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정, 3차 공판서도 ‘커튼머리’…단순 얼굴 가리기 아닌 나르시시즘 주장 나와

'전 남편 살해 사건' 피고인 고유정(36)이 16일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린 3차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전 남편 살해 혐의를 받는 고유정이 이른바 ‘커튼 머리’로 얼굴을 가려 공분을 산 가운데, ‘커튼 머리’가 자기중심성이 강한 사이코패스 성향과 관련 있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16일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 아침’에서 고유정이 재판에 나설 때 긴 머리로 얼굴 전체를 가리는 심리를 분석했다.

그는 “자기중심성이 강한 사이코패스의 한 영역”이라며 “자기가 가장 소중하고 자기의 가장 작은 부분, 미지의 영역이 소중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6월1일 오전 10시32분쯤 충북 청주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제주동부경찰서 형사들에 의해 살인 등 혐의로 긴급체포되는 고유정의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어 “얼굴이 아닌 보여지는 어떤 모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추측하며 “얼굴은 이미 알려져 있고 굳이 감출 필요가 있느냐인데 그 점이 특이 지점이다”라고 분석했다.

고유정은 지난 1,2차 공판에서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감춘 데 이어 16일 제주지방법원에서 진행된 세 번째 공판에서도 얼굴을 노출하지 않았다.

◆얼굴 공개 거부하면 그만…머그샷 제도 도입 두고 찬반 팽팽

앞서 고유정은 이름과 얼굴을 밝히라는 신상공개 결정이 났지만, 언론 공개 때마다 커튼 머리로 얼굴을 감춰왔다.

고유정은 지난 6월5일 제주지방경찰청이 “범죄수법이 잔인하고 결과가 중대하다” 등의 이유로 신상정보 공개 결정을 내리자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호송 과정에서 커튼 머리로 얼굴을 가리며 얼굴 노출에 예민한 반응을 보여왔다.

지난 8월12일 제주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전남편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이 호송차에 오르려 하자 시민들이 고씨의 머리채를 잡아당기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이에 경찰이 피의자의 얼굴을 촬영해서 공개하는 일명 ‘머그샷’(mug shot, 범죄자 인상착의 기록 사진)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현행법은 흉악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 얼굴을 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기준과 방법은 규정하지 않아 피의자가 얼굴 노출을 거부하면 강제할 방법은 없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경찰이 (고유정의 커튼머리 금지를) 단독으로 강제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라면서 “머그샷을 공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지만, 우리나라는 피의사실 공표죄 등 문화 자체가 미국가 다르다 보니 일도양단적으로 확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고유정 사례로 신상공개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면서 경찰은 머그샷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두고 국민의 알 권리 등 공익적 가치를 우선시 해 머그샷을 도입해야 한다는 찬성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피의자 단계에서 얼굴을 촬영하는 것이 무죄 추정 원칙에 위배되고, 무죄로 판결나면 명예 훼손이나 인권 침해 피해를 입는다는 점에서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경찰청은 머그샷에 대한 법무부의 유권해석이 나오는 대로 제도 개선을 추진할 방침이다.

한편 고유정은 지난 5월25일 제주시 조천읍 모 펜션에서 전 남편 강모(36)씨를 살해하고 잔혹한 수법으로 훼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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