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정근우가 지난 9월 23일 잠실 LG전에서 6-0으로 앞선 6회 3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는 적시타로 출루한 뒤 하이파이브를 하고있다. 잠실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국가대표 2루수 경력을 자랑하는 정근우(37)가 LG의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는다. 롯데 거포 채태인(37) 또한 SK로 이적했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18명의 선수가 움직였다.
KBO리그 10개 구단은 20일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2차 드래프트에 임했다. 지명 결과는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이번 2차 드래프트에서 앞서 한 구단 관계자는 각 팀에서 작성한 40인 보호명단을 바라보며 “모든 팀들이 유망주를 지키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이름값 높은 즉시전력감은 많은데 유망주는 적다. 즉시전력감을 원하는 팀들이 적극적으로 지명하지 않을까”라고 전망한 바 있다. 실제로 어느정도 커리어를 쌓은 선수들이 대거 이동했다. 정근우와 채태인 외에도 이보근(33), 이해창(32), 백청훈(전 백인식·32), 김세현(32) 등이 나란히 팀을 옮겼다. 한 때 팀의 주축이었던 이들이 소속팀의 세대교체란 명분하에 2차 드래프트 40인 보호명단에서 제외된 것이다.
이에 따라 즉시전력감을 통한 전력강화를 바라본 팀들은 적극적으로 지명권을 행사했다. 한화, NC, LG, SK가 3라운드 지명권을 모두 사용한 가운데 네 팀 모두 30대 선수 위주로 지명권을 사용했다. SK 손차훈 단장은 “그동안 2차 드래프트를 네 차례하지 않았나. 성공사례를 데이터 팀에서 검토했다. 유망주는 성공 확률이 15%에 그쳤다. 반면 즉시전력감 자원은 67%가 나왔다. 선수마다 기량 차이는 있지만 팀에 도움이 되는 건 즉시전력감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LG 차명석 단장 또한 “류중일 감독님께서 즉시전력감을 원하셨다. 애초에 1라운드는 투수, 2라운드는 야수, 3라운드는 좌완으로 가기로 설정했고 다행히 그대로 지명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롯데 채태인이 지난 4월 6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 7회 대타 출전해 역전 2타점 2루타를 치고 있다. 사직 | 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
SK와 LG는 2차 드래프트를 통한 전력강화에 성공할 확률이 높다. SK는 파이어볼러 김세현과 장타력이 있는 채태인을 데려와 팀컬러를 보다 확실하게 다졌다. LG는 부족한 불펜 사이드암과 좌완 자리를 백청훈과 김대유로 보강했고 약점인 2루에 정근우를 기용할 계획이다. 차 단장은 정근우가 2루수로 부활할 가능성을 두고 “감독님께서 2루가 가능하다고 판단하셨다. 우리에 필요했던 우타 대타감을 찾은 것은 물론 주전 2루수 경쟁자도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름값 높은 베테랑들이 이동했지만 2차 드래프트에 붙은 물음표는 더 커져버렸다. 당초 2군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한 취지로 설립한 2차 드래프트가 이전에는 유망주를 사고파는 ‘신예선수 거래의 장’이 됐고 저연차 선수 보호조항(1·2년차 자동보호)이 생긴 후에는 베테랑 정리수단으로 전락했다. 베테랑의 높은 몸값과 떨어진 기량에 부담을 느끼는 구단들이 적극적으로 이들을 2차 드래프트 시장에 내놓으면서 본래 취지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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