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외교안보 수장들이 아시아 국가를 비롯한 동맹과 파트너들을 상대로 방위비 분담금과 호르무즈 해협의 보호 등에 더 많은 책임을 나눠지라는 압박성 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24일(현지 시간) 방위비 분담금 비율이 낮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에 ‘무임승차’를 경고하며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압박했다. 중동 순방에 이어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한 에스퍼 장관은 이날 한 싱크탱크 연설에서 “동맹의 강력한 유지를 위해서는 모든 회원국이 공정한 몫을 기여해야 한다”며 “우리의 공동 안보에 무임승차는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에스퍼 장관은 나토 회원국들이 2014년 국내총생산(GDP)의 2%를 국방비로 지출하기로 냈지만 현재까지 8개국만 약속을 지켰고, 나머지 회원국들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지정학적 위치나 규모, 인구에 상관없이 모두가 동맹을 방어하고 전쟁을 억지하기 위해 그들의 몫을 해야 한다”며 “우리는 더 (기여)할 수 있고 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우리의 공동방어를 위해 투자하는 만큼만 강력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에스퍼 장관의 이날 발언은 한국을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나토를 비롯해 전 세계 다른 동맹국들에게도 방위비 분담 증액을 똑같이 압박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한미 양국은 23, 24일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이날 캔자스 지역신문과의 인터뷰 중 시리아 철군 관련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다른 나라들도 단순히 세계의 안보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 나라의 안보를 위해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며 “다른 나라들도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사람들이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호르무즈 해협을 콕 찍어 “우리는 단지 유럽 파트너들뿐 아니라 아프리카와 중동 국가들, 호르무지 해협의 개방에 의존하고 있는 아시아 나라들에 대해 높은 기대를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들은 또한 자신들을 위해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며 “그들이 그렇게 할 때 미국은 계속 엄청난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책임을 분담하지 않을 경우 파트너 관계를 재고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되는 부분이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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