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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팬들은 흔히 그를 일러 ‘조선의 4번 타자’라고 부른다. 대단한 칭찬이다. 박병호(33)를 그렇게 칭송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멀게는 일제강점기의 이영민(1905~1954)부터 해방 이후 박현식(1928~2005), 김응룡(1940~. 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 가깝게는 장종훈(51. 전 한화 이글스)과 이승엽(43. 전 삼성 라이온즈)의 맥을 잇는,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홈런타자이기 때문이다.
박병호는 소속 팀인 키움 히어로즈가 단 한게임만을 남겨놓은 9월 30일 현재 33홈런을 기록, 공동 2위인 SK 와이번스의 최정과 제이미 로맥(이상 29개)을 4개 차로 따돌리고 사실상 홈런왕을 결정지었다. 박병호가 KBO리그 개인 통산 5번째 홈런왕에 오르게 되면 한국 프로야구 사상 최고의 홈런왕인 이승엽의 기록과 같게 된다.
박병호는 2020년 도쿄올림픽 진출 티켓이 걸려 있는 프리미어12(11월 6~8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김경문 야구대표팀의 4번 타자를 맡을 공산이 크다. 그를 빼놓고 대표팀의 4번 자리를 상상하기는 쉽지 않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종목에서 한국이 우승할 때도 박병호는 대표팀 4번 타자였다. 그만큼 듬직한 그에 대한 기대가 여전하다.
이승엽이 은퇴한 이후 박병호가 중책을 맡아 대표팀 핵심타자 노릇을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무엇보다 박병호는 KBO 리그 역대 개인통산 200홈런 이상 기록한 타자들 가운데 경기당 홈런 생산능력이 단연 1위다.
비단 이뿐만 아니라 박병호는 이승엽이 하지 못한 홈런 기록도 여럿 가지고 있다. 박병호의 홈런 기록, 특히 연속기록은 독보적이다.
KBO 리그 통산 홈런만큼은 박병호가 이승엽(467개)을 넘어서기가 쉽지 않겠지만 연속기록에 관한 한 그의 기록을 넘보는 선수가 나오기는 어렵다.
그야 어쨌든 박병호의 이미지는 성실함, 진지함, 신중함, 꾸준함, 진정성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실제 그의 선수 생활 모습에서 이러한 그의 특질이 잘 나타난다고 주위 코치진이나 구단 프런트는 증언한다.
정규시즌 폐막에 앞서 박병호의 얘기를 들어봤다. 박병호는 메이저리그에 지출했던 2016, 2017년 앞, 뒤로 선수 생활의 한 변곡점을 맞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그가 크게 달라졌다는 인상을 주지는 않는다. 그와 관련, 박병호는 “특별하게 달라진 건 없다. 다만 전력 질주 등 기본기를 소홀하게 여겼던 것 같아 야구의 기본에 조금 더 집중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기본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던 점을 강조했다.
이대호, 최형우 등 강타자들이 올해 들어 현저하게 퇴조의 기미를 보였는데 반해 그는 부상 등으로 잠시 이탈하기는 했지만 큰 기복을 보이지 않았다. 꾸준함은 그의 강점이다. ‘비결은 무엇인가’라는 상투적인 질문에 대해 그는 “최대한 루틴을 지키려고 한다. 쉽지는 않지만 루틴을 만들고 지키다 보면 모든 것이 리셋 된다.”고 간결하게 답변했다.
부상은 선수의 적이다. 박병호는 “운동선수라면 조금씩 부상이 생기기 마련이다. 매 시즌 조금씩 부상을 갖고 경기했다. 경기를 못 할 정도면 빠지겠지만 그 정도는 아니기에 내색 없이 경기에 임한다. 성적은 부상으로 핑계를 대선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마음이 여리다는 주위의 평판에 대해선 “마음이 여린 건 모르겠다. 다만 예민할 뿐이다. 성격은 누구나 쉽게 고치지 못한다. 물론 성격이 바뀌면 더 잘할 거라는 얘기는 많이 들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잘 이겨냈기에 성적을 올렸다고 생각한다.”고 덤덤하게 대꾸했다. 그의 답변 가운데 가슴에 가장 와닿은 부분이 바로 “잘 이겨냈기에 성적을 올렸다”는 대목이다. 상식적이지만 내공이 담겨 있는 발언이었다.
예전에는 묵묵히 제 할 일만 했으나 주축선수다 보니 이제는 후배들을 다독이고 코치들하고도 스스럼없이 얘기할 것은 확실히 하는 편이다. 메이저리그를 다년 온 뒤 바뀐 부분이다.
홍원기 코치는 “박병호는 장종훈, 이승엽을 잇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홈런타자라고 생각한다. 기량 면에서도 절정에 이른 선수다. 책임감이 워낙 강하다 보니 자신의 부상을 참고하는 스타일이다. 기량이 톱 클래스인 선수들은 계속 올라가는 게 아니라 유지, 관리가 중요하다. 아무래도 부상이 제일 염려스러운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프로야구의 영원한 4할 타자’ 백인천 전 LG 감독은 “프로는 좋아하고 미치는 단계를 넘어 ‘중독자’가 돼야 한다”는 얘기를 자주했다. 박병호도 그런 경지에 접어들었다는 인상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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