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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李총리 방일, 지소미아 살릴 명분 찾고 文·아베 회담 모멘텀 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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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국무총리가 22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일본을 찾는다. 한국 정부 대표 자격으로 나루히토(德仁) 일왕 즉위식에 참석하는 이 총리는 방일 기간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면담을 갖고 양국 갈등 해소와 미래 지향적 관계 발전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 총리는 대법원의 징용 판결과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로 나빠질대로 나빠진 양국 관계의 전환점을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이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정상회담을 타진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문 대통령도 이 총리 편에 아베 총리에게 보내는 친서를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의 친서가 문서 형식일지 구두 메시지일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양국 최고위급 간 소통을 복원하기 위해 관계 개선에 대한 메시지가 담길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 총리가 이번 방일에서 양국 관계의 추가 악화를 멈추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 철회의 명분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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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11일 이낙연(왼쪽) 국무총리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제4차 동방경제포럼 참석 중 열린 한·일 양자회담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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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리의 방일 앞두고 정부 인사들 日 향해 유화 메시지

이 총리 방일이 최근 확정됐지만 외교가에서는 일찌감치 이 총리가 대일(對日) 특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이 총리는 동아일보 기자 시절 도쿄 특파원을 지냈고, 국회의원 시절에도 한일의원연맹에서 활동해온 대표적인 지일파(知日派) 정치인으로 꼽혔기 때문이다. 이 총리는 또 현 정부 들어 과거사 문제로 한·일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에서도 양국 관계 관리의 필요성을 꾸준히 강조해왔다.

유권자들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정치인들 입장에서 일본 관련 이슈는 웬만하면 피하고 싶은 문제다. 국민들의 반일(反日) 감정을 잘못 건드릴 경우 역풍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국민들의 반일 감정을 자극해 표심을 모으려는 정치인들이 적잖다. 그런 가운데 이 총리는 지난 5월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에서 '일본통 총리의 역할'에 대한 질문에 "일본통(通)의 '통'이 아플 통(痛)으로 느껴진다"며 한·일 관계 악화에 대한 고민이 많음을 우회적으로 나타냈다.

문 대통령에게 직접 친서를 써달라고 한 만큼 이 총리 스스로도 이번 방일을 양국 관계 개선의 모멘텀으로 삼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안팎에서는 이 총리의 이번 방일이 한·일 갈등을 봉합할 올해 마지막 기회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지소미아 종료(11월 22일)가 한 달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일단 사태 악화를 멈추는 임무가 이 총리에게 주어졌다는 것이다.

이 총리 방일을 앞두고 외교안보 부처에서는 지소미아 종료 결정 철회 가능성을 거론하는 언급들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지소미아 종료 발표 때까지만 해도 '지소미아가 없어도 괜찮다'던 정부 고위 당국자의 발언도 최근 들어선 '지소미아가 있는 게 더 좋다'로 흐름이 바뀌고 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대표적이다.

정 장관은 지소미아 종료 직후엔 지소미아가 없더라도 한·미·일 정보공유약정(TISA·티사)을 통해 북한 미사일 관련 정보를 교환·공유할 수 있다며 '괜찮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 18일 국회 국정감사 때는 "국방부 입장에서 보면 (지소미아가) 하나의 수단이기 때문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이수혁 신임 주미대사도 지난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지소미아 문제는 시한이 있다. 탈퇴(종료) 효력이 발생하는 게 11월 22일"이라며 "(종료 전까지) 미국이 건설적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게 단기적으로 저한테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지소미아 종료를 앞둔 상황에서 미국이 중재에 나설 수 있도록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 전문가는 "정부 당국자의 발언을 보면 한국 정부도 지소미아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종료까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면서 "다만 명분 없이는 정부로서도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철회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이 총리의 일본 방문 제1과제는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철회할 명분을 만드는 것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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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달 10일 오전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현장 국무회의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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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일 입장차 여전…李총리, 양국 관계 추가 악화 멈춰야

이 총리는 오는 24일 오전 10시쯤 아베 총리를 총리 공관에서 약 15분 정도 면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리가 문 대통령 메시지를 갖고 아베 총리를 만난다는 자체의 의미가 적지 않지만 15분 면담을 통해 양국 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특히 양국 관계를 가로지르고 있는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 총리가 이번 방일에서 지소미아 종료를 철회할 명분을 찾기는 쉽지 않다.

전문가들도 현재의 한·일 갈등을 이 총리 혼자 힘으로는 풀기 어렵다면서 "새로운 협상의 시작을 마련한다는 데 의미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강제 징용 판결에 대한 양국간 이견을 조정하는 지혜를 짜내기 위해선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1년여의 적정한 시간을 갖고 협상을 하자고 제안하면서 현재의 한·일 갈등 국면은 일본이 수출 규제를 하기 전인 7월 이전 상태로 되돌리는 게 현 상황에선 최선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총리가 아베 총리와의 면담에서 구체적인 관계 복원 방안을 논의하기보다 관계 개선 의지를 피력하고 한·일 정상회담 개최 문제를 타진하는 데 무게를 둘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한·일 갈등을 매듭짓는 건 양국 정상의 영역으로 남겨두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은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내달 국제회의에 맞춰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19일 보도했다. 요미우리는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가 효력을 상실하는 11월 23일 전에 정상회담을 열어 양국 관계 악화에 제동을 걸겠다는 생각으로 회담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당사자인 일본은 여전히 시큰둥하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18일 정례브리핑에서 '이 총리가 관계 개선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질문에 "한국 측 움직임에 대해 예단해 답하는 것은 피하겠다"면서 "이 총리의 방일 일정에 대해선 한국 측의 요청을 들어가면서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가 장관은 이어 "한국에 현명한 대응을 요구하면서 일본 정부의 일관된 입장에 서서 적절히 대응해 나가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일본은 일단 이 총리가 들고오는 메시지를 들어보고 판단하겠다는 속내로 보인다. 박 교수는 "문 대통령이 친서에 담는 메시지에 따라 향후 한·일 관계의 향배가 갈릴 것"이라면서 "한국 정부가 그동안 계속 밝혀온 '사법부 판결을 존중할 수 밖에 없다'는 메시지는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쪽이 맞고 반대쪽이 틀렸다는 일방주의적 메시지보다는 서로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자는 상호주의적 이야기를 해야 한다"며 "대화의 문을 열면서, 향후 협상에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핵심 포인트"라고 했다.

[윤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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