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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집우집주', 주거·결혼 소재로 공감 자극…드라마스페셜 성공적 첫발[SS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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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집’을 소재로한 단막극 ‘집우집주’가 현실적인 소재들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극하며 KBS ‘드라마스페셜’의 성공적인 첫발을 뗐다.

27일 오후 방송된 KBS 드라마스페셜 2019 ‘집우집주’에서는 어릴 적부터 초라한 집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는 건축디자이너 조수아(이주영 분)가 연인 김유찬(김진엽 분)과 신혼집을 구하는 과정이 그려졌다.

건축디자이너인 조수아는 ‘내 인생의 집’이란 주제로 잡지에 실을 에세이를 쓰게 됐다. “집은 그 안에 사는 이의 우주를 보여준다”는 생각을 가진 조수아는 건축가로서 타인의 우주를 만드는 일이란 사명감을 가지고 일했지만 막상 자신의 우주인 초라한 집에는 불만을 느끼고 있었다. 설상가상 자취방의 보증금이 올라 난처해진 조수아에게 남자친구 김유찬은 “결혼하자 나랑. 한집에서 살자, 나랑”이라며 청혼했고, 조수아는 함께 우주를 만들어갈 생각에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고객의 집을 봐주던 중 조수아는 리버뷰의 고급 집을 보며 부러움을 느꼈다. 알고보니 집주인은 동창이자 승무원 이주연(한재이 분)이었고, 의사인 예비남편과 신혼집을 구한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친구 이주연과 비슷한 상황인 조수아는 김유찬과 신혼집을 보러 다녔지만 마음에 드는 신축집은 전세가가 5억이었고, 예산에 맞는 집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시무룩해진 조수아. “평생 살곳도 아니고 잠깐 쉬는 곳이지 않나. 누구랑 사는지가 중요하다”며 “아파트건, 옥탑방이건, 캔버스만 괜찮으면 그 안의 그림은 다시 그리면 되는 것”이라는 김유찬의 희망찬 계획과는 달리 조수아는 “그 괜찮은 캔버스를 못 산다고, 우리는”이라며 지금보다 다운그레이드 될 현실이 막막하기만 하다.

조수아는 가난한 줄만 알았던 김유찬이 부잣집 아들이란 사실을 알고 놀란다. 예비 시부모들은 비싼 호텔에서 결혼식 하는게 어떠냐고 묻는가 하면, “2층 비었는데 들어와서 사는건 어떠냐”고 제안했고 조수아는 말을 잇지 못했다.

“하다하다 남자친구의 본가를 보고 질투를 하다니”라며 묘한 감정과 자격지심을 느낀 조수아. 화려한 김유찬의 집과 달리 초라한 자신의 본가를 보여주는 것에 망설이게 됐다. 엘레베이터도 없는 아파트에 주워온 가구와 청테이프로 고친 쇼파까지. 허름한 집에 가사도우미로 일하는 엄마(윤유선 분) 때문에 속상한 조수아는 급하게 “적어도 유찬씨 데려왔을 때 창피하진 않아야되지 않냐”며 무리해서 쇼파를 샀다. 하지만 결국 조수아는 자격지심에 김유찬과 저녁을 본가가 아닌 밖에서 먹었다.

구하기 어려운 신혼집에 조수아와 김유찬 사이에서도 트러블이 생기기도 했다. “지금 쓰던 가구는 다 버릴거야. 신혼가구는 새로 사려고. 제대로된 가구 채워서 출발하고 싶어”라고 말하는 조수아에 “너한텐 결혼이 뭔데?”라고 김유찬이 물었다. 그는 “어디서 갑자기 30평대 신축 아파트가 뚝 떨어질 줄 알았냐. 잘 쓰던 가구를 버리고, 잘 살던 집이 싸구려가 되면 결혼 전 네 삶은 뭐가 되냐”며 꼬집었고 조수아는 뜨끔했다.

예비 시어머니와 함께 백화점 데이트를 하게된 조수아. 시어머니는 “집문제는 무조건 형편 맞춰서 낮춰 사는게 아니다. 요즘 세상엔 어떤 동네 어떤 집에서 사는지가 곧 신분이다”라고 말하며 고가의 식기 세트를 조수아의 부모님께 배송했고, 자신의 본가가 들통날까 걱정한 그는 이주연네 아파트를 배송지에 적었다.

이주연이 비행으로 해외에 나가있는 사이, 조수아는 대궐같은 집이 마치 자신의 집인 것처럼 머물렀다. 하지만 꿈같던 시기도 잠시, 다시 현실로 돌아온 조수아에게 엄마는 “‘내 집이었으면’이 아닌 ‘내 집이구나 싶은 집’이 있을 거다”라고 말했고 조수아는 생각이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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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 갔다 돌아온 김유찬은 대게를 사 조수아의 본가를 방문하겠다고 했고, 놀란 조수아는 이주연네 빈집이 마치 자신의 본가인냥 꾸며 김유찬을 맞았다. 이런 상황이 영 불편한 아빠(서현철 분)는 결국 “이럴거면 결혼하지 말아라”라고 말한 뒤 돌아섰다. 설상가상 비행을 갔던 이주연이 돌아왔고, 김유찬에게 모든게 다 틀통났다.

조수아에게 실망한 김유찬은 그에게 화를 냈다. 조수아는 “내가 부끄러워서 그랬다. 유찬 씨는 모른다. 내 노력으로 바꿀 수 없는 것들이 사람 얼마나 비참하게 만드는지”라고 변명했지만 김유찬은 “그러는 넌 나에 대해서 뭘 아는데? 내가 뭘 피해서 부모님집에서 나왔는지, 뭘 닮고 싶지 않아 하는지 알기나 해?”라고 물으며 “우린 참 서로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잘 모르겠다”고 말한 뒤 돌아서갔다.

이주연에게 사과하러 간 조수아는 사실 이주연의 엄마는 암투병 중이었고 암환자의 결혼식 참석을 반대하는 시부모님으로 인해 파혼하게 됐다. 이주연은 “애쓰는데 지쳤다”며 “신혼집이 아닌 환자와 함께 살 수 있는 집으로 다시 꾸며달라”고 부탁했다. 궁궐같아 보였던 집이 혹여나 무너질까 위태롭게 쌓아온 외로운 모래성이었던 사실에 조수아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 혼자 살 집을 알아보던 조수아는 소박하지만 정겨운 ‘내 집이구나’ 싶은 집을 만나게 됐다. 다시 돌아온 김유찬은 조수아의 부모님에 방문해 함께 손수 도배했다. 그리고 좁지만 아늑한 새 집에서 김유찬과 새로운 우주를 만들어나갔다.

드라마의 다양성에 대한 실험과 도전을 지속적으로 이어온 ‘KBS 드라마스페셜’의 포문을 여는 첫 작품인 ‘집우집주’는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요즘 사람들의 최대 관심사인 ‘집’의 의미에 대해 고찰한 작품이다.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집우집주’이 연출은 맡은 이현석PD는 “집이란 무엇이까, 어떤 집에 사는게 중요할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한 드라마다”라며 “집이 부의 상징이 아니라 삶의 가치의 한 공간으로서만 작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집이란 소재를 선택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조수아가 신분의 상징으로 전락해버린 집으로 인해 자격지심을 느끼는 장면들에는 청년 세대들의 고민들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고, 그랬던 그가 ‘모래성’이 아닌 진짜 자신의 집을 찾아가는 과정은 ‘집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들었다.

‘집우집주’에 이어 오는 10월 4일 오후 11시에는 배우 태항호, 김수인의 ‘웬 아이가 보았네’가 방송된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KBS2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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