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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열의 음악앨범' 스틸 컷 © 뉴스1 |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오늘 같이 이런 창밖이 좋아/비가 오니까/찻집 유리창에 팔을 기대고/기다리네 그대를/우산도 없이 뛰어올거야 그대/젖은 얼굴 닦아줘야지/아니야 그대는 안올지도 몰라/눈물이 나올 것 같아/오늘같이 이런 창밖이 좋아/슬프기는 하지만/창밖을 보며 편지를 써야지/비가 내린다고/'
-신승훈의 '오늘같이 이런 창밖에 좋아' 中
91년 발표된 신승훈 1집에 담긴 이 노래는 모바일 기기가 발달하지 않았던, 아날로그식 연애의 일면을 보여준다. 연락이 자유롭지 않은 상황, 하염없이 상대를 기다리며 많은 생각에 빠지고, 슬픈 생각을 이겨내기 위해 편지를 쓰는 이의 모습은 낯설지만 감성적이다.
'유열의 음악앨범'(정지우 감독)은 '레트로 멜로'를 표방하는 영화다. 복고 감성으로 관객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이를 통해 보는 이들의 공감을 끌어올린다. 영화 '건축학개론'이나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처럼 멜로와 복고, 두 가지에 강조점을 둔 작품인 것이다.
'레트로 멜로'는 필연적으로 음악에 신경을 쓰게 된다. 과거를 '그럴듯 하게' 재현하기 위해서는 시대적 상황을 떠올리게 할 수 있는 배경이나 소품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 시대 나온 음악만큼 당시의 분위기나 감성을 살릴 수 있는 것도 없다. 지난 2012년 영화 '건축학개론' 개봉 당시 19994년 발매된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이 다시 인기를 끌었던 이유도 그 때문이다.
'유열의 음악앨범' 정지우 감독 역시 영화의 음악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1994년부터 2005년인만큼, 그 사이에 발표된 노래 300곡의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영화의 서사를 도와주거나 캐릭터의 속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곡들을 선택했다. 그에 따라 선택된 노래는 유열의 '처음 사랑', 신승훈의 '오늘같이 이런 창밖이 좋아', 이소라의 '데이트', 모자이크 '자유시대', 토이의 '우리는 어쩌면 만약에…', 핑클의 '영원한 사랑', 루시드폴의 '보이나요?' '오 사랑' 등이다.
각 노래는 애초 의도했던대로 복고풍 분위기를 살릴 뿐 아니라 영화 속 장면들을 설명하는 역할을 했다. 비오는 날 함께 일하는 빵집에 앉아 비를 구경하는 현우(정해인 분)와 미수(김고은 분)의 장면에는 신승훈의 '오늘같이 이런 창밖이 좋아'가 나오고 오랫동안 연락이 되지 않았던 두 사람이 처음 이메일로 대화를 주고 받는 장면에서는 핑클의 '영원한 사랑'이 흘러나온다. 두 사람이 서로 엇갈릴 때는 '우리는 어쩌면 만약에…'가 등장해 쓸쓸한 분위기를 내고, 사랑이 무르익을 때는 '보이나요?'가 등장해 설렘을 준다.
영화에 실린 수록곡들은 당대에도 큰 사랑을 받았던 '명곡'들이다.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영화를 보는 이들은 노래들과 함께 눈앞에 펼쳐진 현우와 미수의 연애가 자신들의 과거인 듯 공감하며 받아들일 수 있다.
정지우 감독은 최근 진행한 뉴스1과 인터뷰에서 "휴대폰이 없는 시절의 멜로 드라마, 그 기점으로 멜로 드라마는 정말 달라졌다. 어찌보면 재미가 없어진 기분이 있다. 휴대폰이 없던 시절의 멜로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시작을 하게 됐다"면서 영화의 시작을 설명한 바 있다. 영화 속 음악들은 감독이 의도한 '휴대폰이 없는 시절의 멜로'를 한껏 살리는 데 사용돼 제몫을 톡톡히 했다.
한편 '유열의 음악앨범'은 1994년 유열이 라디오 DJ를 처음 진행하던 날 엄마가 남겨준 빵집에서 일하던 미수(김고은 분)가 우연히 찾아 온 현우(정해인 분)을 만나 설레는 감정을 느끼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는 영화다.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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