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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선발서 데뷔골… 이강인, 주전 자격 입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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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시아, 헤타페와 안방경기 3-3

동아일보

발렌시아의 이강인(앞)이 26일 스페인 발렌시아의 메스타야 스타디움에서 열린 헤타페와의 2019∼2020 프리메라리가 6라운드 안방경기에서 전반 39분 3-1로 앞서가는 골을 성공시킨 뒤 동료 로드리고 모레노(가운데), 막시 고메스와 함께 홈 팬들을 향해 포효하며 기뻐하고 있다. 이강인의 이 데뷔골은 팀 내 아시아 선수 최초, 외국인 최연소 골로 기록됐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인고의 시간을 보내던 이강인(18·발렌시아)이 드디어 소속팀에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이강인은 26일 스페인 발렌시아의 메스타야 스타디움에서 열린 헤타페와의 2019∼2020 프리메라리가 6라운드 안방경기에 선발 출전해 자신의 스페인 성인무대 데뷔 첫 골을 작렬시켰다. 지난 시즌 출전 기회를 거의 얻지 못해 속 썩이던 그간의 마음고생도 모두 날려 버렸다. 이강인의 데뷔 골은 자신뿐만 아니라 소속팀 발렌시아에도 특별한 의미가 있다. 이강인이 18세 218일(현지 시간 기준) 만에 골을 넣어 발렌시아에서 뛴 아시아 선수 중 첫 골이자 외국인 선수 중 가장 어린 나이에 골을 넣은 기록을 남긴 것이다. 기존 외국인 최연소 골 기록은 발렌시아와 리버풀, 유벤투스, 파리생제르맹 등을 거쳐 간 모하메드 시소코(34·프랑스)가 2003∼2004시즌에 세웠던 18세 326일.

이강인의 프리메라리가 데뷔 골은 2-1로 앞서던 전반 39분 전광석화같이 터졌다. 오른쪽 라인을 따라 내달리던 로드리고 모레노(28)가 상대 수비 한 명을 제친 뒤 중앙으로 달려드는 이강인을 보고 재빠르게 땅볼 크로스를 찔렀고, 이강인은 이 공에 질주하던 힘을 그대로 실어 오른발로 왼쪽 골네트를 향해 날렸다. 수비수를 따돌리며 돌파한 이강인은 수비수 2명이 앞에 있었지만 골키퍼도 예측 못 한 빈 공간으로 침착하게 차 넣었다.

이강인의 ‘전천후 활약’도 돋보였다. 첫 골과 두 번째 골도 모두 그의 발끝을 거쳐 갔다. 팀이 0-1로 뒤지던 전반 30분 막시 고메스(23)가 화려하게 넣은 첫 골은 이강인이 시작이었다. 중앙과 왼쪽으로 공을 주고받으며 공간을 벌린 이강인이 골대 중앙으로 쇄도하던 고메스를 보고 크로스를 올렸고 수비가 헤딩으로 걷어내는 데 실패하며 바닥에 크게 한 번 튄 공을 고메스가 시저스킥으로 마무리했다. 전반 34분 고메스의 헤딩 멀티골 역시 프리킥 상황에서 필드 오른쪽까지 멀리 넘어와 패스를 받은 이강인이 다니 파레호(30)에게 연결한 게 시작이었다. 헤타페는 이강인이 공을 전방으로 몰고 들어올 때마다 수비 2명씩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이강인은 이때마다 주변 동료들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수비 조직력을 흔들었다. 고메스의 골을 이끌어낸 두 번의 패스 장면에서 이강인은 모두 수비를 멀찌감치 떼어놓은 채 여유롭게 공을 보낼 수 있었다. 유일한 아쉬움은 팀이 이 점수를 지키지 못하고 3-3으로 비겼다는 점이다.

이강인은 이날 맹활약으로 팀 내 주전 경쟁에서도 확실한 플러스 점수를 얻게 됐다. 마르셀리노 토랄 감독이 지휘하던 지난 시즌 이강인의 리그 출전 기회는 단 3번에 불과했다. 모두 교체였고 시간도 총합 21분에 그쳤다. 이적까지 고려했던 이강인이지만 이번 시즌을 앞두고 새로 부임한 알베르트 셀라데스 감독이 그의 잠재력을 발견한 후 출전 기회를 많이 줬고 이강인은 실력으로 화답했다.

축구 통계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이날 이강인에게 평점 7.3을 부여했다. 멀티골을 기록한 고메스(8.1)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평가다. 현지 언론 ‘수페르 데포르테’는 “이강인이 ‘꿈의 데뷔전’을 치렀다”며 “팀 동료의 패스를 아름답게 마무리했다”고 호평했다.

이강인은 구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터뷰에서 “나는 그라운드에 들어설 때마다 팀이 이기는 데 도움이 되도록 노력한다”며 “득점을 올려 기쁘지만 오늘 목표였던 승점 3을 가져오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발렌시아는 1승 3무 2패(승점 6)로 20개 팀 중 13위를 달리고 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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