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고용형태 조사 결과'
친노동정책으로 민간고용 위축
재정투입 한시적 일자리만 양산
文 1호 과제 '비정규직 제로' 역풍
정규-비정규직 임금격차도 심화
정부 "조사방법 변경 영향" 변명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비정규직 근로자가 748만1,000명으로 급증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친노동정책과 경기악화로 기업들의 고용이 위축된데다 정부가 재정으로 일자리를 늘려 한시적 일자리가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1호인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제로’가 역풍을 맞은 셈이다.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8월 경제활동인구 고용형태별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임금 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중은 36.4%로 12년 만에 최악을 기록했다. 반면 정규직 근로자 수는 1,307만 8,000명으로 1년 전보다 35만3,000명 줄었다. 전년 조사에서 비정규직 근로자가 661만명으로 전체 임금 근로자 중 비율이 33.0%였는데 86만7,000명(3.4%포인트)이나 급증했다. 비정규직은 기간제·비기간제 같은 한시적 일자리와 시간제 일자리, 파견·용역 등 비전형 일자리를 포괄한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최근까지 고용률과 상용직 근로자가 늘었다며 일자리 질이 개선됐다고 자화자찬했던 정부는 비정규직 급증과 관련해 새 통계조사 기법을 도입했기 때문이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강신욱 통계청장은 “올해 기준이 강화된 병행조사를 새로 실시해 기간제 근로자가 35만~50만명 추가로 포착됐다”며 “지난해 조사 결과와 증감을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배제해도 36만명에서 51만명가량 비정규직 수는 늘었다. 비정규직 비중은 지난해까지 최근 5년 간 줄곧 32~33%대를 유지해 왔지만 올해는 지난 2007년(36.6%)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더욱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는 벌어지며 노동시장 양극화 현상은 심화했다. 비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은 172만9,000원으로 정규직(316만5,000원)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고 격차도 143만6,000원으로 전년(136만5,000원)보다 커졌다. 근속기간도 정규직은 평균 7년10개월로 1개월 늘었지만, 반대로 비정규직은 2년5개월로 2개월 줄었다.
전문가들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마구잡이식 재정 투입 일자리 사업 같은 정부의 일방통행 노동정책이 불러일으킨 예고된 참사라고 지적했다. 최영기 전 노동연구원장은 “올해 취업자 증가 폭이 확대되고 고용률이 올라가는 등 겉보기로는 지표가 개선되고 있지만 양질의 일자리 증가가 아니라, 정부의 재정 투입에 따른 결과라는 것이 이번 통계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실제 전체 비정규직 가운데 60세 이상 비중이 25.9%나 됐고, 산업별로도 재정 투입이 많이 된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이 13.1%로 가장 높았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공 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바람을 타고 민간 부문 정규직화도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최저임금 급등과 근로시간 규제 등으로 경제가 위축돼 오히려 민간 부문 비정규직이 증가한 양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쇼크 수준으로 나오자 날씨와 인구 탓을 했던 정부는 이번에 비정규직 규모가 사상 최대로 급증하자 통계 조사기법이 바뀌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노동비용의 부담을 늘려 비정규직이 늘어난 측면은 외면한 채 정책 외적인 문제로 원인을 돌린 것이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특이요인이 발생했기 때문에 이번 통계를 가지고 비정규직 숫자가 크게 늘었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강변했다.
특히 통계는 경제 상황을 판단하고 그에 대응하는 정책을 제시하고 그 효과를 가늠해야 하는데 갑작스럽게 시계열을 단절한 것은 비정규직이 급증한 수치를 감추려는 의도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과거와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통계는 유용성과 신뢰도가 극히 낮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강 청장은 올해 초 이번 통계의 개편 경과를 국회 업무보고에 올렸다고 했지만 사실상 이날 처음 내용이 공개됐고 국가통계위원회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황정원·한재영기자 garden@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