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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제24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黑 불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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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 2회전 제1국 <흑 6집반 공제·각 3시간>

白 투샤오위 五단 / 黑 김지석 九단

조선일보

〈제14보〉(171~195)=인공지능(AI) 등장 이후 프로기사들의 개성이 사라져간다는 말이 나온다. 과거엔 ○○풍(風) △△류(流) 등으로 불리는 기사 유형(類型)이 존재했는데, 신격화된 AI 수법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면서 기보만으론 누구 바둑인지 모르게 됐다는 것. 인류 역사가 창의력과 개성을 기반으로 발전했다고 한다면 지금의 AI 활용 방식은 뭔가 이상하다. 이것은 바둑만의 문제일까.

백이 △에 붙여온 장면. 아마추어 눈에는 까다로운 곳인데 두 기사는 이미 다 읽어 두었다는 듯 176까지 빠른 손길로 정리해간다. 흑백 모두 최선의 수순이었다. 177부터 182까지도 외길 코스. 프로들이 가장 많이 쓰는 말 중 하나인 '이렇게 될 곳'들이다. 그런 뒤 반상 최대의 곳인 183을 차지하면서 흑의 승리가 결정됐다.

194로 이은 수는 끝내기 실수. 한 칸 오른쪽인 '가'로 단수를 먼저 치고 잇는 수가 이득이었다. 참고도 4가 불가피할 때 선수를 뽑아 우상귀 5, 7로 잡는 게 최선. 하지만 그렇게 두었더라도 반면(盤面)으로 10집이 넘는 차이여서 역전은 없었다. 이 바둑은 장장 245수까지 이어진 끝에 흑의 불계승으로 끝났다. 196수 이후는 무의미하므로 생략한다.

조선일보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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