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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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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경기장에서 이강인은 "리강인"이 된다…2년 전 경험한 본지 기자의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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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지난 2017년 4월7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2018년 여자 아시안컵 예선 남북대결을 앞두고 북한 관중이 금색 응원 도구로 응원하고 있다. 평양 | 김현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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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평양 김일성경기장 내부엔 북한 남자축구대표팀이 지난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이탈리아를 1-0으로 이길 때 장면이 게재돼 있다. 평양 | 김현기기자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김일성경기장 남·북전은 어떤 모습일까.

북한축구협회가 14일 평양 남·북대결과 관련해 한국 미디어의 취재는 물론 중계방송도 거부함에 따라 한국 축구팬들은 문자 중계 외에는 김일성경기장에서 벌어지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접할 수가 없다. 본지는 국내 미디어 중 유일하게 김일성경기장을 다녀온 김현기 체육1부장의 2년 전 여자아시안컵 예선 남·북전 증언을 토대로 이번에 벤투호가 그려나갈 90분 격전, 그리고 막전막후를 그려봤다.<편집자주>

#1.아나운서는 “대한민국”을 똑바로 발음한다=남과 북의 여자축구대표팀 선수들은 지난 2017년 4월7일 김일성경기장에서 먼저 만났다. 장내 아나운서는 킥오프 30분 전 4만 관중 앞에서 “관람자 여러분, 잠시 후 여기 김일성경기장에선 2018년 아시아축구련맹 녀자아시안컵 축구대회 자격경기 2조 대한민국 팀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팀의 녀자축구 경기가 진행됩니다”라고 또박또박 말한다. 당시엔 한국이 홈팀 라커룸을 썼기 때문에 북한보다 먼저 소개됐다. 그 때와 같다면 이번엔 아나운서가 “2022년 국제축구련맹 아시아 자격경기 H조(8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팀과 대한민국 팀의 남자축구 경기가 진행됩니다”라고 소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2.이강인은 “리강인”이 된다=북한은 한국과 달리 두음법칙을 인정하지 않는다. 여자는 ‘녀자’로, 역사는 ‘력사’로, 이론은 ‘리론’으로 쓴다. 한국에선 북한 선수를 호명할 때 이를 존중해 리은철을 그대로 “리은철”로 호명한다. 북한은 다르다. 2017년 여자아시안컵에선 이민아를 “리민아”, 이금민을 “리금민”으로 불렀다. 이에 따르면 이번에 북한에 가는 이강인은 “리강인”이 된다.

#3.김일성경기장은 회색+금색+은색 물결이 된다
=이번 남·북전은 오후 5시30분에 열리기 때문에 한국적으로 생각하면 평일 오후 경기가 된다. 하지만 킥오프 두 시간전부터 회색 계열 옷을 입은 노동자나 대학생들이 무리를 지어 관중석에 앉아 일찌감치 응원 준비를 마친다. 응원 도구는 화려하다. 사람들 손엔 금색 종이나팔, 은색 짝짝이, 붉은색 북 등이 쥐어져 있다. 북한의 소녀시대 ‘모란봉 악단’이 불러 유명한 “가리라 백두산으로” 등을 응원곡으로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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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경기장은 김일성이 러시아에서 돌아온 뒤 처음 연설했던 곳이란 이유로 지난 1982년 이름이 김일성경기장으로 바뀌었다. 평양 | 김현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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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김일성경기장 바로 옆엔 이런 북한 체제 선전문구들이 ‘당연히’ 널려 있다. 평양 | 김현기기자



#4.복도엔 ‘잉글랜드 8강 신화’가 있다=김일성경기장 내부엔 북한 스포츠 환희의 역사들이 사진으로 전시되어 있다. 남·여 축구의 쾌거, 올림픽 금메달 장면 등이다. 그 중엔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북한이 이탈리아를 1-0으로 누른 사진도 있다. 제목은 ‘제8차 세계축구선수권대회(1966년)’이다. 태극전사들이 라커룸을 나와 경기장으로 진입할 때 이 사진들을 볼 수도 있다.

#5.북한이 밀리는 순간 관중석은 싸늘해진다
=여자아시안컵 예선 땐 북한이 전반전에 한 골을 먼저 넣었으나 후반전에 동점골을 얻어 맞고 비겼다. 북한 입장에선 한국에 득실차에서 밀리기 때문에 ‘비겨도 안 되는’ 경기였다. 북한 사람들은 여자축구가 강하기 때문에 한국과 비긴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했다. 전반만 해도 한국 취재진을 따라다니는 북한 인사가 “경기가 흥미진진하다”며 웃음을 띠었으나 1-1로 종료된 뒤엔 표정이 완전히 굳어버렸다. 북한축구협회 인사들은 양각도 호텔에서 대동강 맥주를 들이켰다.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는 게 스포츠지만 북한은 그랬다. 이번에도 분위기는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6.그 때는 카카오톡이 됐는데…
=여자아시안컵 한국 취재진도 베이징에서 한국 대사관 직원에게 휴대폰을 전부 맡겼다. 그러나 평양에서의 숙소였던 양각도 호텔과 김일성경기장 기자실, 기자석엔 모두 유선 랜이 설치돼 PC 카카오톡으로 한국과 실시간 연락하는 것이 가능했다.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찍은 뒤 개인 PC를 통해 사진을 보내는 것도 문제 없었다. 이번 월드컵 예선에선 북한이 굉장히 폐쇄적으로 나오기 때문에 극소수의 미디어나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를 위한 유선 랜 혹은 무선 와이파이가 설치될 지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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