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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크 생물학연구소(Salk Institute for Biological Studies)/사진=wikimedia |
[효효 아키텍트-16]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솔크 생물학연구소(Salk Institute for Biological Studies)는 미국 내에서도 독립적이고 진취적인 연구기관으로 꼽힌다. 노벨상 수상자만 6명을 배출했다. 이 연구소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3m에 달하는 연구실 천장 높이.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한 연구소 설립자 조너선 솔크는 1960년 미국으로 망명한 러시아계 유대인이란 공통점을 가진 루이스 칸(Louis Kahn·1901~1974)에게 오래된 성당에서 자신의 연구 아이디어가 떠오른 점에 착안해 "천장이 높은 곳에서 창의적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방문객은 뒤쪽 도로에서부터 이 건물에 진입하게 된다. 몇 개의 계단을 밟고 올라서면 두 개의 건물 사이에 대리석이 깔린 커다란 중정이 나온다. 양측 건물에는 창문이 보이지 않는다. 창문 없는 건물을 프레임으로 하여 보이는 태평양의 모습은 공간을 엄숙하게 만든다.
대리석 중정의 중심선상에 있는 작은 분수에서 나온 물은 좁은 수로를 통해서 태평양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이 수로를 따라 걸어가 바다를 본 후에 뒤를 돌아보면, 좀 전까지 창문 없던 건물의 얼굴이 모두 태평양을 향해서 열린 창문으로 가득 찬 반전을 보게 된다.
당초 루이스 칸은 대리석 광장을 나무가 많은 정원으로 만들고자 했으나 멕시코 건축가 루이스 바라간(Luis Barragan·1902~1988)의 충고를 듣고서 나무를 모두 제거하는 디자인으로 급변경했다. 바라간이 칸에게 한 "당신이 만약 중정에서 나무를 모두 없앤다면 하늘을 건물의 입면으로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충고는 건축계의 가장 유명한 크리틱이다. 루이스 바라간의 작품은 건조한 대지와 강렬한 빛을 특징으로 하는 멕시코 자연 환경과 조화되는, 그림을 그리듯 빛과 색감으로 건축을 그려낸다.
루이스 칸의 건축철학은 형태-질서-디자인(Form-Order-Design), 서비스 공간(Servant and Served Space), 침묵과 빛(Silence and Light)이 핵심 개념이다. 공간의 구조는 빛에 의해서만 정의되고, 생명력 있는 자연광의 공간만이 진정한 공간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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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엑시터 도서관(Phillips Exeter Academy Library) /사진=wikimedia |
미국 동부 뉴햄프셔주 필립 엑시터 도서관(Phillips Exeter Academy Library·1965~1972)은 정사각형 건물 모서리 면에 어느 곳에서나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입구가 있다. 그는 도서관의 본질에 대해 고민했다. 내부는 동심원 구조로 만들어 중심에는 아트리움과 라이브러리로 주공간을 만들고, 주공간을 둘러싼 회랑에 자연광이 충만한 열람실을 만들어 부공간으로 만들었다. 평범해 보이는 건축 외피는 학교 건축과 같은 재료인 붉은 벽돌로 마감해 주변 환경과 잘 어우러지게 했다. 이 도서관은 칸의 가장 성공적인 디자인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텍사스 동북쪽에 있는 댈러스(Dallas) 가까운 곳 포트워스(Fort Worth)에 있는 킴벨 미술관은 부호 케이 킴벨(Kay Kimbell) 부부가 만든 미술관이다. 킴벨 재단은 LA카운티미술관 관장을 지낸 리처드 브라운을 초대 관장으로 초빙해 새 미술관 신축 임무를 맡겼다. 루이스 칸에게 설계가 맡겨진 미술관은 1969년 공사가 들어가 1972년 완성됐다. 이후 소장품이 늘어나자 새 건물은 길 건너에 따로 지었다. 이 새로운 루미너스 파빌리온은 건축가 렌조 피아노(Renzo Piano·1937~ )의 작품이다.
킴벨 아트 뮤지엄 본관은 원통형 외형과 아치를 통해 만들어내는 리듬감과 아늑함으로 '고대와 현대가 조화를 이룬 최고의 건축물'이란 극찬을 받기도 하지만 '콘크리트로 만든 비닐하우스'란 악평을 받은 논란에 서기도 했다. 시내 주요 건물들의 조망권을 해치지 않기 위해 전체적으로 낮게 설계되었다. 삭막해 보이는 콘크리트 외벽과 달리 내부는 기능성을 극대화시킨 디자인이란 평가를 받는다. 천장을 W 모양으로 한 이유는 빛이 들어오면 반사가 되고 또 반사가 된 빛이 미술관을 밝히게 만들었다.
루이스 칸은 1920년부터 1924년까지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에콜 데 보자르(Ecole des Beaux-Arts)식 건축을 공부하고, 유럽에서 고전 건축을 연구했다. 1937년 필라델피아에 사무소를 열어 조지 하우(George Howe) 등과 함께 '카버 코트 주거단지'를 설계하였고 이어 도시 재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칸의 언어와 건축은 감성적이고 직관적이며 시적이다. 그의 건축의 본류는 태양 아래 빛나는 고대 피라미드나 파르테논이며, 두꺼운 벽과 그 틈에 빛을 가진 중세의 것이다. 이를 근대의 재료와 구법으로 현대에 구현한 것이다. 그가 드러내놓은 것은 건축이 결코 기계를 닮아 기능을 수행하거나, 사람의 동선을 조정하게 하는 것이어서는 안된다. 그저 건축이 그 자체로 존재하며, 그 존재로 인해 사람들이 영감을 받게 하고, 공동의 선을 의식하게 하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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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국회의사당(Parliament House of Bangladesh) /사진=wikipedia |
말년의 작품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 있는 국회의사당은 기하학적 도형 사용, 자연광의 극적인 도입, 건축 기본 자재인 콘크리트와 벽돌 사용으로 칸만의 독특한 건축을 창출하였다. 이 건축물은 1960년대에 구상되고 1970년대에 계획을 세웠으며 칸의 사후 1983년에 와서야 완공되었다. 건물의 파사드 외벽은 노출 콘크리트를 사용하였다. 벽을 이중으로 하여 이슬람 국가에 짓는 건축물이라는 점을 의식, 원, 삼각형, 직사각형 등의 개구부를 뚫어서 Solid(견고한 공간)와 Void(텅 빈 공간)의 기학학적 대조를 연출하였다. 내부는 중앙의 원형 공간에 본회의장을 두고, 주변에 마름모꼴이 되도록 부속 공간을 배치한 평면이다. 원형 공간 상부는 볼트(Vault·둥근 천장)의 연속으로, 빛의 연출로 이슬람 건축 어법을 활용했다는 평가다.
[프리랜서 효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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