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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나달 US오픈 정상탈환… 여전히 ‘페나조’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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男 단식 결승 메드베데프와 격돌 / 4시간50분 풀세트 접전 끝 승리 / 메이저 단식 우승도 19회로 늘려 / 나달·조코비치·페더러 30대 스타 / 12번 메이저 대회서 정상 싹쓸이 / 신성들 도전 거세 향후 승부 관심

9일 미국 뉴욕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열린 2019 US오픈 남자 단식 결승전. 다닐 메드베데프(23·러시아·세계랭킹 5위)의 샷이 코트 밖으로 벗어나 승리가 확정되자 라파엘 나달(33·스페인·2위)은 코트에 ‘큰대자’로 누워버렸다. 그의 우승 때마다 흔하게 접하는 장면이긴 하지만 이날은 정말 탈진한 듯 보였다. 바닥에서 일어나 관중들의 환호에 답하면서는 눈물까지 보였다. 그만큼 힘겨운 승리였다.

이날 나달은 메드베데프와 풀세트까지 가는 4시간50분의 접전 끝에 3-2(7-5 6-3 5-7 4-6 6-4)로 승리했다. 나달이 팽팽했던 1세트를 접전 끝에 잡아내고, 2세트까지 가볍게 따냈을 때만 해도 이 경기가 이토록 혈전이 될 것이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8월 이후 출전한 4개 대회에서 연속으로 결승에 진출하는 등 대약진한 23세 신예 메드베데프의 패기는 만만치 않았다. 메드베데프는 포기하지 않는 근성으로 3세트와 4세트를 연이어 잡아내며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렸고, 결국 경기는 풀세트까지 이어졌다. 이 긴장감 넘치는 풀세트 승부에서 나달의 경험이 위력을 발휘했다. 게임스코어 2-2에서 놀라운 집중력으로 상대의 서브게임을 빼앗았고, 이때 잡은 기세를 그대로 이어가 결국 최후 승리자가 됐다.

이로써 나달은 2017년 이후 2년 만에 US오픈 패권을 탈환했다. US오픈에서 2010년, 2013년, 2017년에 이어 통산 네 번째 정상에 오른 나달은 자신의 메이저 대회 단식 우승 횟수도 19회로 늘렸다. 이 부문 최다 기록 보유자인 라이벌 로저 페더러(38·스위스·3위)의 20회에 하나 모자란 수치다.

세계일보

라파엘 나달이 9일 뉴욕에서 열린 US오픈 남자 단식 결승에서 다닐 메드베데프를 풀세트 접전 끝에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한 뒤 우승컵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뉴욕=신화연합뉴스


나달의 우승으로 2019년도 노바크 조코비치(32·세르비아·1위), 페러러, 나달의 ‘빅3’ 체제로 끝나게 됐다. 2017년 호주오픈 이후 메이저 대회 남자 단식 트로피는 이 세명의 30대 스타가 가져가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열린 12번의 대회에서 페더러가 3번 우승했고, 조코비치가 올해 호주오픈, 윔블던을 포함해 4회 정상에 올랐다. 나달은 올해 프랑스오픈과 이날 US오픈 우승을 포함해 가장 많은 5회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완벽한 ‘페나조’의 시대다.

그러나 다음 시즌에도 이들의 시대가 계속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이번 US오픈에서 ‘페나조’가 유난히 고전하는 모습을 보여서다. 조코비치는 스탄 바브린카와의 8강전 도중 부상으로 기권했고, 페더러는 그리고르 드미트로프에게 역전패하며 나달만이 힘겹게 결승까지 헤쳐 올라왔다. 세 명 중 2명 이상이 4강에 진출했던 앞선 세 번의 메이저대회와는 확연히 다른 흐름으로 ‘빅3’에 맞서는 경쟁자들의 저항이 훨씬 거세졌다. 여기에 이번 US오픈 결승에서 나달을 막판까지 몰아붙인 메드베데프를 비롯한 20대 초반 경쟁자들의 성장세는 더욱 무섭다. 현재 ATP 랭킹에서 ‘빅3’를 제외한 7명 중 4명이 23세 이하의 ‘신성’들이다. 메드베데프, 알렉산더 즈베레프, 스테파노스 치치파스, 카렌 카차노프 등 선수들이 경험을 더 쌓아 완숙미까지 갖추게 되면 최정상의 세 선수에게 큰 위협이 될 만하다. ‘빅3’ 역시 왕좌를 지키려면 많은 나이에도 또 한 번 진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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