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이지은기자] “물에 있을 때랑 이미지가 다른가 봐요.”
2019 국제수영연맹(FINA)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끝난 지 한 달여가 흘렀다. ‘깜짝 동메달’로 대회 최고 스타가 된 김수지(21·울산광역시청)의 생활은 의외로 변화가 크지 않았다. 일주일 짧은 휴가를 받은 뒤 진천 선수촌으로 복귀해 8월까지 회복 훈련을 했고, 9월에는 고향 울산으로 돌아와 소속팀에 다시 합류했다. 함께 수영장을 다니는 ‘어머님’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연예인 같은 존재지만, 수영장 밖에서는 대중교통도 타고 외식도 하며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다이빙이 다른 수영 종목보다 주목을 못 받았는데, 이번 대회에서 생각보다 많은 관심을 받아서 놀랐다”는 김수지는 “그래도 길거리를 다닌다고 사람들이 알아보거나 하는 정도는 아직 아니다. 아무래도 수영복을 입을 때와는 이미지가 많이 다른 것 같다”고 웃었다.
그러나 김수지의 마음은 크게 바뀌었다. 안방에서 치른 수영 축제를 통해 처음 받아본 큰 소리의 응원은 비인기종목 선수에게 기분 좋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한국 다이빙 역대 최초 메달’, ‘여자 수영 선수 최초 입상’이라는 엄청난 타이틀도 신선한 자극제가 됐다. 광주대회를 돌이키던 김수지는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내게는 얻어갈 게 많은 대회였다. 이전에는 참가에 의의를 두고 ‘어떻게든 자신 있게 해보자‘는 생각을 가졌다. 이제는 어느 정도 길이 보이니까 더 욕심이 난다. ‘정말 후회 없이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며 ‘2020 도쿄 올림픽’을 입에 올렸다.
김수지(왼쪽)와 그의 단짝 박수경. 제공 | 김수지 |
◇축구 골대 올라가던 왈가닥, ‘다이빙’의 재능을 발견하다
김수지는 어렸을 때부터 겁이 없었다. 복도식 아파트에 살던 6살 때 그저 재미있어서 아파트 난간을 걸어다니다가 이를 발견한 어머니에게 혼쭐이 났다. 하지만 초등학교에 입학해서도 특유의 활발한 성격은 여전했다. 남자아이들이 축구를 하기 위해 운동장에 서 있는 와중에 김수지는 축구 골대를 기어 올라가 꼭대기에서 친구들을 내려다봤다. 그저 높이 올라가는 게 좋아서 조경수로 심어놓은 나무를 타고 올라가는 왈가닥이었다. 그러나 당시 담임선생님은 이런 김수지의 모습에서 다이빙의 재능을 발견했다. 생존 수영만 1년 정도 배운 게 전부였던 김수지는 그해 창단된 초등학교 다이빙팀에 들어갔고, 남들보다 두각을 나타내던 중학교 3학생은 2012년에 선수단 최연소로 런던 올림픽까지 승선했다.
고비는 여러 번 찾아왔다. ‘그만두고 싶었던 때’를 묻자 김수지는 가장 먼저 초등학교 2학년 시절을 떠올렸다. 그는 “스프링보드와 너무 가깝게 뛰는 바람에 종아리부터 발목까지 싹 갈린 적이 있었다. 아무래도 어릴 때였으니까 다시 하려니 무서운 마음이 컸다. 안 하려고 했는데 또 금방 괜찮아지더라”며 “어렸을 때부터 그만둘 거라는 말을 자주 했다. 소년체전만 끝낼 생각이었지만 좋은 성적이 나와서 괜찮아졌고, 고등학생이 돼 몸이 커지는 바람에 기술의 난도를 낮추는 상황에서 슬럼프도 크게 찾아왔다. 그렇게 해도 잘할 수 있는 건 다이빙밖에 없었다”고 돌이켰다.
김수지(오른쪽)가 8살이던 2006년 울산문수수영장에서 친구 및 선배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제공 | 김수지 |
◇2020 도쿄올림픽 출사표 “출전권 꼭 따내겠습니다”
올림픽은 김수지에게 한이 많은 무대다. 첫 출전이었던 런던 올림픽에서는 꼴찌의 성적표를 받고 귀국했다. 그러나 4년 뒤 대표 선발전에서부터 탈락하며 브라질로 향하는 비행기는 타지 못했다. 2020년 도쿄 올림픽 출전권은 그래서 더 간절하다. 김수지는 “리우올림픽은 마음의 준비도 안 됐었고 경기할 몸 상태도 아니었다. 여러가지 일도 겹치면서 정신적으로도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정을 찾아서 흔들릴 일이 없다. 플랫폼을 버리고 스프링보드에만 집중하면서 효과도 보고 있다”며 “다이빙은 변수가 많은 종목이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던 선수가 예선 통과도 못 하는 경우도 종종 나오는데, 나는 이런 점이 더 재미있기도 하다. 언젠가 나한테도 기회가 올 거라고 믿고 있다”고 의지를 다졌다.
도쿄를 향한 여정은 이미 시작됐다. 이달 김천에서 열리는 MBC배 전국수영대회에 출전해 내달 예정된 제100회 전국체전을 겨냥한 몸풀기에 나선다. 오는 12월에는 내년 4월 있을 FINA 월드컵 선발전에 나선다. 김수지는 “너무 멀리 봐도 자꾸 그 과정에서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우선은 전국체전을 잘 끝내는 데만 집중하겠다”며 “나도 다이빙대에 올라오면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무서우면서도 ‘한 번 더’를 외치며 계속 올라가게 된다. 다음번에는 좀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가 드는 걸 보니 이 일이 내 천직 같다. 이제 찾아온 기회를 잘 잡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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