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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인수

HDC가 아시아나 인수한다면… "기대 반 우려 반의 시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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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대산업개발)이 다소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인수에 성공할 경우 현대산업개발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항공업 경험이 없는 상황에서 빚이 많은 회사를 인수하는 것인데,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상황이다.

8일 금호산업에 따르면 지난 7일 매각주관사인 크레디스위스(CS)가 아시아나항공과 계열사 매각의 본입찰을 마감한 결과, 적격 인수후보인 HDC컨소시엄, 애경컨소시엄, KCGI컨소시엄이 모두 참여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현대산업개발 주가는 8일 곤두박질쳤다. 전날보다 7% 넘게 하락해 장을 마감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재무적투자자(FI)인 미래에셋대우와 함께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HDC컨소시엄은 본입찰에 2조5000억원에 가까운 인수가를 써낸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 아시아나항공 매각 금액은 구주 인수액 약 4000억원에 신주 발행 금액 등을 더해 총 1조5000억~2조원쯤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애경컨소시엄은 HDC컨소시엄보다 수천억원이 적은 금액을 써낸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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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현대산업개발 본사 건물.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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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산업개발은 국내 건설사 중에서도 높은 수익성과 탄탄한 재무구조를 자랑하는 회사다. 국내 주택사업 비중이 90%에 육박해 환율이나 유가 등 대외변수의 영향을 덜 받는 편이다. 2018년 말 기준으로 현금성 자산을 1조3526억원 보유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11.4%로, 대형 건설사 중 최고 수준이었다.

현대산업개발은 최근 수년 동안 비건설 분야에 적극적으로 진출했다. 인수합병(M&A)과 파트너십 등을 통해 서울 용산아이파크몰과 신라아이파크면세점 등 유통업과 호텔사업에 진출했다. 현대산업개발이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관심을 갖는 이유도 유통·레저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기술 진입 장벽이 높은 플랜트 같은 건설업종에 새로 진출하기보다 M&A 등을 통해 새로운 분야를 공략하는 셈이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경우, 10조원에 육박하는 부채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이다. 아시아나항공은 부채비율만 900%에 가까운데다 고금리 부채 비중이 높은 구조다. 고가의 항공기를 구입하거나 빌려서 사용하는 항공사의 특성상 해외 부채 비중이 큰데, 올해 달러 대비 원화 가치까지 하락하면서 이자 부담이 늘었다. 모기업인 금호산업의 신용도가 나빠지면서 금리가 더 높은 단기차입금 비중도 50%까지 늘었다.

건설업계 전문가들은 현대산업개발의 행보를 우려 섞인 시선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빚투성이 회사를 무리하게 인수했다가 수렁에 빠진 전례들도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해야 하는 처지인 금호산업도 과거 대한통운(현 CJ대한통운)을 무리하게 인수한 게 독이 됐다. 현대산업건설의 주가가 크게 내린 이유도 이런 맥락이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건설 담당 연구위원은 "본업인 도시개발사업 경쟁력이 탄탄한 상황에서 사업다각화를 하는 것도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보지만, 무리한 투자는 지양하는 편이 낫지 않겠느냐"면서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전부 또는 일부 인수하더라도 대규모로 자본을 추가로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현대산업개발의 부채비율이 급격히 늘어날 것이 우려스럽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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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이 장거리 노선용으로 새로 도입한 에어버스 A350 기체. /아시아나항공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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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주택사업에 쏠린 사업구조를 재편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된 분위기다. 라진성 키움증권 건설 담당 연구원은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와 경영을 어떻게 개선할 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대산업개발의 유통 부문과 항공 사업이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평가하기엔 이른 단계"라면서 "기업 입장에서 사업다각화가 절실할 때 시작하면 너무 늦은 셈이기 때문에 주택 경기가 나빠졌을 때를 대비해 지금 무언가를 추진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항공업계 전문가들은 누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느냐보다 얼마나 투자할 수 있느냐에 관심을 갖는 모양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운송 담당 연구원은 "아시아나항공은 차입금이 너무 많아 누가 인수하든 부채를 갚아줘야 하기 때문에 조 단위로 유상증자를 진행해야 할 것"이라며 "경영 개선은 단기간에 어려워보이는 만큼 해외 단기 부채를 갚아 이자비용이라도 줄여줄 여력이 되는 인수자가 가장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익상 FNB투자증권 운송 담당 연구원은 "국내에 저비용항공사(LCC)가 많이 생겼지만, 아시아나항공은 장거리인 유럽 노선을 많이 보유했다는 강점이 있고, 세계적인 항공사 동맹체인 스타얼라이언스 소속으로 해외 항공사들과 코드셰어 등 협력할 방법이 많다"며 "항공업 경험이 있는 기업에 인수되면 나름의 장점이 있겠지만, 아시아나항공에 투자를 많이 할 수 있는 재무능력이 강한 컨소시엄이 인수하는 게 제일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유한빛 기자(hanvi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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