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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인수

아시아나항공 매각 협상 시한 27일로 연기…금호·HDC 줄다리기 이어져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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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배상한도 등 곳곳에 ‘암초’…협상 시한 27일로 연장
"HDC, 자금난 빠진 금호산업 상황 모를 리 없어…거세게 압박할 것"
HDC, 3000억원은 아시아나항공 자산 담보로 차입…실질 지출은 ‘제로’

금호산업(002990)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매각 조건을 둘러싼 금호와 HDC현대산업개발(294870)(HDC)의 협상이 당초 시한인 12일을 넘기게 됐다. 양측은 협상 시한을 27일 전후로 미뤘다. 금호산업이 보유한 지분 가격뿐만 아니라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 공급 업체 선정 과정에서 금호그룹 계열사 지원을 부당하게 요구하면서 발생한 법적 분쟁 처리 비용 등에 대한 이견이 크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HDC가 채권단에 쫓겨 연말까지 아시아나항공을 팔아야 하는 금호산업의 처지를 이용해, 지나치게 압박을 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2일 항공업계와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금호산업과 HDC-미래에셋 컨소시엄은 당초 이날로 예정된 배타적 협상 시한을 이달 넷째주(27일)까지 연장해 우발적 채무 등에 따른 손해배상한도 등에 대한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앞서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은 지난달 12일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을 선정하면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한 달 간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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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산업과 HDC현대산업 컨소시엄이 벌이는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위한 주식매매계약(SPA) 협상에서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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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금호와 HDC는 이른바 ‘구주(舊株)’라 불리는 금호산업이 보유한 지분과 현재 진행되고 있는 법적 분쟁에서 발생하는 비용 분담 문제 등을 놓고 이견이 커 협상 시한을 연장키로 했다.

◇ 舊株 가격 이어 공정위 과징금 분담 놓고 이견

구주 문제는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구주 6868만 8063주(31.05%)에 대한 가격 책정을 둘러싼 이슈였다. 금호 측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참작한 4000억원대를 주장해왔다. 현대산업개발은 3200억 이상은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양 측간 줄다리기가 이어졌지만, 결국 금호는 HDC가 제시한 금액을 받아들였다. HDC는 인수 금액 2조5000억원 가량의 인수금액 가운데 금호산업에는 3200억원만 지급하고, 나머지 2조1800억원은 아시아나항공의 자본 확충에 쓰게 된다.

양 측이 구주 가격 책정에 합의하면서 협상은 8부 능선을 넘은 듯 보였지만, 손해배상한도에서 또다시 의견이 엇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HDC는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 사건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부당 지원 혐의가 인정된 만큼 향후 리스크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징금 등 관련 제재가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 현대산업개발은 특별손해배상한도를 최소 10% 이상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2017년 아시아나항공에 기내식을 공급해왔었던 루프트한자 자회사 LSG는 아시아나항공이 계약 갱신을 빌미로 금호홀딩스가 발행하는 1600억원 어치의 전환인수권부사채(BW)를 매입할 것을 요구했었다며, 불공정거래 및 부당한 계열사 지원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했다. LSG가 이를 거부하자 아시아나항공은 중국 하이난항공그룹 계열사인 게이트고메코리아와 30년짜리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하이난항공그룹은 금호홀딩스의 BW 1600억원 어치를 인수했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산업을 재인수할 때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금호터미널을 지주사로 싸게 넘겼다는 의혹도 손해배상한도에 반영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반면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금호 측은 10%는 과도하다며 난색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보유한 용역업체 계약 문제도 협상 대상이다. 금호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지원 서비스를 맡는 용역업체들에 대한 계약을 3년 연장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케이알(KR)·케이에이(KA)·케이오(KO) 등 아시아나항공 용역 업체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일감을 받아왔지만, 아시아나항공이 매각되면서 용역업체 근로자들의 고용이 위협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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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지난달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본사 대회의실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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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난 리스크 비용 금호에 떠넘기는 HDC

이러한 협상 과정에 대해서 재계와 항공업계는 HDC가 이미 드러난 문제를 인수 비용에 산입하지 않고, 대신 협상에 들어가서 금호산업 부담으로 몰아가는 전략을 펴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LSG의 공정위 고발 문제 등은 이미 사건에 대한 사실관계나 과징금 예상 규모 등이 분명한 사건인데, 이를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입찰에 반영하지 않고 이제서야 ‘리스크를 지지 않겠다’고 나오는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HDC가 내년 초 차입금을 상환해야 하는 금호산업과 박삼구 회장의 처지를 이용해 실질적인 인수가를 깎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IB 관계자는 "HDC가 금호 측이 내년 초 차입금을 상환해야 한다는 것과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했을 리 없다"며 "자금 부족에 시달리는 금호 측의 상황을 이용해 압박을 가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구주 매입 대금을 제외한 나머지 2조1800억원은 HDC 계열사로 편입되는 아시아나 항공에 남아, HDC 입장에서 실질적인 지출이 아니기 때문이다. HDC는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뒤 아시아나항공 자산을 담보로 30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발행할 계획이다. 사모펀드(PEF)가 기업을 인수할 때 피인수기업 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차입매수 기법을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HDC가 실제로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들이는 돈은 ‘제로(0)’에 가깝게 된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구주 대금으로 금호 지주사인 금호고속 차입금 등을 상환해야 한다. 금호고속은 내년 4월 산업은행에 1300억원의 차입금을 상환해야 하지만 자금이 부족하다. 이에 금호산업은 현대산업개발에 자산총액 5500억원 규모의 금호리조트 지분을 요구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업계 관계자들은 연내 매각이 무산될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금호 측 사정이 다급하기 때문이다. 앞서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4월 아시아나 발행 영구채 5000억원을 인수하면서 연내 매각이 무산되면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고 매각 주도권을 넘겨받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금호 입장에서는 최대한 이번 달 안에 협상을 매듭지으려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양 측이 협상 건마다 평행선을 달려 예정된 12일 협의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중론이었다"며 "12월 넷째주까지도 협상이 쉽지만은 않겠지만, 올해 안에 체결은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최지희 기자(h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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