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與의원들 만나 "당내 갈등 우려, 필요하다면 악역 맡겠다"
출마 준비중인 靑출신 50여명, 내부선 "신인 영입에 걸림돌"
양정철〈사진〉 민주연구원장이 내년 총선과 관련해 "청와대 참모 출신부터 희생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11일 전해졌다. 여권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양 원장은 최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10여명과 만찬을 한 자리에서 "청와대 출신 출마자가 너무 많아 당내 불만과 갈등 요소가 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양 원장은 "청와대 출신 출마 희망자 중에는 승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람도 많지만, 별다른 기여도 없이 청와대에 좀 있었다는 것만 내세워 출마하려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벼슬을 했으면 헌신을 해야지 특혜는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이어 "원칙적으로는 (누구든) 경선하면 되지만, 나와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이 불출마를 결심한 이유 중 하나가 청와대나 대통령을 팔아 덕을 보려는 사람들에게 필요하면 악역이라도 할 생각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출신 일부의 총선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양 원장은 백 전 비서관과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에 대해서도 '험지'인 경북 출마를 계속 설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 원장은 지난 20대 총선 때도 자기가 불출마하면서 차성수(당시 금천구청장) 민형배(당시 광주 광산구청장) 김영배(당시 성북구청장) 등 친문 인사 일부를 불출마로 유도했다. 이번에도 자기가 직접 나서서 청와대 출신들의 '희생'을 요구하는 '악역'을 맡을 생각이라는 것이다. 당 지도부도 청와대 출신 출마자가 너무 많아 고민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양 원장은 만찬을 함께한 의원들에게 "한 석이라도 더 이기기 위해서는 피도 눈물도 없고, 어떤 온정도 없이 (지역에서) 무조건 이길 수 있는 사람이 후보가 돼야 한다"는 말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 이기려면, 지난 총선에서 한국당이 했던 것과 무조건 정반대로 가야 한다"며 "원팀으로 단결하고 죽기살기로 절박하게 임하지 않으면 결코 쉽지 않은 싸움"이라고 했다. 당 관계자는 "양 원장이 최근 이재명 경기지사, 김경수 경남지사 등과 만난 것도 '원팀' 전략을 구체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실제로 청와대 출신 총선 출마자가 '난립'하면서 곳곳에서 불만이 나오고 있다. 현재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청와대 출신 인사는 현재 50여명선에 이른다. 청와대 참모 출신과 지역구 경선에서 맞붙는 한 현역 초선 의원은 "정권 초기 청와대 이력 자체가 혜택인데, 왜 험지로 가지 않고 당선 가능성이 큰 지역에 도전하느냐"고 불만을 표시했다.
청와대 출신들이 50개 가까운 지역구에 도전장을 내면서 외부 신인 영입도 어려워지고 있다는 우려도 적잖다. 민주당 입장에선 앞으로 야당과 인재 영입 경쟁을 벌여야 하는데, 청와대 출신이 문 대통령과 인연을 앞세워 먼저 지역에 말뚝을 박고 있다는 것이다. 여당 관계자는 "이러면 어떤 외부 신인이 당에 들어와 지역구 출마를 하려 하겠느냐"고 했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청와대 출신 출마자들이 당내 이런 비판 기류를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청와대 출신 출마자 사이에선 거꾸로 불만이 터져 나온다. 한 청와대 출신 인사는 "당이 마련한 공천 시스템은 당원들과 접촉이 많은 현역이 크게 유리한데 청와대 출신들만 혜택을 받는 것처럼 부각하는 건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황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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