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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 (수)

이슈 고유정 전 남편 살해 사건

고유정, 법정서 "내가 죽으면 진실 못 밝혀 버틴다" 울먹…유족 측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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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 법정서 A4 8장 분량 의견진술서 읽으며 울먹여
"前 남편이 성폭행 시도해 빠져나오려다 찔렀다" 거듭 주장
"이해받지 못한 채 살인자로 인생을 마치는 건 너무 끔찍"
유족 "명백한 명예훼손" 항의

전(前) 남편 살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유정(36)이 30일 재판에서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고유정은 "(전 남편이 펜션에서) 성폭행을 시도하며 가슴과 허리를 만져, 빠져나오기 위해 엎치락뒤치락하다 찔렀다"고 주장했다. 계획적 살인이 아니라 우발적 범행이라는 취지다. 방청석에 있던 전 남편 강모(36)씨 유족들은 "명백한 고인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며 "거짓말하지 말라"고 소리쳤다.

조선일보

고유정이 30일 오후 1시 15분쯤 4차 공판을 받기 위해 제주지법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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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은 이날 오후 2시 제주지법에서 열린 자신의 4차 공판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고유정은 수기로 작성한 8페이지 분량의 의견진술서를 10분가량 읽으며 내내 울먹였다.

고유정은 "(사건이 발생한) 지난 5월, 그토록 보고 싶었던 엄마와 아이가 만나 둘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며 "그러나 그날 이후 이 순간까지 악몽 속에 있는 참담한 심정이다. 제가 죽으면 진실을 밝힐 수 없기에 버티고 견뎌내고 있다"고 했다.

이어 "테마파크에서 헤어지자는 작별 인사를 할 때 아이가 그에게 ‘삼촌 같이 안 가냐’고 물었고, 그 사람이 아이를 안고 조수석에 타면서 함께 펜션에 가게 됐다"며 "저녁을 먹은 뒤 아이가 수박을 달라고 했고, 칼로 수박을 자르려는 순간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뒤를 돌아보니 그 사람이 제 가슴과 허리를 만지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급하게 부엌으로 몸을 피했지만 전 남편이 칼을 들고 쫓아왔다"며 "막으려다 칼에 베이기도 했고, 뱃속에 아이가 잘못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제 손에 칼이 잡히자 찔렀다"고 했다.

고유정이 이같이 주장하자, 방청석에서 있던 유족들은 "명백한 고인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며 "거짓말하지 말라"고 울분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고유정은 이 말을 듣고 "제가 얘기하는 것은 진실입니다"라며 말을 이었지만, 방청석에선 헛웃음이 나왔다. 한 시민은 고유정을 보며 "똑바로 얘기하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고유정은 방청석을 한 차례도 바라보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고유정은 "계획범죄는 사실이 아니다"며 "졸피뎀을 카레에 넣은 적도 없고, 그 사람은 약속이 있다며 저녁을 먹지도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살인자가 된 인생은 끝났다고 생각해 ‘어떻게 죽을까’ 범행 다음 날 내내 생각했지만, 이해받지 못한 채 살인자로 인생을 마치는 것은 너무 끔찍했다"고 했다.

고유정은 "체포 당시 ‘내가 당했는데’라며 순간 내뱉은 것도 제가 피해를 당하다가 벗어나려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그를 죽게 했다는 원망이 남아있기 때문"이라며 "제가 저지른 일을 깊이 반성하고 뉘우치고, 그 사람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아빠 없이, 엄마 없이 살아가야 하는 제 아이에게 너무나 미안하고 후회도 정말 많이 한다"고 했다.

고유정은 현 남편에 대해서도 "현 남편은 항상 저에게 칠칠지 못하다고 저를 타박했고, 저를 혼내거나 때리면서도 ‘네가 잘못했으니 맞는 것’이란 말을 했다"며 "현 남편으로부터 비난받을 게 두려워 범행 이후에도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고유정의 모두진술이 끝나자마자 "피고인의 변명"이라며 "피고인이 이 사건의 증거물을 보고 추후 자신의 진술을 좀 더 추가하고 각색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검찰은 또 "피해자 혈흔과 DNA에서 졸피뎀이 검출됐고, 피해자 강씨가 저녁을 먹지 않았다는 피고인의 주장과 배치되는 아들의 진술을 이미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정에서는 "고유정, 소설 쓰지 말라" "진실을 말해라"는 등 분노 섞인 반응이 수시로 터져 나왔다.

[제주=고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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