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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 (화)

최태웅 감독에게 우승한 지난 시즌은? '슬럼프의 시간'이었다[개막인터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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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최태웅 감독이 현대캐피탈 훈련장에서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다. 제공 | 현대캐피탈


[천안=스포츠서울 이지은기자] “비시즌에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일컫는 말)’을 실천하겠다고 이야기했는데…역시 안 되더라고요.”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자신을 ‘워커홀릭(일 중독자)’이라고 정의했다. 비시즌 전해진 일정을 들어보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공식 휴가 기간은 외인 트라이아웃을 준비하는 데 썼고, 그 외에도 자유계약선수(FA), 연봉협상, 신인 드래프트까지 선수단 모든 살림에 그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없었다. 휴식을 취했다고 할 수 있는 기간이 고작 일주일이었는데, 그마저도 배구 영상 보는 일은 놓지 않았다. “좋은 기분을 이어나가려고 일부러 봤다”며 민망해 하던 최 감독은 “지난 시즌은 사실 정말 힘들었다. 배구를 보는 게 내 취미였는데 그게 일로 느껴지기 시작하니 마음이 확 바뀌더라”고 말문을 열었다.

◇지난 시즌? 슬럼프의 시간이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지난 시즌은 최 감독에게 슬럼프의 시간이었다. 사실 그는 배구계에서 유명한 ‘데이터광’이다. 감독실에는 최고급 사양의 컴퓨터와 모니터가 6대나 있는데, 모두 배구 영상을 보기 위해 자비로 구입한 장비들이다. 이 방에서 배구 영상을 수백 번씩 돌려보는 게 그가 생각하는 가장 재미있는 일이었다. 최 감독은 “인문학 강의를 듣는데 ‘힘들 때 어떤 일이 자신을 가장 힘들게 하는지 명단을 작성해보라’고 하더라. 쭉 적어봤는데 그중 1순위가 ‘배구 영상 보기’였다. 제일 좋아했던 일이었기에 정말 깜짝 놀랐다. 요즘엔 동영상 채널이 많으니 정보는 넘쳐나는데, 내 뇌가 그걸 다 못 받아들이는 게 힘들었다”며 “해결책은 그 일에서 멀어지는 거라고 하는데, 그렇게는 못 하겠더라. 대신 마음에서 많이 내려놓으려고 노력했고, 그래도 위기를 잘 넘어간 것 같다.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데 혼자 방에서 쇼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껄껄 웃었다.

◇감독 직행 루트, 몰라서 가능했던 ‘스피드 배구’

최 감독은 2015~2016시즌 앞두고 현대캐피탈 지휘봉을 잡았다. 당시에만 해도 이 선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컸다. 코치 경험이 전무했던 최 감독이 현역 은퇴 후 바로 사령탑에 올랐고, 거기서 기존 한국 배구와 맞지 않는 ‘스피드 배구’라는 스타일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뭘 모르니까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던 당시 평가에 대해 현재의 최 감독도 “뭘 몰랐으니 할 수 있던 일”이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시작할 땐 부담이 없었다. 코치 생활을 했다면 그 경험 때문에 고정관념이 생겼을 것이다. 처음이니까 무작정 덤볐고, 오히려 조금씩 알기 시작한 3년 차부터는 겁이 나기도 했다. 그러나 국제 대회 성적이 좋지 않은 한국 남자 배구가 살아남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할 지 고민한 결과였다”며 ‘스피드 배구’ 도입을 자신이 가장 잘한 일로 꼽았다.

◇출·퇴근제 도입 “자율과 집중의 팀 문화 만들고 싶었다”

V리그에 ‘젊은 감독’ 열풍을 몰고 온 최 감독은 그 외에도 여러 혁신적인 결정들을 많이 내렸다. 의무였던 숙소 생활을 출·퇴근 제도로 변화시켰고, 경기력에 영향을 받을까 막았던 선수들의 방송출연도 적극 지원하며 팬서비스에 열을 올렸다. 그는 “내가 프로 선수로서 바랐던 걸 우리 선수들이 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았다. 숙소에 얽매이는 대신 자율적으로 생활하되 본업에서 더 집중력을 높일 수 있는 팀 문화를 만들고 싶었다. 팬들이 없다면 우리만의 리그가 되니 거리가 더 가까워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행히도 우리뿐만이 아니라 한국 배구의 전체의 문화가 이제 전환점을 맞이한 것 같다”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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