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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 (수)

이슈 고유정 전 남편 살해 사건

"엄마 모기 잡고 있어요~" 고유정의 '잔혹 살해·오버 킬' 알리바이(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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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편 잔혹 살해 중 아들과 나눈 대화

"엄마 모기 잡고 있어요" 둔탁한 소리도

사체서 최소 15회 흉기 휘두른 흔적

일부서 극도의 원한 '오버 킬' 아니냐는 지적도

아시아경제

지난 6월 1일 오전 10시 32분께 충북 청주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제주동부경찰서 형사들에 의해 살인 등 혐의로 긴급체포되는 고유정의 모습. 이 사진은 경찰이 촬영한 영상의 캡처본.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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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전 남편을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 등(살해·사체손괴·은닉)으로 구속기소 된 고유정(36)의 범행 전후 통화내용이 지난 4일 법정에서 공개됐다.


검찰이 이날 공개한 고유정의 휴대전화 통화 시점은 고유정이 범행을 저지르거나 범행 직후 사체를 훼손하는 등 시간이다. 이 과정에서 아들(6)에게 고유정은 '모기 잡고 있다','물감 놀이하고 왔다','청소' 등의 말을 하며 다정한 모습을 보였다.


또 고유정은 전남편을 향해 최소 15차례 흉기를 휘둘렀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분석 결과가 공개됐다. 일부에서는 이는 일종의 '오버 킬(overkill·과잉살해)' 이라는 분석도 있다.


오버 킬이란 피해자에게 극도의 원한과 분노를 품은 가해자가 계획적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것을 말한다. (관련기사:고유정, 극도의 원한으로 '오버 킬'했나…'제주 전 남편 살해'[한승곤의 사건수첩⑧])


고유정은 지난 5월25일 오후 8시10분부터 9시50분 사이 제주시 조천읍 한 펜션에서 전 남편 강씨(36)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이날 검찰은 제주지법 형사 2부(정봉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고유정의 6차 공판에서 교유정의 휴대전화 음성파일을 재생했다.


사건 당일 고유정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을 전후해 펜션 주인, 아들과 통화한 내용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 고유정 휴대전화로 펜션 주인의 전화가 걸려왔다. 이 전화는 고유정이 직접 받지 않고 고유정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던 아들이 전화를 받았다.


당시 고유정은 "엄마가 모기를 잡고 있어서 전화를 못받고 있다"말했다. 고유정이 이 말을 할 때 알 수 없는 물리적 소음이 고유정의 목소리와 함께 들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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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편 살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유정이 2일 오후 두 번째 재판을 받기 위해 제주지법으로 이송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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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범행 직후로 보이는 오후 9시50분께 전화통화를 하지 못한 펜션 주인의 전화가 다시 걸려왔다.


이때 전화도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던 아들이 전화를 받았고, 걸려온 전화를 바꿔주자 고유정은 "(아들에게) 먼저 자고 있어요. 엄마 청소하고 올게용" 라고 말했다.


또 고유정은 아들에게 물감놀이를 하고 왔다고 둘러대기도 했다. 수사당국에 따르면 이때는 고유정이 범행 후 피해자를 욕실로 옮긴 뒤 흔적을 지우고 있었을 시각이었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범행 장소에 남겨진 혈흔 형태에 대한 국과수 분석 결과를 토대로 계획 범행이 아닌 우발적 범행이라는 고유정 측 주장을 반박했다.


검찰은 펜션 내부서 피고인(고유정)이 피해자를 흉기로 찌른 뒤 혈흔이 묻은 흉기를 수차례 지속해서 공격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흔적(정지 이탈혈흔)이 발견된다고 설명했다.


정지 이탈혈흔이란 흉기에 혈흔이 묻어 있는 상황에서 사람을 찌르고 뺄때 흉기에 묻은 피가 밖으로 튕겨 나가는 현상이다.


최초 공격이 일어난 다이닝 룸에서 피해자가 도망가려고 현관으로 이동하기까지 최소 15곳에서 앉은 자세와 서 있는 자세 등으로 공격행위가 있었다고 검찰은 강조했다.


최소 15차례 흉기를 휘두른 것은 두고 과잉살해(오버킬)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경찰은 펜션 수색 과정에서 강 씨의 것으로 보이는 다량의 혈흔을 찾아냈다. 혈흔은 펜션 욕실 바닥과 거실, 부엌 등 실내 여러 곳에서 상당량이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오버킬은 다른 사건에서도 볼 수 있다. 이 사건은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원한을 가지고 살해한 사건으로 이혼 중 아이를 보고 싶다는 전남편의 말에 분노해 증오와 적개심이 범행 동기로 추정되는 고유정 사건과도 잔혹성에서 비슷하다.


지난 2010년 10월 발생한 이른바 '부산 버킹검 모텔 사건'이다. 발견 당시 이불에 덮인 채 숨져있던 피해자는 온몸에 흉기에 찔린 자국이 가득했다.


부검 결과 시신에서 발견된 찔린 자국은 모두 74곳으로 조사됐다. 사건 현장에서는 현금이 그대로 발견, 전형적인 극도의 원한에 의한 범행으로 경찰은 분석했다. 현재 이 사건은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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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남편 살해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고유정이 지난8월12일 오전 제주지법에서 첫 재판을 받고 나와 호송차에 오르기 전 한 시민에게 머리채를 잡히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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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고유정이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볼 수 있는 정황은 고유정의 휴대전화 인터넷 검색 기록에서도 나타난다고 검찰은 강조했다.


고유정은 범행 전인 지난 5월 10∼16일 휴대전화와 청주시에 있는 자신의 주거지에 설치된 컴퓨터를 이용해 '졸피뎀', '키즈펜션', '폐쇄회로(CC)TV', '혈흔', '니코틴 치사량', '뼈의 무게' 등에 관한 내용을 검색했다.


이런 검색 기록에 대해 고유정은 재판에서 현 남편의 보양식을 위해 감자탕, 뼈다귀 음식물에 대한 검색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시신을 훼손하기 직전에 관련 검색을 하기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고유정은 이외에도 성폭행 피해자에 관한 검색, 성폭행을 시도했던 가해자의 극단적선택(자살)과 관련한 검색을 하기도 했다.


검찰은 또 고유정이 성폭행 정황을 꾸며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내역도 공개했다.


고유정은 사건발생 이틀후인 5월27일 오후 4시48분께 제주시 이도일동 모처서 자신과 피해자의 휴대전화로 허위문자를 보내 알리바이를 만들었다.


고유정은 전남편에게 '성폭행 미수 및 폭력으로 고소하겠다. 너가 인간이냐'는 문자를 피해자 휴대전화로 보냈다.


이후 다시 '미안하게 됐다. 내 정신이 아니었다. 너 재혼했다는 사실도 충격이었다. 고소는 하지 말아달라. 내년에 취업해야 한다'는 문자를 허위로 꾸며 자신에게 보냈다.


이후에도 고유정은 피해자가 계속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피해자를 가장해 계속해서 그의 지인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또 전화가 오면 전화를 받지 않았다가 '회의중입니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고유정은 사건 초기 이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을 상대로도 치밀한 알리바이를 구성했다.


고유정은 피해자를 단순 실종사건으로 보고 수사를 하던 경찰과 통화에서 울먹이며 "만약에 그 사람이 잠적해버리면 아무도 처벌 못하게 되는 것 아니에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살해된 전남편 강씨 어머니는 이날 공판에서 "(범행 후) 속죄는커녕 내 아들의 시신 일부조차 찾지 못하게 입을 닫은 살인마에게 법정 최고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이날 고 씨 측은 검찰의 주장을 부인하면서도 범행 펜션에 대한 현장검증 요청을 철회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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