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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류중일 감독 “믿고, 믿으니, 믿어서”… LG가 펼치는 ‘믿음의 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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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류중일 LG 감독이 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9 KBO 포스트시즌 NC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앞두고 인터뷰하고 있다. 뉴스1


2019 KBO 포스트시즌의 시작을 알린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LG가 NC에 3-1로 승리했다. 이제 LG는 오는 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키움과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벌인다. LG 류중일 감독은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앞두고 베테랑이든 신인 선수든 누구에 관해 말하든지 시종일관 “믿는다”고 말했다. 류 감독이 보인 믿음에 보답하며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한 LG가 그대로 이 기운을 받아 키움까지 누르고 그 이상에 오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류 감독은 이날 LG 에이스로 꼽히던 타일러 윌슨 대신 최근 상승세이던 케이시 켈리(30)를 믿고 선발투수로 기용했다. 켈리는 6.2이닝 동안 마운드를 지키며 3안타 1볼넷만 허용하고 탈삼진 3개로 호투해 이 경기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실투로 내준 1점 홈런이 아쉽게 느껴질 투구였다. 타순에서도 류 감독은 포스트시즌이라고 특별한 변주를 하지 않고 시즌 내내 선두 타자로 출격했던 이천웅을 그대로 1번에, 정규시즌 타율 0.286보다 NC 상대 타율이 2할로 떨어지는 이형종을 3번에 내보냈다. 두 타자는 모두 밥상을 차리는 안타와 적시타 등으로 맹활약하며 LG 승리를 이끌었다. 또 4회말 베테랑 박용택을 대타로 기용하며 추가 득점을 올린 것도 선수를 향한 믿음이 바탕에 있는, 결단력이 돋보인 선택이었다. 류 감독은 경기 후 이 순간을 이날 경기의 승부처로 뽑았다.

경기 전 감독 인터뷰에서 정우영, 구본혁 등 엔트리에 들어간 신인 선수들을 어떻게 활용할지 질문이 나왔을 때 류 감독은 “잘하리라 믿는다”고 짧게 답했다. 수치로 증명되는 기록뿐 아니라 몸에 체득된 경험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가을야구에서 신인 선수가 한 시즌을 잘 보냈다고 하더라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 이번 시즌 KBO 신인왕 후보로 거론되는 정우영은 전반기 좋은 모습을 보이다 후반기에 실점이 많아지며 안 좋은 모습을 보였고 구본혁은 주전 유격수인 오지환의 갑작스런 무릎 부상으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출전했다. 오지환 상태가 호전됐음에도 류 감독은 구본혁을 선발 라인업에 포함시키며 “그렇게 성장하는 거죠”라며 웃었다. 지난달 27일 NC에 완봉패 당했는데 그때 기억은 어떤지 물어도 “그때와 지금은 전혀 달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또 한 번 “잘하리라 믿는다”고 말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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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중일 LG 감독이 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BO 포스트시즌 NC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3-1로 승리한 뒤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잘하리라는 강한 믿음이 선수단 전체에 퍼졌는지 구본혁은 이날 공수에서 모두 만점 활약을 펼쳤다. 경기 첫 아웃카운트부터 깔끔히 처리한 구본혁은 유격수 방향으로 향한 타구를 모두 실수 없이 잡았고 4회말 두 번 째 타석에 들어서서는 좌전 안타를 치더니 박용택의 희생플라이로 홈을 밟으며 득점까지 성공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최고로 긴장된 순간 중 하나였던 9회초 2사 만루 상황도 류 감독의 눈에는 고우석이 겪는 성장통일 뿐이었다. 차우찬 등 마무리로 올릴 만한 다른 후보가 있음에도 류 감독은 “우리 팀에 최고의 마무리가 있지 않나. 고우석이 큰 경기에서 처음 마무리를 하다 보니 긴장을 많이 했을 건데 준플레이오프에서는 더 잘 던지지 않을까 싶다”며 남은 경기를 향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류중일 감독에게 이번 가을야구는 오랜만에 선선한 날씨에 선수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긴장되지만 즐거운 시간이다. 키움이 이름을 바꾸기 전부터 LG와 넥센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며 혈전을 벌여 ‘엘넥라시코’라 빗대 불리기도 했다. 2014년 플레이오프에서는 LG가 밀렸지만, 2016년 준플레이오프에서는 당시 넥센을 대파하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전력도 있다. 이번 시즌 두 팀의 상대 전적은 LG가 키움을 상대로 7승9패로 큰 차이이 미세하게 열세다. 다수의 단기전 경험이 있는 류 감독의 “추워질 때까지 야구를 하고 싶다”는 바람에 부응해 LG 선수단이 이번 포스트시즌에는 다시 키움을 누르고 플레이오프를 정조준할지 주목된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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