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풀라는 강기정 정무수석에
黃 "우리가 요구한 지소미아 유지 일부 받아들여졌다" 평가
어젯밤엔 청와대 앞에서 밤새워
황 대표는 이날 입장을 따로 내지 않았다. 다만 황 대표는 청와대 강기정 정무수석과 만나 "우리가 요구해온 지소미아 유지가 일부 받아들여졌다"고 했다. 강 수석은 정부 공식 발표 5분 전인 이날 오후 5시 55분쯤 황 대표를 찾아 일본에 대한 지소미아 종료 통보의 조건부 효력 정지와 WTO 제소 절차 정지를 결정한 정부 방침을 전했다. 그러자 황 대표는 "지소미아가 폐지되는 것은 안 된다"고 다시 강조했다. 이에 강 수석은 "양국 간 논의는 하되 우리는 언제든 지소미아를 종료시킬 수 있다. 이건 우리의 권리"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강 수석은 황 대표에게 "단식도 해주고 촉구도 해주니 협상하는 데 한편으론 지렛대도 되고 있다는 평가도 내부에서 있었다"고 했다. 황 대표의 단식 투쟁이 일본과의 협상에 긍정적 작용을 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강 수석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단식 중인 황 대표에게 대통령의 뜻이라며 25일 한·아세안(ASEAN) 특별정상회의 환영 만찬 참석을 요청했다. 그러면서 "대표님 단식을 풀어주십사…, 감안 좀 해달라"고 했다. 황 대표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청와대 앞 단식 농성장에서 긴급 간담회를 열고 향후 대여 투쟁 방향을 논의했다. 투쟁 동력을 이어가야 한다는 여론이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당 내부에서는 "청와대도 대표의 단식 투쟁을 '협상 지렛대'라고 한 만큼, 국민 뜻을 반영한 투쟁이 효과가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당이 지소미아 종료 유예 결정 직후 "국가 안보를 걱정한 국민의 승리"라고 공식 입장을 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공수처법·선거법 등이 원내 이슈인 만큼 국회로 투쟁 장소를 바꿀 것을 황 대표에게 건의했다. 그러나 황 대표가 청와대 앞 철야 단식 투쟁을 완강히 고수해 청와대에서 100m 떨어진 사랑채 앞에서 침낭을 깔고 농성을 이어갔다. 황 대표는 이날 밤 9시쯤 청와대 앞 농성장을 떠나 국회로 향하는 듯했으나, 다시 청와대로 돌아왔다. 황 대표는 앞으로도 청와대 앞 단식 농성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선거법·공수처법 모두 청와대가 결단해야 할 문제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청와대 턱밑에서 요구를 전달하겠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교안 오빠' 지칭하며 단식 조롱… 與 이종걸 페북 글 논란
한편, 더불어민주당 이종걸〈사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황 대표를 '교안 오빠'라고 지칭하면서 비꼬는 글을 올려 논란을 빚었다. 두 사람은 경기고 72회 동창으로 40년 지기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보낸 서한처럼 꾸민 것인데 "교안 오빠, (저와) 일언반구 상의도 없이 단식하시면서 야당 탄압이라는 주장에 국민이 공감 안 해요"라며 "단식은 오빠 속만 괴롭히는 위장(胃腸) 탄압"이라고 썼다. 그러자 한국당 이만희 원내대변인은 "여성을 희화화하는 명백한 성희롱으로 민주당의 윤리적 마비"라고 했다.
[이슬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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