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사율 100%, 백신도 없어...아프리카돼지열병에 양돈 농가 '속수무책'

-급성 아프리카돼지열병 치사율 100%
-감염 농장 돼지 및 인근 500m 이내 돼지 살처분해야
-19일 오전까지 돼지·축산관계자·차량 이동 금지

정부 방역당국 관계자가 검사를 위해 돼지의 피를 뽑고 있다. /조선일보

치사율 100%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국내 최초로 경기도 파주에서 발생해 정부 당국과 축산 관계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7일 경기도 파주의 한 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정부 당국이 전국 모든 양돈 농장을 대상으로 돼지 혈액검사를 하고 방역 작업을 펼쳤지만 질병 발생을 막지 못한 것이다.

구체적인 감염 경로와 전파 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해외 발병지역 여행객을 통한 감염을 비롯해 북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만큼, 야생멧돼지에 의한 감염 등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질병은 지난해 중국과 베트남·미얀마·몽골 등 아시아 주변국에서 확산했으며, 지난 5월 30일 북한에서도 발생했다.

◆ 발병 농장 인근 500m 이내 돼지 즉시 살처분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돼지에만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질병이다. 사람은 감염되지 않는다. 급성형의 경우 치사율이 100%에 달한다. 백신도 개발되지 않아 대다수 국가는 이 질병에 감염된 돼지를 살처분한다. 질병 잠복기는 3일에서 최장 21일이다. 전파 경로는 감염 돼지나 돼지생산물의 이동, 오염된 남은 음식물의 돼지 급여 등이다.

농식품부는 지난 7월 개정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긴급행동지침(SOP)'에 따라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한 농장과 인근 500m 농장에 즉시 살처분하게 된다. 전염성이 강해 질병 확산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오전 6시 30분부터 48시간 동안 전국에 가축과 축산관계자 등의 일시 이동중지 명령을 내렸다. 대상은 돼지농장 가축·축산 관련 종사자, 돼지 관련 작업장 축산 관련 종사자와 그 차량·물품 등이다.

축산 관련 종사자는 임상수의사·수집상·중개상·가축분뇨 기사·농장관리자·가축운송기사·사료운반기사 등 돼지농장과 돼지 관련 작업장 등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축산 관련 작업장은 도축장·사료공장·사료대리점·분뇨처리장·축산 관련운반업체 등이다.

공고 발령 당시 돼지농장이나 관련 작업장에 들어가 있는 축산 관련 종사자·차량은 해당 시설에 그대로 잔류해야 한다. 이동 중인 축산 관련 종사자·차량·물품 등은 돼지 관련이 아닌 안전한 장소로 이동해 명령 해제까지 기다려야 한다.

일시 이동중지 명령을 위반할 경우 가축전염예방법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 처벌을 받게 된다.

사진은 2014년 구제역 발생으로 매몰 작업이 한창인 충남 천안시 수신면 돼지사육농장에서 방역 관계자가 현장 출입을 막고 돼지 살처분 작업을 하고 있다. /조선일보

◆ 향후 돼지고기 가격 전망은

관련 업계는 단기적으로는 돼지고기 소비량이 급감하지만 조기출하에 따른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비록 인체에는 전염되지 않지만 과거 구제역 발병 초기와 마찬가지로 소비 기피가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또 병이 전국으로 확산해 많은 돼지가 살처분될 경우 장기적으로는 공급 부족에 따른 돼지고기 가격 급등이 예상된다.

윤성규 다비육종 대표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은 구제역 등 공기를 통해 전염되는 다른 바이러스성 질병보다 전파력이 약한 것으로 보여 방역을 철저히 하면 전국으로 확산되는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 [포토]파주 아프리카돼지열병 첫 발생…국내 최초, 돼지 5마리 폐사

[박지환 농업전문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