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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2005 김재걸처럼! 복병 정주현 맹활약…LG 벼랑끝 승리[SS PS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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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LG 정주현이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9 KBO리그 LG와 키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 7회말 무사 키움 정주원을 상대로 2루타를 친 뒤 우익수 샌즈의 실책에 3루까지 진루한 뒤 기뻐하고 있다.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잠실=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가을은 미친자의 계절이다. 벼랑 끝으로 몰린 LG에 드디어 미친자가 나왔다. 2번에서 하위타순으로 밀렸던 그가 공수주 맹활약으로 팀을 구원했다. LG 내야수 정주현(29)이 준플레이오프(준PO) 3차전 주인공으로 우뚝섰다.

정주현은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과 준플레이오프(준PO) 3차전에서 2루수, 8번 타자로 선발 출장해 3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시작부터 강렬했다. 2회말 2사 1, 2루 첫 타석에서 좌완 이승호의 높은 패스트볼을 공략해 중전 적시타를 날렸다. 이승호의 높게 제구된 실투성 패스트볼을 받아쳐 LG의 추격을 이끌었다. 1회초 2사 1루에서 김하성의 파울을 쫓아가다 1루 관중석 앞 펜스에 크게 부딪혀 한참을 누워있었던 게 맞나 싶을 정도로 경쾌한 몸놀림을 과시했다.

첫 타석에서 기분좋은 적시타를 뽑아낸 정주현은 7회말 세 번째 타석에선 결승점 발판을 만들었다. 이승호를 공략한 것과 마찬가지로 좌완 오주원의 패스트볼에 2루타를 쏘아 올렸다. 오주원이 연달아 바깥쪽 패스트볼을 구사하자 이를 우측 담장으로 향하는 장타로 연결시켰다. 키움 우익수 제리 샌즈가 정주현의 빠른 다리를 의식하다가 오히려 실책을 범했고 여유있게 3루까지 내달렸다. LG는 무사 3루 기회에서 오지환의 희생플라이로 역전에 성공했다.

결국 LG는 8회말 카를로스 페게로가 홈런을 터뜨리고 불펜 필승조가 끝까지 리드를 지켜 4-2로 승리했다. 준PO 지난 2경기와 달리 불펜진이 흔들리지 않으며 불펜 대결 양상을 뒤엎었다. 대타로 전락한 페게로도 장타본능을 뽐내며 남은 시리즈 변수가 됐다. 정주현이 반격 신호탄을 쏘면서 흔들렸던 퍼즐이 하나둘씩 맞춰지는 인상을 풍겼다.

예상 외에 활약이 거대한 파도를 만들고 있다. LG 류중일 감독은 지난달 22일 잠실 두산전에서 오지환이 부상으로 이탈하자 정주현을 오지환 대신 2번 타자로 낙점했다. 하지만 정주현은 NC와 와일드카드 결정전(WC)에서 한 타석만 소화한 후 대타 박용택으로 교체됐다. 지난 6일 준PO 1차전에서도 안타 없이 두 타석만 소화하고 박용택과 교체됐다. 이후 준PO 2차전부터 김민성이 2번 타순에 배치되고 정주현은 8번으로 내려갔다.
스포츠서울

LG 정주현이 9일 잠실 구장에서 진행된 2019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3차전 키움과의 경기에서 2-2로 맞선 7회 3루타로 베이스에 안착해 덕아웃을 향해 화답하고있다. 2019.10.09. 잠실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하지만 좌절은 없었다. 이미 백업으로 주전으로 도약했다 2군 설움을 받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경험이 있다. 심리적으로 단단해졌다는 의미다. 8번 타순으로 강등(?)된지 두 경기 만에 ‘미친 선수’로 눈을 떴다. 준PO 2차전에서 2루타를 날리며 포스트시즌 첫 안타를 신고한 그는 준PO 3차전에서 물오른 타격감을 뽐냈다. 정규시즌 타율은 0.231에 불과하지만 좌투수 패스트볼에 꾸준히 장타를 생산했고 지난해부터 부쩍 향상된 수비력으로 당당히 주전 2루수가 된 기량을 가을야구 무대에서도 증명해보였다.

마치 LG 김재걸 주루코치의 15년전 모습을 고스란히 재현하는 듯했다. 당시 삼성에서 뛰었던 김 코치는 2005년 두산과 한국시리즈(KS)서 깜짝 활약을 펼치며 ‘걸사마’라는 별칭을 얻었다. 주전 2루수 박종호가 KS 1차전에서 부상을 당해 김 코치가 교체 출장했지만 김 코치는 3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으로 활약하며 그라운드를 휩쓸었다. 김 코치는 KS 1차전부터 4차전까지 12타수 6안타 5볼넷 4득점 2타점으로 MVP급 활약을 펼치며 삼성 우승을 견인했다.

당시 KS 1차진 MVP는 김재걸, 이날 데일리 MVP는 정주현이었다. 준PO 3차전 후 정주현은 “김재걸 코치님께서 나와 (이)천웅이형이 출루하는 게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출루해서 다행이다. 첫 가을야구인데 처음에는 긴장도 됐지만 이제는 재미있다”고 미소지었다. 주전으로 맞이한 첫 번째 포스트시즌서 MVP를 수상하며 LG 반격의 시작점을 찍은 정주현이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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