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감독이 7일 하노이 베트남축구협회에서 취재진을 만나 인터뷰한 후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하노이 | 정다워기자 |
[하노이=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계약기간이나 내용은 공개하지만 연봉 수준은 철저하게 함구하기로 했다. 양측의 정서를 모두 고려하기 위함이다.
베트남축구협회와 재계약을 맺은 박항서 감독의 연봉 규모를 놓고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많이 오간다. ‘2+1’ 형식에 계약 내용 등은 다각도로 공개되고 있지만 연봉만은 자세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국내는 물론이고 베트남 언론에서도 다양한 추측 기사를 내놓으며 박 감독의 연봉을 추정하고 있으나 정확하게 박 감독 연봉을 특정하는 기사는 없다. 박 감독과 베트남축구협회에 내린 ‘함구령’ 때문이다.
박 감독은 이번 재계약을 통해 베트남 역대 감독 중에서는 최고 대우를 받은 게 사실이다. 지난 2년간 연봉이 대략 3억원 정도였던 박 감독은 향후 2년, 혹은 3년 동안 그 이상의 연봉을 받는다.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박 감독의 연봉은 K리그 유명 감독이나 전임 국가대표팀 국내 지도자들의 대우를 상회한다. 보너스까지 더하면 꽤 높은 수준의 연봉을 받는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광고 수익을 분배하는 것에 대한 변화도 생겼다. 지금까지는 박 감독 측과 베트남축구협회과 수익을 나눴지만 앞으로는 박 감독에게만 돌아간다. 가외수입도 전보다 많이 챙길 수 있게 됐다.
그런데 베트남축구협회와 박 감독 모두 연봉 공개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양측의 입장을 모두 고려하기 위해서다. 자칫 연봉이 구체적으로 알려지면 베트남 쪽에서는 연봉이 너무 많다고 문제 삼을 여지가 있다. 베트남의 경우 한국과는 생활 수준에 차이가 있다. 일반인들의 수익도 크게 다르다. 박 감독 연봉을 체감하는 시선에 이질감이 생길 수 있다. 국민적인 영웅 대접을 받는 박 감독 입장에선 부담을 느낄 만한 대목이다. 반대로 연봉이 너무 적다고 지적하는 이들도 나올 수 있다. 박 감독이 지난 2년간 쌓아온 업적을 고려할 때 ‘더 받아야 하는 게 아니냐’라는 목소리를 낼 가능성도 있다. 자칫 베트남축구협회와 박 감독이 모두 곤란해질 수 있다. 철저한 비밀 유지는 일종의 배려라고 볼 수 있다.
양측 모두 ‘연봉 함구령’을 내린 것은 자칫 돈이 우선순위가 돼 재계약의 본질을 흐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박 감독에게 연봉은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박 감독은 “저도 프로페셔널이기 때문에 돈이 당연히 중요하다”라고 말하면서도 “하지만 연봉보다 다른 것들이 더 중요했다”라고 말했다. 박 감독이 말하는 ‘더 중요한 것’이란 23세 이하(U-23) 대표팀과 A대표팀 운영의 전권을 받는 것이었다. 박 감독은 두 팀을 모두 이끄는 만큼 제약 없이 코칭스태프를 선임하고, 스스로 소집 시기 등을 정하는 부분을 더 중요하게 여겼다. 그래서 계약서에도 이 내용이 들어갔다. 여기에 부당한 이유로 경질할 수 없도록 독소조항도 들어가지 않았다. 한국과 일본, 베트남의 변호사 3명의 철저한 감수를 거쳐 계약서가 완성됐다. 연봉보다는 박 감독이 안심하고 팀을 이끌 환경이 조성됐다는 점이 재계약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베트남 언론에서도 베트남축구협회에 지속적으로 박 감독 연봉을 문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베트남축구협회 관계자들은 입을 열지 않고 있다. 박 감독 측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세한 내용을 알리는 경우도 있지만 기사화 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언론에 노출되지 않고 있다. 박 감독 측 관계자는 “사람마다 생각, 의견이 다 다르기 때문에 아예 알려지지 않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 양측 모두 공감하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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