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성 타구 잡아주는 형들 고마워"
두산 베어스 마무리 이형범(오른쪽) |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프로야구 이형범(25·두산 베어스)의 2019시즌 목표는 '풀타임 1군 선수'였다.
목표는 이미 초과 달성했다. 이형범은 2019년 두산의 마무리 투수다.
'양의지 보상 선수'라는 꼬리표에 상당한 부담감을 느꼈던 이형범은 이제 '보상 선수 성공사례'라는 평가를 받고 안도했다.
10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만난 이형범은 "두산으로 이적하면서 '꼭 1군에서 살아남아야 한다'고 마음먹었는데 벌써 한 시즌의 끝이 보인다. 기회를 주신 김태형 감독님 등 코칭스태프, 경기장 안팎에서 도움을 준 선후배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2012년 특별지명으로 NC 다이노스에 입단해 2014∼2015년 경찰야구단에서 복무한 이형범은 지난해 12월 18일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주전 포수 양의지가 NC와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하자 두산은 젊은 우완 투수 이형범을 보상 선수로 지명했다.
두산 베어스 우완 마무리 이형범 |
NC에서 선발과 롱릴리프를 오가던 그는 두산 불펜으로 2019시즌을 시작했다.
김태형 감독은 "이형범은 '손끝 감각'이 있는 투수다. 볼을 남발하지 않는다"고 칭찬했다.
경기를 치를수록 이형범의 '신분'은 상승했다. 시즌 초에 불펜 승리조 자리를 꿰차더니, 6월에는 마무리로 승격했다.
10일까지 이형범의 성적은 60경기 6승 2패 17세이브 평균자책점 2.26이다. '정상급 마무리'란 평가를 받을만한 성적이다.
이형범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중요한 보직을 주셨다. 2019년은 잊지 못할 것 같다"면서도 "솔직히 여전히 부담을 많이 느낀다. 중간 계투로 등판할 때는 내 뒤에 다른 투수가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내가 경기를 끝내야 불펜의 부하를 막을 수 있다. 정신적으로 힘들다"고 털어놨다.
그는 "세이브 상황이 올 때마다 '내가 무너지면, 경기에서 패한다. 꼭 막자'라고 다짐하고 마운드에 오른다. 경기가 끝날 때마다 안도한다"고 웃었다.
이형범은 "마무리는 너무 힘든 자리"라고 여러 번 부담감을 드러냈지만, 실제 그는 단 한 차례만 블론세이브를 범했다.
역투하는 마무리 투수 이형범 |
이형범은 "모두 수비를 잘해 준 형들 덕분"이라고 공을 동료에게 돌렸다. 그는 "NC 야수진도 정말 수비가 좋다. 그런데 두산 야수진은 '경험'까지 많아서 투수들을 편하게 해준다"며 "안타라고 생각했던 타구를 야수진이 잡아주니 내 성적이 좋아지고, 더 쉽게 던질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마무리 생활이 길어지다 보니, 이형범도 "나도 삼진을 잡아서 야수진의 부담을 덜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이형범은 "내가 구위로 타자를 압도하는 유형의 투수가 아니라서 야수진의 부담이 클 수도 있다. 구속을 늘리거나 구종을 추가해서 다른 정통 마무리 투수처럼 삼진을 잡으며 경기를 끝내고 싶은 마음은 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두산 더그아웃에서는 "이형범에게 더 바랄 게 없다"는 말이 나온다. '양의지의 보상 선수'로 영입한 이형범이 불펜의 중심으로 성장한 것에 구단은 크게 만족하고 있다.
이형범도 "'양의지 선배의 보상 선수'라는 꼬리표는 평생 달 수밖에 없다. 솔직히 부담도 컸다"면서 "보상 선수 성공사례라는 말에 조금 부담이 줄었다"고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
기대 이상으로 활약한 2019년의 이형범에게도 남은 목표는 있다. 그는 "한 번도 포스트시즌에 출전한 적이 없다. 2017년 NC가 포스트시즌을 치를 때 엔트리에 빠진 나는 TV로 경기를 보며 '큰 경기에서 던지고 싶다'고 부러워했다"며 "두산 선수단 모두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린다. 나도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뽑혀서 우승을 목표로 던지고 싶다"고 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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