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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어쩌면 마지막일 순간을 위해" 돌아온 잠실, 운명의 디데이[윤소윤의PS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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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응원하는 LG팬. 사진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잠실=스포츠서울 윤소윤기자] 3차전, 혹은 마지막 경기. LG와 키움의 한글날 맞대결은 오직 이 두 가지 선택지 안에서 결정된다. 이른 오전 도착한 잠실구장은 선선한 바람과 화창한 햇빛이 조화를 이뤘다. 지난 와일드카드전 때 찜통더위에서 익어갔던 탓에 날씨부터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늦더위보다 더 걱정됐던 것은 또 하나의 극적인 승부 여부였다. 보는 팬들 입장에선 짜릿할 수밖에 없었던 1, 2차전이었다. 물론 키움 팬들의 시선으로 본다면 말이다. 경기 후반부 어느 정도 그려진 상황으로 승패를 판단하고, 최대한 신속 정확하게 경기 소식을 전해야 하는 취재진으로선 탄식이 절로 나왔던 두 경기였다. 키움이 극적으로 경기를 뒤집은 덕에 경기 막바지 ‘반전’으로 꽤나 고전했다. 있지도 않은 비상 사이렌이 울리는 듯했다.

사실 매 이닝을 분석하고 매 경기를 취재하는 입장에서는 최대한 적은 경기로 플레이오프 진출팀이 결정되는 것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다. 어느 팀이든 간에, 1, 2, 3차전을 연속으로 잡아준다면 그보다 더 완벽한 상황은 없다.

키움이 그 상황을 만들어줬다. 3차전만 잡는다면, 키움도, 취재진에게도 이틀간의 여유가 생긴다. 강변북로를 타고 잠실구장으로 오는 내내 그 가능성만 열어뒀다. 내심 키움의 선전을 바라기도 했다.
스포츠서울

9일 3차전 경기 전석 매진이 공지된 중앙매표소의 모습. 사진 | 윤소윤기자 younwy@sportsseoul.com


경기 5시간 전인 오전 9시 중앙 출입구에는 이미 팬들이 진을 치고 앉아있었다. 오가는 선수들의 뒷통수라도 보기 위함이다. 발걸음을 돌려 향한 지하철 출입구 쪽에는 값을 더 얹어주고서라도 티켓을 구하려는 이들도 보였다. 평일이지만 공휴일인 덕분에 표가 일찌감치 매진된 탓이다.

가방 밖으로 삐져나온 ‘무적’ 플래카드 글자만 보고 엘지 팬임을 파악했다. 오전 8시부터 이곳에 서 있었다고 했다. 그는 “(LG 경기를) 오래 보면 좋겠지만, 어쩌면 오늘(9일)이 올해의 마지막 경기 일수도 있으니까요. 마지막 순간은 담고 싶어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덤덤히 말하는 그의 별것 아닌 한 문장에 괜히 마음이 찡해졌다. 스쳐가는 한 경기 일 수 있지만, LG 팬의 입장에선 한 해의 종착지나 다름없는 경기다. 더군다나 이날 경기가 마지막 경기라면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팬들이 마지막으로 보게 될 모습은 고개를 숙이고 미안한 표정을 짓는 선수들의 모습일 것이다. 미우나 고우나 ‘우리 팀’ ‘내 팀’ 이라는 이름으로 1년 간 희로애락을 함께했으니, 앞선 결과가 뭐가 됐던 기죽은 모습을 보는 것은 마음 아픈 상황일 것이다.

어쩌면 마지막일 순간. 그렇기에 이들은 승패와 상관없이 온 힘을 짜내 한마음 한뜻으로 응원의 목소리를 낼 준비를 하고 있다. 패배로 축 처진 어깨 일지라도 LG 팬들은 그 모습마저 눈과 마음에 담기 위해 다시 잠실을 찾았다. 여기까지 생각이 닿으니 경기 시작 한참 전부터 잠실을 찾은 이들의 심정이 너무도 이해가 됐다.

144경기 그리고 144경기로 얻어낸 극적인 가을 무대. 고난과 역경을 뚫고 향한 고척은 LG에 시련만 안겨줬다. 다시 돌아온 잠실, 운명의 주사위는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며칠전 와일드카드 경기 직후 잠실을 가득 채웠던 환호 소리와 ‘서울의 아리아’가 아득한 옛날처럼 느껴지는 순간이다.

younw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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