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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2017 WS 우승' 휴스턴의 사인훔치기, 효과가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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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사진] 2017년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휴스턴 애스트로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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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길준영 기자] 2017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사인 훔치기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휴스턴은 2017년부터 전자기기를 활용해 상대팀의 사인을 훔쳤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휴스턴에서 뛰었던 투수 마이크 파이어스가 언론을 통해 사인 훔치기 의혹을 폭로했고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공식 조사에 들어간 상황이다. 휴스턴의 A.J. 힌치 감독을 비롯해 당시 휴스턴 벤치 코치였던 보스턴 레드삭스 알렉스 코라 감독, 당시 휴스턴 선수로 뛰었던 뉴욕 메츠 카를로스 벨트란 감독이 조사 대상에 올라있다.

그렇다면 휴스턴의 사인 훔치기는 실제로 효과가 있었을까. 2016년 휴스턴은 724득점으로 아메리칸리그 8위에 머물렀다. 타율 13위(0.247), 출루율 8위(0.319), 장타율 10위(0.417), OPS 9위(0.735), 홈런 9위(198)로 대부분의 타격지표에서 리그 중하위권에 위치했다.

그런데 2017년 휴스턴은 986득점으로 리그 1위에 올랐다. 여기에 타율(0.282 1위), 출루율(0.346 1위), 장타율(0.478 1위), OPS(0.823 1위), 홈런(238 2위) 등 각종 지표에서 모두 최상위권을 차지하며 메이저리그 최강 타선으로 탈바꿈했다.

특히 삼진%가 극적으로 변했다. 휴스턴은 2016년 삼진% 23.4%로 메이저리그 27위에 그쳤다. 하지만 2017년에는 17.3%로 가장 낮은 삼진%를 기록했다. 1년만에 가장 삼진을 많이 당했던 타선이 가장 삼진을 잡이 어려운 타선으로 변신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만 본다면 휴스턴 타선은 사인 훔치기에 큰 도움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단순하게 생각했을 때 투수가 어떤 공을 던질지 미리 알 수 있다면 삼진을 잘 당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여러가지 사실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6년 휴스턴과 2017년 휴스턴은 타선을 구성하는 타자부터가 차이가 있다. 2016년 휴스턴의 타석수 상위 9명의 타자에는 에반 게티스(25.5%), 콜비 라스무스(29.0%), 제이슨 카스트로(32.7%), 카를로스 고메스(31.0%) 등 삼진 비율이 높은 타자들이 대거 포함됐다.

반면 2017년에는 게티스의 타석이 대폭 감소했고 라스무스, 카스트로, 고메스는 팀을 떠났다. 그 빈자리를 채운 것은 조쉬 레딕, 마윈 곤잘레스 등 삼진을 잘 당하지 않는 타자들이다.

물론 단순히 선수단 구성이 변해서 휴스턴의 삼진%가 극적으로 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기존에 있던 타자들도 삼진%가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기 때문이다. 조지 스프링어(23.9%→17.6%), 알렉스 브레그먼(24.0%→15.5%), 카를로스 코레아(21.1%→19.1%) 등 주축 타자들의 삼진%는 대체로 낮아졌다. 그렇지만 호세 알투베(9.8%→12.7%), 제이크 마리스닉(26.7%→34.7%) 등 오히려 삼진%가 높아진 타자들도 있었다.

휴스턴은 홈구장에서 사인 훔치기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2017년 휴스턴은 홈경기에서 OPS 0.812, 삼진% 16.7%를 기록했다. 원정경기에서는 각각 0.834, 17.9%를 기록했다. 홈구장에서 사인 훔치기가 일어났다는 것을 감안하면 생각보다 극적인 차이는 나지 않았다.

전자기기를 사용해 사인을 훔친 것은 분명 지탄받을 일이다. 만약 현재 제기된 의혹이 모두 사실로 드러난다면 휴스턴은 중징계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사인 훔치기의 부정함과는 별개로 얼마나 효과가 있었느냐에는 의문 부호가 따른다. 어쩌면 사인 훔치기는 생각보다 특별한 효과가 없을지도 모른다. /fpdlsl72556@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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