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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패배에도 빛났던 류중일 감독의 용병술[박영길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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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LG 류중일 감독(가운데)이 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KBO리그 키움과 LG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 7회초 2사 키움 한현희를 상대로 솔로 홈런을 친 뒤 유강남을 맞이하고 있다. 2019. 10. 7. 고척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고척=스포츠서울 박영길객원기자] LG의 준플레이오프(준PO) 2차전 승리는 류중일 감독의 뛰어난 용병술에서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기전에서 용병술은 감독의 성향을 확인할 수 있는 바로미터다.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답답한 타선 흐름이 이어졌는데 류 감독은 김민성을 2번 타순으로 전진배치하는 과감함으로 그 혈을 뚫어냈다. 김민성도 프리에이전트(FA)로 LG에 입단한 만큼 가을야구에서 존재감을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강했을 것이다. 류 감독은 이런 선수의 심리를 이용해 막중한 책임감을 부여했고, 김민성은 1회부터 2루타를 때려내며 완벽하게 화답했다. 감독 입장에서 회심의 카드가 통했을 때 희열은 그 무엇과도 바꾸기 어렵다.

차우찬의 변칙 투구도 단기전의 묘미를 선사했다. 포심패스트볼이 140㎞대 초중반에 그쳤지만 110㎞대 초반의 느린 커브를 적절히 가미해 덤벼드는 키움 타선을 봉쇄했다. 양날의 검은 제대로 쓰면 적수가 없다는 것을 드러낸 볼배합이었다. 일반적으로 타자들은 구속 차가 25~30㎞ 정도 나면 타이밍을 맞추지 못한다. 시속 150㎞를 웃도는 강속구가 아니어도 홈런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려면 반드시 갖춰야 할 무기가 완급조절이다. 차우찬이 키움 중심타자인 제리 샌즈와 박병호를 완벽히 봉쇄하니 준PO 1차전 승리로 한껏 기세를 올린 키움의 상승세도 함께 꺾였다.

키움 타자들이 죽이되든 밥이되든 차우찬의 빠른 공 하나만 노리고 단순하게 들어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장 감독이 김규민 등 부진에 빠진 선수들을 제때 바꿔주지 못해 기세를 빼앗긴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순간순간 상황에 따라 기민하게 움직인 류 감독의 용병술로 양팀은 이날 후반까지 호각세를 이뤘다. 하지만 불펜 난조는 류 감독도 어찌하지 못했다. 중반까지 척척 용병술이 들어맞았던 류 감독 입장에선 아쉬웠던 한판이었을 것이다.

전 롯데·삼성·태평양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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