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3 (일)

'편견없는 지도자' 팀 리빌딩 시계 앞당긴다 [SS 이슈추적 외인시대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츠서울

맷 윌리엄스 KIA 신임감독은 애리조나 시절 4번 타순에 포진할만큼 거포이자 스타플레이어였다. (스포츠서울 DB)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두려움 없는 야구도 중요하다. 그러나 건강한 경쟁 구도를 형성하는 게 우선이다. 경중을 따지기 어려운 화두이지만 굳이 종합하면 ‘두려움 없이 경쟁하는 야구’ 정도 된다. KIA가 창단 후 처음으로 외국인인 맷 윌리엄스 감독을 영입한 배경이다.

외국인 감독의 가장 큰 장점은 편견없이 선수를 대한다는 점이다. 오로지 실력 하나만으로 선수를 평가한다. 실력에는 그라운드 위에서뿐만 아니라 준비과정까지 포함돼 있다. 야구를 대하는 자세나 자신만의 야구철학도 꽤 중요하게 여긴다. 베테랑들에게는 오랜기간 1군 주축으로 활약한 것만으로도 존중을 담는다. 경쟁력을 갖춘 젊은 선수들에게는 가능성에 통 큰 투자를 한다. 야구인들간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지 않기 때문에 말그대로 소신껏, 자신의 신념대로 선수단을 운용한다. 구단이 짜준 구성을 보고 기용 여부를 판단해 시즌을 치르고 결과에 깔끔하게 책임을 진다. 사심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KBO리그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스포츠서울

롯데 로이스터 감독(왼쪽)과 포수 강민호가 승리 후 재미있는 표정으로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KBO리그에는 제리 로이스터(전 롯데)와 트레이 힐만(전 SK)이 외국인 감독으로 성공 시대를 열었다. 성적은 논외로 두더라도 팀 분위기가 한 번에 비뀌었다는 게 눈에 띄는 대목이다. 선후배 관계로 얽힌데다 저변이 얕은 국내 야구 현실을 고려하면 어쩔 수 없이 봐야하는 눈치가 있다. 단체훈련과 주입식 교육에 길들여진 선수들은 ‘시키는대로 하지 않는다’는 코치들의 눈총을 피하기 어렵다. 코치 입장에서도 ‘내 야구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선수들의 반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서로가 서로의 실력을 잘 알기 때문에 친목과 반목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선수도 코치도 일정부분 편견을 갖고 서로를 대한다는 의미다.

외국인 사령탑은 ‘한 만큼 인정받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다. 감독이 “두려움 없이 하라”고 아무리 강조해도 선수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한 번 주전으로 낙점되면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이상 주전이 보장된다”는 인식이 생기면 눈에 불을 켜고 한다. 거품이 꺼진다고는 하지만, KBO리그는 여전히 수준급 프리에이전트(FA)에게 후한 평가를 내린다. 수준급 선수로 도약하려면 경기 경험을 쌓아야 하고 그 안에서 성적을 내야 한다. 한 타석, 공 하나가 연봉과 직결되기 때문에 두려움이 싹틀 공간이 없다. 로이스터 감독과 힐만 감독이 성공한 배경이다.
스포츠서울

SK 힐만 감독이 넥센히어로즈와 SK와이번스의 경기 4회초 나주환의 2루타로 3-2 역전에 성공하자 주자들을 환영하고 있다.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가장 빼어난 지도자는 조직원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수직적 조직문화에 익숙한 한국은 ‘해야 할 일을 명확하게 지시하는 것’을 지도자의 덕목으로 꼽는다. 상충할 수밖에 없는데, 자신의 땀과 열정으로 연봉을 책정받는 선수들에게는 스스로 움직이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지도자가 훨씬 좋다.

구단 입장에서도 반가운 일이다. 점진적 리빌딩을 선언한데다 올해 젊은 선수들의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에 이들이 조금 더 활기를 띌 분위기를 만들 지도자가 필요했다. 감독에게 편견이 없다면, 베테랑도 ‘언제든 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 시즌을 치르는 노하우로는 젊은 선수들을 압도하겠지만 팀에 활력을 불어넣거나 발전가능성 등에 방점을 찍는 사령탑이라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강팀으로 도약하기 위한 필수과제인 ‘건강한 경쟁구도’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올 뉴 타이거즈’를 선언한 KIA의 변화에 KBO리그가 주목하고 있다.
zzang@sportsseoul.com

[기사제보 news@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sportsseoul.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