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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그저 LG를 사랑했던 선수, 이동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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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

[스포츠월드=잠실 최원영 기자] “그저 LG를 사랑했던 선수, 그리고 많은 사랑을 받았던 선수. 이동현입니다.”

‘로켓’ 이동현(36)이 29일 19년 선수 인생에 마침표를 찍는다. 그는 자신의 마지막이 눈물 대신 미소로 가득하길 바랐다.

LG와의 인연은 2001년 1차 지명으로 시작됐다. 그는 불펜의 필승 공식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2002년 정규시즌 총 78경기서 124⅔이닝을 책임지며 8승3패 6홀드 7세이브 평균자책점 2.67로 호투했다. 그해 가을 무대에서도 맹활약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공헌했다.

탄탄대로일 것 같던 야구 인생에 큰 시련이 닥쳤다. 2004년과 2005년, 2007년까지 팔꿈치 인대 수술을 세 차례나 받았다. 2009년 5월 20일, 다시 마운드에 서기까지 5년이 걸렸다. 이동현은 계속된 역경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마지막 남은 인대를 LG에 바치겠다”며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올해까지 한 시즌도 빠짐없이 뛰었고 지난 8월 22일 잠실 NC전에서 개인 통산 700경기 출전을 완성, 뜨거운 눈물을 삼켰다. 700경기 910이닝 53승 47패 113홀드 41세이브 평균자책점 4.06을 남기고 자신의 마지막을 받아들였다. 29일 701번째 등판을 끝으로 유니폼을 벗는다.

19년을 돌아보면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그는 “두 번째 수술하고 난 뒤가 가장 힘들었다. 재기를 노리다 실패했고 ‘아, 끝이구나’라는 생각에 야구를 그만두려 했다”며 “많은 분이 힘을 주셔서 잘 극복했다. 차명석 LG 단장님이 당시 코치셨는데 나를 믿고 끝까지 지켜봐 주신 게 기억에 남는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유독 각별한 해는 2002년이다. 이동현은 “그때 김성근 감독님께서 큰 역할을 맡겨주신 덕에 성장했다. 다만 내가 몸 관리를 더 잘했어야 했다. 삼잔 한 개라도 더 잡고, 실점 1점이라도 더 줄였어야 했다. 그게 가장 아쉽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성근 감독님께서 메시지를 보내주셨다. 불사조 같던, 어리게만 느꼈던 선수가 은퇴한다고 하니 감회가 남다르다고 하셨다. 통화했는데 코끝이 찡했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힘줘 말했다.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수식어에는 단호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떤 선수든 조금만 열심히 하면 나보다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팔꿈치 수술 등 이력이 있어 팬분들께서 대우해주시는 것 같다”며 “스스로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본 적 없다. 19년 동안 잘 흘러간 선수 정도다. 많은 분이 사랑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제 시선은 후배들에게 향한다. 그는 “선배로서 도움을 줄 방법을 찾고 있다. 내가 느꼈던 것, 경험했던 것들을 동생들에게 전부 이야기해주고 싶다”며 “그라운드 밖에서, 선수들 뒤에서 숨은 조력자가 되는 게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동현은 “후배들이 내 은퇴 선물로 ‘가을야구’를 만들어 준 것 같다.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해에 명예롭게 은퇴할 수 있어 감사하다. 유광점퍼를 입고 그라운드에서 같이 뛰진 못하지만 LG를 위해 박수 보낼 수 있어 영광”이라며 말을 마쳤다.

‘돈 크라이 로켓(Don’t Cry Rocket).’ 은퇴식 주제처럼 이동현은 울지 않는다. 여전히 LG와 함께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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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ong@sportsworldi.com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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