고소하고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경찰은 '프로듀스X101' 제작진 사무실과 문자 투표 데이터 보관업체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으며, 제작진 주거지 등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프로듀스X101' 뿐만 아니라 '프로듀스48', '아이돌학교' 등 CJ ENM이 제작한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도 비슷한 의혹이 포착돼 충격을 안겼다.

이달 초 국회에 제출된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메인 연출자 안준영 PD는 '프로듀스' 전 시즌에서 순위를 조작했고 시인했다. 시즌1에서는 1차 탈락자 결정 과정에서 투표 결과를 임의로 바꿔 순위를 조작했고, 시즌2에서는 특정 연습생을 데뷔조에 포함되도록 순위를 올리고 다른 연습생을 순위권 밖으로 밀어냈다. 또 시즌3 아이즈원의 경우 생방송 전 데뷔할 연습생 12명을 미리 정해둔 것으로 알려졌으며, 시즌4 엑스원 역시 최종 데뷔 조 11명의 순위를 조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안준영 PD와 김용범 CP는 업무방해,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상태다.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보조 PD 이모 씨, 배임증재 등 혐의를 받는 연예기획사 관계자 5명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남겨졌다. 이들에 대한 지난 3일 공판준비기일을 시작으로 내년 초부터 본격 진행될 예정이다.

1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안준영 PD, 김용범 CP 측은 검찰의 공소 사실을 대체로 인정했다. 향후 재판은 연습생들에 대한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비공개로 진행될 전망. 다만 진상규명위는 CJ ENM을 피해자로 규정한 검찰의 공소사실에 반발, 항고장을 제출한 상태다.

psyon@mk.co.kr

사진｜강영국 기자, 스타투데이 DB, 엠넷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