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적한 주택가 골목길, 차량 한 대가 지나가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자전거 한 대가 튀어나온다. 차량은 운전자가 개입하기 전에 카메라, 레이더 등 자율주행 센서를 통해 상황을 파악한 뒤 스스로 멈춰 선다. 한편 한 청년은 유럽 여행을 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콜로세움 경기장에 들어가고, '진실의 입'에 손을 넣어 본다. 사실 이 청년은 현재 병상에서 가상현실(VR)을 통해 유럽 여행을 하고 있다.
영화 속에서만 존재할 것 같은 상상 속의 서비스가 5세대(5G) 이동통신을 통해 우리 생활에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5G는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 인프라로,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연관 기술 진화와 결합돼 산업 혁신을 견인하는 등 우리 삶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1일 우리나라가 5G 첫 전파를 발사한 지 1년이 지났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민간과 정부가 준비해 온 덕분에 세계 최초의 5G 상용화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이통 강국임을 자부하게 됐고, 5G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 급증했다.
모든 것이 순조롭지는 않았다. 5G 상용화 초기에는 통화 품질 논란이 있었지만 기업과 정부가 협력해 기지국 확충 및 음영 지역 해소로 통화 품질을 개선, 이제는 전 국토에서 모든 국민이 5G를 누릴 수 있도록 올해 말까지 80개 시·도까지 커버리지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5G는 기업간거래(B2B) 관점에서 4G와는 다르게 다양한 산업과 융합해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다. 이제는 통신 속도 경쟁뿐만 아니라 5G 융합서비스 분야에서 세계 최고를 향한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다. 이미 국내 이통사는 전 산업 분야와 협력하며 스마트공장, 조선소, 병원, 건설 등에 5G를 접목해서 세계를 선도할 융합 모델을 발굴하고 있다.
우리의 5G는 세계 최초 의미를 넘어 세계 최고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5G 장비, 단말과 같은 이통 제조 산업의 급성장은 물론 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은행(IBRD) 등 글로벌 주요 단체와 여러 국가에서 한국을 방문해 5G 서비스 기술을 경험하는 등 명실상부한 5G 선도 국가로서의 위상을 높여 가고 있다.
지난달 25~26일 부산에서 열린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 우리 5G 기술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아세안) 정상들에게 소개하는 좋은 기회를 가졌다. KT 5G, AI 기술이 적용된 미래형 스마트공장·스마트홈·스마트오피스를 선보여 아세안 전역에 스마트팩토리 확산 가능성을 알렸다. 또 행사 장면을 5G SUPER VR를 통해 실시간 관람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세계 최초 5G 상용 국가의 위상을 드높였다. 아세안 정상들은 우리 5G 기술에 대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고, 각국 대표단은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모든 것이 연결되고 융합되는 5G 시대는 국경 구분이 없는 글로벌 경쟁 시대다. 이제는 세계 최초 5G 상용화라는 타이틀에 안주하지 말고 세계 각국의 관심과 이목이 집중되는 지금의 기회를 잘 살려 우리의 5G 디지털 영토를 넓혀 나가야 한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신남방·신북방은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의 땅이다. 우리의 5G 기술과 혁신 서비스 역량을 바탕으로 각국의 데이터, 우수한 인력, 기술이 결합하는 다양한 교류 협력을 통해 5G 글로벌 패권 경쟁을 주도하는 리더로 나서야 한다.
2000년대 초반의 세계 최초 CDMA 상용화는 우리를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으로 성장시킨 원동력이었다. 오늘의 5G는 우리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선도국, 디지털 강국으로 이끌어 갈 것이다. 기업과 정부가 협력해서 5G 기반의 국가 혁신 성장을 주도해 나간다면 글로벌 리더로 도약하는 날은 그리 멀지 않았다.
김희수 KT 경제경영연구소 소장 heesu.kim@k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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