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관록에 기댄 LG, 불펜싸움 완승에 고우석 부활까지 '1석2조'[SS PS 집중분석]

2019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3차전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9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LG 마무리 투수 고우석이 마지막 타자를 처리한 후 환호하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잠실=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일관성과 변칙이 희비를 갈랐다.

2승을 선점한 키움과 2패를 떠안은 LG의 준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준PO) 3차전은 경기 중반까지 팽팽한 접전이 이어졌다. 당연히 불펜 싸움에서 승패가 갈렸다. 키움은 1, 2차전과 마찬가지로 불펜진을 잘게 잘라 쓰는 ‘나노단위’ 운영을 고집했다. 상대적으로 선발진 무게감이 떨어지니 당연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LG는 1, 2차전 패배를 반면교사로 삼아 전략을 바꿨다. 베테랑 계투진을 먼저 투입해 흐름을 걸어잠근 뒤 ‘젊은 피 키우기’로 선회해 효과를 봤다.

2019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3차전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9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키움 김상수가 8회말 상대 페게로에 홈런을 허용한 후 허탈해하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키움은 예상대로 선발 투수 이승호를 투구수 67개에서 교체했다. 투구 패턴이 단조로와 두 턴 이상 버티지 못한다는 냉철한 판단이 깔린 교체였다. 장 감독은 5회말 1사 2루 김민성 타석에서 이승호를 내리고 잠수함 투수 양현을 올려 벌떼 마운드 가동을 알렸다. 양현이 김민성을 유격수 땅볼로 유도해 선행주자를 잡아내자 LG는 이형종 타석 때 언더핸드에 강한 (타율 0.526) 카를로스 페게로를 대타로 투입하며 승부 수를 띄웠다. 키움도 왼손투수 이영준을 내세우는 맞불작전으로 이른바 ‘나노 단위 운영’으로 응수했다.

키움의 불펜 쪼개기는 아쉬운 결과로 이어졌다. 6회 마운드에 오른 김동준에 이어 마무리 오주원을 7회 조기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는데 이게 패착이 됐다. 오주원은 첫 상대 정주현에게 2루타를 맞았다. 거기에 우익수 제리 샌즈의 실책으로 3루까지 내줬다. 너무 빠르게 승부한 게 화근이 됐다. 후속 타자 오지환에게 중견수 희생 플라이를 내줘 리드를 빼앗겼다. 키움의 투수 교체는 8회에도 짙은 아쉬움을 남겼다. 좌타자인 페게로 타석에 김상수를 붙여 흐름을 걸어잠그려는 의도를 드러냈지만, 우월 솔로 홈런을 내줬다. 사실상 승기를 내주는 순간이었다. 오주원의 투구 수가 13개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 타자 더 상대하게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키움의 ‘벌떼 야구’에 균열이 생긴 순간이기도 했다.

LG 진해수가 9일 잠실 구장에서 진행된 2019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3차전 키움과의 경기에서 3-2로 앞선 8회 1사 교체되고있다. 잠실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반면 LG는 틀을 바꿨다. 1, 2차전과 달리 베테랑 불펜 투수들의 경험에 기댔다. 선발 투수 케이시 켈리가 6회까지 맡고 내려간 후 7회 올라온 송은범이 이지영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LG 벤치는 바로 진해수를 투입해 실점 없이 불을 껐다. 정규 시즌 막바지 부진했고, 지난 2차전에선 뼈아픈 송구실책을 저질렀던 진해수는 중요한 일전에서 관록을 과시하며 제 몫을 100% 하고 마운드를 정우영에게 넘겼다. 흐름을 걸어잠그는 동안 타선이 역전했기 때문에 젊은 투수들도 흐름을 탈 분위기가 형성됐다.

8회 1사 후 마운드에 오른 정우영은 두 타자를 깔끔하게 막고 마무리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부담과 기대를 동시에 안고 마운드에 오른 고우석은 선두타자 김하성에게 볼넷, 대타 송성문을 몸에 맞는 볼로 내보냈고, 이지영에게 희생번트를 대줘 1사 2, 3루 위기를 자초했다. 1, 2차전 악몽이 되살아나는듯 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대타로 나선 박동원을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냈고, 김하성이 태그 업에 실패한 덕에 실점도 막아냈다. 한 숨 돌린 고우석은 김혜성을 우익수 플라이로 잡아내고 삼세번 만에 감격의 포스트시즌 첫 세이브를 따냈다. 분위기와 흐름에 따라 경기력 편차가 심한 어린 투수들을 위한 류 감독의 치밀한 마운드 운용 전략 수정이 돋보인 3차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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