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미국 부품 없어도 그만, 미국 R&D센터 중단”
폼페이오 국무 “삼성 5G 장비, 화웨이보다 고품질”
전세계 스마트폰 판매시장에서 1위 삼성전자를 바짝 따라붙고 있는 2위 화웨이가, 애플 아이폰의 최대 협력사인 대만 폭스콘에 자사 스마트폰 5천만대 생산을 요청하고 내년 스마트폰 목표 출하량을 3억대로 잡았다. 5G(5세대 이동통신) 폰을 필두로 내년에 삼성전자를 따라잡겠다는 도전장을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화웨이는 삼성과 경쟁하고 있는 5G 망에서도 폭스콘에 전체 5G 장비물량을 발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경제일보>는 3일 소식통을 인용해 화웨이가 최근 대만 폭스콘(훙하이 정밀공업) 쪽에 5G 스마트폰 5천만대 이상을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생산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화웨이의 내년도 5G 스마트폰 생산 전량을 맡긴 것으로 알려진다. 글로벌 시장에서 최신 5G 단말기는 아직 틈새시장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5천만대는 어마어마한 물량이다. 화웨이는 또 내년 스마트폰 출하량 목표치를 올해보다 20% 늘어난 3억대로 잡고 부품업체에 충분한 부품 확보를 미리 요청했다.
정보기술(IT) 분야 시장조사업체 ‘가트너’ 집계를 보면 지난 3분기 전세계 스마트폰시장 점유율은 삼성(20.4%)에 이어 화웨이(17.0%)가 바짝 뒤쫓고 있다. 톱5 브랜드 중에 대부분이 작년 3분기 대비 판매량이 감소했으나 화웨이만 유독 26%(5221만8천대→6582만2천대) 급증했다. 미국이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려 미국산 반도체 공급을 제한하고 있음에도 거대 자국시장 판매가 늘어난 덕분이다.
화웨이는 미-중 경제패권 다툼의 최선봉에 서 있는 거대 기업이다.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시엔엔>(CNN)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의 제재에도 세계 1위 스마트폰 업체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화웨이 쪽은 퀄컴 칩 등 미국산 부품은 “있으면 좋지만 꼭 필요한 건 아니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 화웨이가 최근 출시한 플래그십 스마트폰 ‘메이트 30’에는 미국산 부품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저널은 “화웨이는 미국산 부품 없이도 스마트폰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미국 기업이 화웨이와 다시 거래를 재개하려 해도 너무 늦었을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5G망 일부 장비와 관련해서도 화웨이는 전체 물량을 폭스콘에 발주한 것으로 알려진다. 미국의 ‘반화웨이 동맹전선’ 구축과 관련해 런정페이는 이날 캐나다 일간 <글로브 앤 메일>과 인터뷰에서 “유럽에 새 공장을 지어 5G 망 장비 생산에 나설 생각이다. 화웨이 연구개발센터도 미국에서 캐나다로 이전할 계획”이라며 또한번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다. 화웨이는 미국 연구개발센터 인력을 600명가량 줄여 250명 정도만 현재 남아 있다. 이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기고한 글에서 “유럽연합은 ‘화웨이의 5G 망 기술이 다른 대안들보다 더 낫고 저렴하다’는 말을 신뢰하지 말라”며, “한국 기업인 삼성이 그렇듯 (스웨덴) 에릭슨, (핀란드) 노키아와 같은 유럽 기업들도 고품질과 가격경쟁력을 갖춘 5G 장비들을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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