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신도시 연합대책위, 17일 세종서 항의집회
'주민 동의없는 신도시 개발' 반대 목소리 커져
3기신도시연합대책위원회와 수용 예정지 주민 100여명이 1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3기 신도시 공공주택지구 지정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경계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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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화가 치밉니다. 별내에서 다산으로, 다산에서 진건으로 이미 두 번이나 옮겼는데 다시 살던 땅을 또 내놓으라니 화가 안나겠습니까?”(경기 남양주시 A주민)
정부가 3기 신도시 공공주택지구 지정을 강행하면서 예정지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한숨과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남양주 왕숙1·2와 하남 교산, 인천 계양 등으로 구성된 3기신도시연합대책위원회는 항의집회를 열고 있고, 여섯 개로 나뉘어 제각각 목소리를 내던 과천시 과천지구 주민들은 하나로 통합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등 ‘주민 동의 없는 신도시 개발’에 반발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정부, 결국 지구 지정…수용예정 주민 반발
3기신도시연합대책위 100여명은 17일 정부세종청사 앞에 모여 “개발계획 철회 희망을 품고 정부에 투쟁하고 때론 토론하며 부당성을 호소했는데도 정부가 지구 지정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고 항의했다.
앞서 지난 15일 국토교통부는 남양주 왕숙과 왕숙2, 하남 교산, 인천 계양 테크노밸리, 과천 과천 등 5곳을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했다. 지난해 12월19일 수도권 주택 30만호 공급계획 2차 때 발표한 곳들이다. 1차 발표였던 지난해 9월21일 당시 중소 택지만 발표한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3기 신도시가 본격 개발되는 셈이다.
‘지구 지정→지구계획 수립→주민과의 보상 등→입주자모집 개시’ 등의 절차를 밟는 공공주택지구 개발 가운데 첫 단계인 지구 지정으로 개발할 택지의 위치를 구체화한 것이다. △남양주 왕숙1·2(1134만㎡·6만6000가구) △하남 교산(649만㎡·3만2000가구) △인천 계양(335만㎡·1만7000가구) △과천 과천(155만㎡·7000가구) 등 여의도 크기 8배인 총 2273만㎡에 12만2000가구가 들어선다.
대책위는 이날 집회에서 “당초 서울 집값 안정화를 목표로 3기 신도시 개발 계획을 추진했지만 최근 서울 집값 상승은 신도시 개발 계획이 효과가 없음을 증명한다”며 “수도권 집중화만 빨라지고 서울의 베드타운화만 초래하는 잘못된 국토정책”이라고 꼬집었다. 홍의준 대책위 사무국장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제재 속에서도 나름 국가경제에 이바지하며 기업활동에 전념해왔는데 앞날이 어두워지며 상실과 절망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수용 주민의 실질적 생존권과 재산권을 보장하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구 지정 이후 본격화할 보상 논의에서 갈등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내부 행정절차를 거친 후 토지 보상 관련 조사를 시작할 때쯤 주민들과의 협의체를 구성하고 보상에 나설 계획이다. 오행록 과천토지주대책위원장은 “수십년 농사 짓던 사람이 수두룩한데 토지를 빼앗긴다니 참담한 심정”이라며 “아직 협상을 시작하지 않았지만 시가가 아닌 공시지가 기준으로 보상한다는데 정당한 보상이 될지도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1·2기 신도시 주민도 반대 목소리 여전
3기 신도시 추진 과정에서 또 다른 난관은 1·2기 신도시 주민들의 반대다. 일산신도시와 파주 운정신도시 주민은 정부가 서울과 접근성이 더 좋은 고양 창릉 지역을 3기 신도시로 발표하면서 박탈감이 커졌다.
정부는 추가로 교통개선대책 등을 내놓겠다곤 했지만 주민의 신뢰가 높지 않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현재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2006~2010년 광역교통개선대책이 수립된 수도권 100만㎡ 이상 크기 택지 30곳의 사업 89개를 분석한 결과, 3건만이 목표했던 해에 준공을 마쳤다. 86건이 지연됐고 이 가운데 57건은 무려 5년 이상 사업이 늦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일산연합회는 지난 13일부터 ‘3기 신도시 철회 기원 걷기 대회’를 시작하는 등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이현영 일산연합회 상임대표는 “2차 발표 지역의 지구 지정을 보면서 상황이 더 긴박하게 다가왔고 더욱 철저하게 막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인 서오릉 옆에서의 개발 행위 민원을 넣는 등 다방면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국토부 관계자는 “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것만큼이나 원주민과의 합의가 중요하다고 판단해 종전과 달리 (수용예정지) 주민과 80여차례 만나는 등 끊임없이 소통하고 협의하고 있다”며 “적정 보상가를 제시해 주민과의 협의 비율을 80% 이상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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